딸을 학교에 데리러 갈 시간이었다. 학교에 도착하니 주차 공간이 없었다. 기다릴 딸을 생각하니 마음이 조급했다. 주차 자리를 찾아볼 여유도 없었다. 그 순간 딱 한자리가 눈에 띄었다. 주차하고 학교로 급히 뛰어 들어갔다. 정문 안쪽에 선생님과 같이 서 있는 딸의 모습이 보였다. 평소보다 늦게 온 엄마에게 삐쳐있었다. 입술이 삐죽 나와서는 엄마를 못 본척한다. 딸을 달래며 차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가까이 갈수록 우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호기심 가득한 딸은 내 손을 뿌리치고는 뛰었다. 딸을 뒤쫓아 가는데 소년이 울고 있었다.
딸이 다니는 특수학교 주변에는 일반 학교도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집에 가는 길이었나 보다. 자전거를 새워두고 서럽게 우는 아이 곁에는 두 명의 어른도 함께였다. 두 명 중 한 명이 나에게로 다가와 “당신 차죠?”
“네 무슨 일이 있나요?” “이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코너를 돌다가 넘어지면서 차를 긁는 걸 보게 됐어요.” 독일에 살면서 처음 겪는 일이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우선 차 쪽으로 다가가 확인했다. 운전석 문 쪽에 까만 게 묻어있고, 긁힌 자국도 보였다. 까만 건 바퀴자국이었다. 손으로 문질러 보니 지워졌다. 긁힌 곳은 색이 조금 벗겨졌다.
소년은 두려움에 떨며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소년에게로 다가갔다. 둘째 아들과 비슷한 또래로 보였다. 다친 곳은 없는지 살폈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다. ‘만약 둘째 아들이 이런 상황을 혼자 마주하게 된다면? 보호해 줄 부모도 없이 얼마나 무서울까.’ 소년의 어깨를 감싸며 “괜찮아, 괜찮아 무서워하지 마”라며 조용히 마무리 지으며 집으로 보냈다. 쉽게 진정하지 못하는 소년의 뒷모습이 들썩였다. 딸이 기다린다고 급한 마음에 코너에 새운 내 잘못도 있었다.
옆에 서 있던 두 명의 어른도 해결된 걸 보고 가던 길로 발길을 옮겼다. 눈물범벅이 되어 돌아온 아들을 맞이하는 그 소년의 엄마가 놀라지 않기를 바라며 운전대를 잡았다. 두 아들 역시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살아가면서 행여라도 이런 일을 겪게 된다면 상대방도 너그러운 마음이길 기도했다. 차가 긁힌 문제라 남편에게 조심스럽게 전화했다. 내 설명을 쭉 듣던 남편은 “잘했어, 걱정하지 말고, 조심히 운전해서와”라는 말에 마음이 놓였다.
다음 날도 변함없이 딸을 데리러 학교에 갔다. 주차하고 내리려는데 멀리서 나를 발견하고는 누군가가 다가왔다. 어제 아이와 함께 있던 어른 중 한 명이었다. “안녕하세요. 괜찮아요? 보통은 그런 일이 있으면 경찰을 불러 조서를 쓰고 의료보험혜택을 받거나 아이의 부모를 찾아가는데. 아무런 보상도 받지 않고 선뜻 보내는 걸 보고 놀랐어요. “ ”저에게도 두 아들이 있어요. 자전거를 타고 등. 하교해요. 만약 내 아들이라면 이란 생각에 아이를 조용히 보낼 수 있었어요 “ ”당신은 따뜻한 마음을 가졌어요.”라며 가볍게 인사를 했는데. 나와 발걸음이 같았다. 학교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학교에서 일하는 관계자 분이었다. 작은 선의는 부메랑이 되어 딸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