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다운 천사' 다희의 지원금 관련 서류를 작성을 위해 Pflegerin(플레거 린)을 만났다. 관련 서류를 관리하며 도와주는 사람이다. 사무실이 바로 유치원 앞에 있어 다희를 유치원에 데려다주며 만났다. 유치원 선생님도 자리에 함께 했다. 우리는 다희의 발달상황을 체크했다. 말은 잘 듣는지, 자기감정을 표현하는지, 혼자 밥을 먹고 옷을 입는지, 혼자 잠을 자는지, 계단 오르내리기가 가능한지 등을 꼼꼼하게 확인했다. 나만 큼이나 다희를 잘 아는 유치원 선생님이 도와준 덕에 서류 작성은 10분 만에 끝났다. 나는 다희가 듣고, 감정 표현하고, 혼자 밥 먹고, 옷 입는 일상을 평범하다 여겼다. 서류 작성을 통해 Plegerin(플레거 린)과, 선생님은 다희가 많은 일을 혼자 해낸다고 말했다.
다희는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러 가자' 하면 세면대로 간다. 높은 세면대에서 씻기 위해서는 높다란 이케아 발판이 필요하다. 발판을 끌어다가 '영차' 하며 올라간다. 물을 틀어 작은 손으로 고양이 세수하듯 대충 얼굴을 닦고 내려온다. 수건걸이에서 수건을 걷어다 얼굴을 닦는다. 쓴 수건은 다시 수건걸이에 걸고 나서 나를 처다 본다. 손이 닿지 않는 로션 통을 꺼내 달라는 신호다. 펌프 형 로션 통을 바닥에 꺼내 준다. 다희는 건식 화장실 바닥에 앉아 로션 통을 '꾹' 누른다.
힘 조절로 로션이 많이 나올 것 같아 손을 뻗어 도와주려 하면 싫어한다. 스스로 하며 만족감을 느끼는 다희는 로션이 많이 나와도 혼자 하기를 원한다. '그래, 혼자 하는 건 좋은 거니깐. 많이 나오면 나도 바르지 뭐.' 라며 혼자 하게끔 기다려준다. 로션을 다 바르면 방으로 돌아와 다희는 옷을 갈아입는다. 바지부터 벗고 밤새 차고 잤던 팬티 형 기저귀를 벗는다.
다희는 바지를 입고 양말을 신는다. 잠옷을 벗고 티셔츠를 입을 차례다. 다희가 충분히 시도해 볼 수 있게 기다려준다. ‘낑낑’ 거리는 모습이 귀엽다. 2분 정도 지났을까. '엄마'를 부른다. 그때에는 내가 도와줘도 짜증을 내지 않는다. 옷을 입으며 헝클어진 머리를 위해 나는 머리빗을 가져온다. 다희는 자기가 한다며 빗을 뺏는다. 다희 혼자 어설프게 머리를 빗게 내버려 둔다. 나가기 직전에 마무리만 잘해주면 된다.
두 아들도 학교 갈 준비가 다 되었다. 두 아들은 왁자지껄 시끄럽게 신발장으로 간다. 우당탕 거리며 신발을 꺼낸다. 우리 가족은 다희 손이 닿는 맨 아래 칸을 항상 비워둔다. 가족의 배려에 다희는 편하게 신발을 꺼낸다. 다희의 신발은 찍찍이로 붙였다 뗐다가 쉬운 신발이다. 혼자 신고 벗기를 할 수 있게 다희 신발은 항상 찍찍이로 구입한다.
삼 남매는 대문을 나선다. 첫째는 성큼성큼 앞장서서 걷고, 다희는 종종걸음으로 오빠를 따라잡으려
애쓴다. 둘째는 느긋하게 맨뒤에 간다. 걸어가는 모습 속에 성격이 묻어난다. 성격 급한 첫째, 욕심 많은 다희, 느긋한 둘째. 아이들 모습에 미소가 지어진다. 아이들을 바라보니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든다. '다운 천사' 다희가 배밀이를 시작할 때 기기가 될까? 잡고 일어서기는? 걸음마는? 이라며 쉼 없이 걱정했었다. 그런 다희는 자라나 혼자 옷을 입는다. 53개월 , 만 4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