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증후군 아이들 대부분이 면역력이 약하다고 한다. 딸 역시 잦은 병치레로 소아과를 자주 가야 했다. 겨울이면 감기를 달고 살았고, 여름에도 조금만 서늘하다 싶으면 손발이 차가웠고 영락없이 감기에 걸렸다. 학교 다니는 첫째는 바이러스를 가지고 들어왔다. 튼튼 체질의 첫째에게는 별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다희는 영향을 받았다. 어느 날에는 눈병이 또 어느 날에는 기침감기로, 아니면 콧물감기로 가래가 생겨 숨쉬기 어려운 날도 있었다. 온갖 질병이 로테이션 돌 듯이 다희는 아팠다. 잔병치레는 일상이었다.
딸은 심장 수술도 했고 퇴원 후 이유 모를 경련으로 또 입원했다. 이후에도 소화 기능이 약해서 토사곽란으로 병원 입원을 무려 4차례나 더 했다. 잔병치레는 그렇다 하더라도 제발 입, 퇴원만이라도 하지 않기를 바랐다. 집을 자주 비우는 엄마로 집은 점점 엉망이 되어갔다.
장난감은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고, 빨래는 산을 이루고, 어느 것 하나 온전한 것이 없었다. 아이들 또한 엄마 없는 티를 냈다. 첫째는 초등학교를 갓 입학한 시점이었다. 낯가림이 심한 아이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니 수업 또한 잘 따라갈 리 만무했다. 그러다 보니 수업 진도는 뒤처졌다. 첫째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바로 아빠와 함께 병원으로 숙제를 챙겨 왔다. 아빠와 숙제를 하면 되는데 꼭 엄마와 함께 해야 한다고 우기는 첫째를 말릴 수 없었다. 어려서부터 아빠를 좋아하고 잘 따랐지만 놀 때 빼고는 무조건 엄마의 손길을 원했다.
둘째는 유치원에 대기자 명단에 있었는데 유치원에 자리가 생겼다며 연락이 왔다. 유치원 적응 기간인 일주일은 부모 중 한 명이 함께 유치원에 다녀야 했다. 병원에 있는 다희도 중요했지만 아직 어린 둘째에게도 엄마가 필요했다. 남편과 시간을 나눠 번갈아가면서 둘째 유치원을 적응시켰다. 한국말만 쓰던 녀석은 갑자기 받아들여야 하는 독일어에 당황해했다. 유치원 적응 기간 내내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딸은 피곤도 많이 느꼈다. 장시간 외출을 하고 돌아오면 기절하듯 잠들었다. 일주일에 두 번 있는 물리치료가 있는 날에는 어떤 약속도 잡을 수 없었다. 물리치료는 30분뿐이었지만 딸에게는 그리 짧은 시간은 아니었나 보다. 30분 내내 힘들어서 우는 날이 더 많았다. 우는 딸응 안고 달래다 보면 30분 중 15분만 겨우 물리치료를 받고 오는 날이 다반사였다.
두 아들은 한창 에너지 넘치는 나이여서 밖에 나가야 했다. 딸에게 온 신경을 쓰다 보니 두 아들을 데리고 나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남편이 아이들을 챙겨 자주 데리고 나갔지만 두 아들은 엄마도 함께 하기를 원했다. 딸이 감기 걸리진 않을까 난 늘 노심초사였다. 그럴 때마다 나와 남편은 늘 싸웠다. 남편은 내가 딸만 너무 감싼다고 말했고 나는 딸의 간호가 항상 내 몫임을 강조했다.
남편과의 말다툼보다 내 마음을 더 힘들게 했던 건 앞으로 얼마나 더 병원에 자주 가야 하는지 모를 불안감이었다. 소소한 작은 행복을 누리고 싶었다. 다섯 식구 함께 여행 가기, 외식하기, 동물원 가기, 박물관 가기. 이 모든 게 우리에게는 사치였다. 내 마음은 깊은 구렁텅이로 빨려 들어갔고, 언제까지 지탱할 수 있을지 몰랐다. 모두 잠든 밤이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숨죽여 울며 기도했다. ‘하나님 아버지 건강하게만 해주세요. 그 어떤 것도 바라지 않아요. 그저 건강하게만 해주세요.’ 눈물이 베개에 스며들었다.
간절함이 전해졌을까. 한국에 있는 친정 고모에게서 연락이 왔다. 고모는 나에게 조심스럽게 글리코 영양소에 대해 이야기했다. 당시 고모부는 건강이 나빠져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글리코 영양소를 먹고 많이 건강해졌다고 했다. 고모는 내게 이미 한국에서 글리코 영양소를 먹고 자란 다운 천사가 있다는 설명도 해주었다.
글리코 영양소를 알아보게 되었다. 독일에 살고 있는 친구의 추천으로 독일어 번역본인 'SonnenKind'책을 읽게 되었다. 그 책에는 엄마가 다운 천사 딸의 건강을 위해 글리코 영양소를 먹인 경험담이 쓰여있었다. 건강뿐 아니라 인지면에서도 변화가 일었다고 한다. 지금은 다운 천사 성인이 되어 건강히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아기인 다희에게 먹일 거라 신중했다. 자료들을 더 찾아봤다.
우리 몸에는 60~100개 조의 세포가 있고 세포 털인 섬모가 있다. 섬모 세포는 주변을 감지해서 면역세포에게 전달한다.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세포들에게 하나하나를 공유한다. 어떠한 부분에서 섬모가 끊어지면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쉽게 말해 기능이 망가져 다른 세포들에게 전달이 잘되지 않는다. 나쁜 세포가 들어와도 저항하지 못하게 된다. 그게 바로 우리 몸의 질병이 생기는 원인이다. 우리 몸에는 3~5천 개의 비정상 세포가 정상 세포를 위협한다. 비정상 세포가 생기면 면역세포가 감지하게 된다. 면역 세포가 제거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세포의 섬모가 망가지면 몸도 건강하지 못한다. 건강하고 튼튼한 면역세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다운 천사 딸을 위해 영양소를 먹이기로 했다. 그렇게 다희는 글리코 영양소를 먹기 시작했다. 한 달이 두 달이 되고 세 달이 되며 다희는 건강해져 갔다. 다희는 8개월부터 글리코 영양소를 섭취해서 24개월이 되면서는 더 이상 병원에 입원하지 않았다. 다섯 식구가 함께 하는 소소한 일상의 꿈이었던 가족여행도, 외식도, 동물원 가기, 박물관도 함께 하나씩 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