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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존더스 Dec 18. 2021

독일은 어는 것 하나 허투루 하는 법이 없다.

다희가 유치원 적응 기간 동안 함께 유치원을 다니며 나는 구석진 자리에 앉았었다. 선생님이 배려해줘서 내 지정석이 있었다. 책을 가져가서 읽기도 하며 아이들 이름과 얼굴을 익히기도 했다. 다희와 한 달 유치원 다니다 보니 생일을 맞이한 아이, 또는 선생님을 볼 수 있었다. 생일을 맞은 어린이 펠릭스 그리고 며칠 후 유치원 선생님 라우라가 생일이었다. 아이 생일 때에는 그 아이 엄마가 직접 만든 케이크를 가져왔다. 정성 들인 케이크를 보니 과거 내 모습이 떠올랐다.  


큰아이가 유치원에서 맞이하는 생일을 멋지게 해주고 싶었다. 독일 엄마들처럼 정성 들여 케이크를  만들어 보겠다며 부엌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시간만 허비하고  결국은 케이크가 아닌 시판용 머핀을 사다가 만들어 가져 갔다. 그 생각에 혼자 피식 웃음이 났다. 선생님 라우라 생일 때에는 부모들이 소량의 돈을 모아 삼 만원 가량의 작은 선물을 했다. 정성 들인 엄마들 친필이 들어간 카드와, 들꽃 다발, 작은 선물은 독일스러웠다. 독일인들은 꾸미지 않은 수수한 옷을 즐겨 입는다. 그 들과 닮은 선물이었다.


유치원 새 학기가 시작되면 한 달 안에 학부모 회의 날짜가 잡힌다. 학부모회의 날이 되면 이미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아이의 부모도 오고 나처럼 처음 등록해서 다니기 시작한 아이의 엄마도 온다. 모두가 모이면 자기소개를 한다. 나는 초면인 그들 앞에서 멋쩍은 인사와 자기소개를 간략하게 한다. 큰 아이 때부터 매번 해왔지만 여전히 어색하다.


독일 문화는 아빠와 공동육아다 보니 아빠들 참석률도 높다. 우리 집도 나만 참석하는 것이 아닌 때로는 남편도 참석한다. 독일의 학부모 회의는 토론에 가깝다. 짧고 간결하게 끝내면 좋으련만 1시간은 기본이다. 반장 엄마를 뽑고 앞으로 방향성과, 1년 유치원 활동 계획에 대해 담임선생님이 이야기한다. 그때부터 궁금한 사항, 질문과 의견들이 오고 간다. 듣다 보면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 같은데 다들 신중하다.


독일은 개인 정보가 철저해서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찍는 단체 사진에도 부모 동의서가 있어야 한다. 유치원 홈페이지에 활동사진을 올리려 해도 부모 동의서가 있어야 한다. 동의하지 않으면 그 아이 사진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다. 개인 핸드폰 번호 또한 쉽게 교환하지 않는다. 주로 이메일 주소를 교환한다. 핸드폰으로 하는 학부모 그룹 채팅 방이 활성화가 된 건 코로나가 시작되면서부터다. 그전에는 반장 엄마를 통해 선생님의 의견을 이멜일로 받았다. 학부모 의견 또한 반장 엄마가 선생님에게 전달했다. 지금은 그룹 채팅 방으로 편하게 전달사항이 오고 간다.


독일 유치원은 아이를 데리러 갈 때 아무나 데리러 갈 수 없다. 유치원 등록 서류에  아이를 데려다주고 데리러 오는 사람 이름을 쓰게 돼있다. 아빠, 엄마, 이외의 직게 가족 아니면 가까운 지인의 이름을 쓴다. 엄마, 아빠가 피치 못한 상황에 대신 데리러 갈 수 있는 또 다른 사람의 이름이다. 작성하지 않은 사람이 데리러 가면 아무리 친 삼촌이어도 아이를 보내주지 않는다. 삼촌이 데리고 가고 싶다면 부모가 작성한 위임장이 필요하다. 학교는 만 9살까지는 데려다주고 데려와야 한다. 만 10살이 되고 부모 동의서가 있다면 혼자 다닐 수 있다.


만 10살의 큰 아들은 친구 집에 놀러 가고 싶다면 친구의 엄마와 약속 날짜와 시간을 잡아야 한다. 가까운 거리에 친구 집이 있다면 혼자 갈 수 있다. 대신 친구 집에 잘 도착했는지를 엄마들끼리 연락한다. 친구 집을 떠나올 때에도 마찬가지로 엄마들끼리 연락한다. 하지만 아직 어린 만 5살인 둘째는 친구 집이 아무리 가까워도 혼자 보낼 수 없다. 가더라도 엄마인 내가 데려다주고 데려와야 한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하는 법이 없는 독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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