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두 아들은 자라나며 인지하고 학습하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상황에 따른 공감을 배우며 자랐다.
두 아들을 키우며 봄에는 민들레 꽃 씨를 불어 날리는 놀이를 했다. 파릇파릇 돋은 새싹을 쪼그려 앉아 관찰했다. 아이들이 처음 보는 새싹이 궁금하다 하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들어가 이름을 알아봤다. 아이들은 사뭇 진지했다. 알려준 식물의 이름을 되뇌며 생각했다.
여름에는 놀이터에 가서 흙 놀이를 했다. 내 어린 시절 자주 하던 놀이 두꺼비 집 만들기를 아이들과 함께 했다. '두꺼바 두꺼바 헌 집 즐께 새집다오' 아이들은 신기해했다. 비가 오면 첫째는 비 맞으러 나온 달팽이를 병에 담아 집으로 데려왔다. 몇 날 며칠 우리와 함께 지냈다. 드높은 가을 하늘을 바라보다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기라도 하면 첫째는 "한국 가는 비행기인가?"라며 궁금해했다. 둘째는 "지금 우리가 보는 하늘이 한국과 연결이 되어있어?"라며 진지했다. 푸르렀던 잎의 색이 물들어 가는 걸 보며 하나님의 섭리를 느꼈다. 겨울이 오면 아이들은 "눈이 많이 내리게 해 주세요." 라며 기도했다. 눈이 조금이라도 흩날리면 강아지 마냥 뛰어 나갔다.
'다운증후군' 다희 또한 자연과 벗 삼아 자란다. 낮은 나무에 올라타기도 하고, 길가에 부러진 나뭇가지를 질질 끌며 걷기도 한다. 비가 오면 빗물 웅덩이에 뛰어들어 옷을 다 젖신다. 나무 타기를 하면 모든 근육을 쓰게 된다. 나뭇가지를 질질 끌고 걷다 보면 손과, 팔에 힘도 길러진다. 웅덩이에 뛰어들 때는 다리에 힘을 주며 중심을 잡는다. 근육이 약한 '다운증후군' 다희에게는 좋은 놀이다.
집에서 놀 때도 마찬가지다. 이층 침대 사다리를 오르기 놀이를 한다. 클래식 음악을 틀고 오빠들과 왈츠를 춘다. 피아노를 두들기며 소 근육을 자주 움직인다. 인지 발달에 도움 되니 일석이조다. 공부하는 오빠들 틈에 앉아 그림 그리기를 한다. 미술 시간이 끝나면 공작 시간으로 넘어간다. 가위와 풀을 이용하며 멋진 작품도 만든다. 스카치테이프를 이용해 종이를 붙이다가 이네 온몸에 덕지덕지 붙인다. 또 다른 놀이가 생겨난다. 성악가 아빠가 불러 주는 노래를 들으며 흥얼거린다. 큰오빠가 읽어주는 동화책에 집중하다 빨려 들어가기도 한다.
사실 다희를 낳고 '다운증후군'이라 걱정이 많았다. 보통 아이들은 한 단어를 2천 번 들어야 그 단어를 안다고 한다. 다희에게 4천 번 말해야지 라며 다짐했다. 배나 더한 노력을 해야겠구나 의무감마저 들었다.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되었다. 인위적으로 반복해야 배우는 게 아니라 사랑 안에서 자연스럽게 배운다는 것을. 다희는 무엇이든 경험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경험 속에서 인지하며 이해한다. 다희만의 시간이 조금 늦을 뿐이지 다 해낸다. '다운증후군' 다희는 그저 평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