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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존더스 May 07. 2022

독일에서는 만 10살에 면허를 딴다.

독일에서는 아이가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면 발로 밀며 가는 자전거를 Laufrad(라우프 라트)를 태운다. 3살에서 4살쯤에는 보조바퀴가 달린 자전거를 탄다. 만 6살쯤에는 보조바퀴도 없이 '슝슝' 날아다닌다. 자전거는 이들에게 생활의 일부분이다. 자전거 도로도 따로 있지만 없는 곳에서는 자동차 길에 자전거도 함께 간다. 처음 자동차 운전을 시작할 때 자전거와 함께 신호를 받는 게 어색했다. 자전거의 깜빡이는 오른팔, 왼팔이다. 좌회전으로 가려면 왼팔을, 우회전으로 가려면 오른팔을 쭉 뻗어 뒤 따라오는  자동차나, 자전거에게 수신호를 준다.


pixabay


자전거가 우선시되는 독일에서는 교통 규칙들을 익히기 위해 초등학교 3학년부터 교과과정에 자전거 수업이 들어간다. 3학년 1학기 때는 자전거 실기 교육을 받는다. 안전을 위해 헬멧을 쓰고 형광색의 안전 조끼를 입는다. 자전거 수업이 있는 전날 단체문자 방에 반장 엄마가 공지를 올려준다. 한 학생도 빠짐없이 자전거를 챙겨 오라는 공지다. 필기 수업 또한 받는다.


알려준 인터넷 싸이트

학교서 필기 수업을 들었다면 집에서도 이어서 공부 할 수 있게 한다. 필기 문제집과, 문제를   있는 사이트를 학교에서 알려준다. 문제는 다음과 같다.

1.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우측에서 차가 나오면 자전거가 우선인가? 우측 자동차가 우선인가?

2. 횡단보도를 건널 때 자전거를 타고 건너야 하나요?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가야 하나요?

3. 길목에서 맞은편 차가 오면 자전거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등등 자전거가 지켜야 하는 교통 법규에 대한 것이다.


3학 2학기가 되면 실전 실기연습을 위한 지도를 준다. 거리는 2.5km이다. 그 구간 안에는 신호등, 로터리,

STOP 도로 표지판이 있다. 부모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연습에 동행한다. 나는 자동차 운전은 하지만 자전거는 서툴다. 첫째 자전거 연습은 남편이 도맡았다. 첫째는 미리미리 길을 익혔다. 신호대기는 어디서 하는지, 로터리 구간은 어디며, STOP 도로표지판은  어디쯤에 있는지 머릿속에 그려 넣었다.


pixabay

긴장이 많은 첫째를 위해 남편은 쉬는 주말을 반납했다. 그 덕분에 첫째는 눈감고도 갈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형 따라서 자전거를 타던 1학년 둘째에게는 조기교육이 됐다. 시험 며칠 전 벼락치기하는 녀석들은 어느 나라나 있기 마련이었다. 이제 길을 익히겠다며 나온 첫째의 친구를 위해 첫째는 멋지게 앞장서서 길을 안내했다. 코가 석자인 친구는 길을 익히며 외우기 바빴다.


필기시험

9월에 새 학기가 시작되는 독일에서는 3월이 되면

2학기가 된다. 4학년 2학기인 첫째는 올해 4월에 반 전체 아이들과 함께 필기시험을 봤다. 높은 점수로 합격했다. 5월 초에는 Fahrrad prüfung(파하트 푸리풍) 자전거 실기 시험을 봤다. 긴장한 첫째는 아침도 제대로 못 먹고 새하얘진 얼굴로 집을 나섰다. 자전거를 끌고 가는 첫째의 등을 토닥이며 ‘파이팅’을 외쳐보지만 도움은 되지 못했다.


미리 며칠 전부터 교육받은 일일 도우미 학부형도 함께였다. 교육받은 학부형과, 경찰은 실기 시험을 위해 5미터 간격으로 떨어져서 아이들의 안전을 살폈다. 이름의 알파벳 순으로 시험이 시작됐다. 안 (An)씨인 첫째는 두 번째였다. 2라는 큰 숫자가 쓰인 형광 조끼를 입고 출발했다.


신호 대기 구간에는 빨간불이면 멈춰 서고 초록불이 되면 출발한다. 로터리 구간 안에서 돌고 빠져나갈 때에는 나가려는 방향으로 팔을 뻗어 수신호를 보낸다. STOP 도로표지판 구간에서는 자전거를 탄 상태로 한쪽 발만 땅에 내려놓고 좌우를 살피고 차가 없으면 출발한다. STOP 도로표지판이 없는 사거리 구간에서는 항상 오른쪽 차선이 우선이다. 경찰은 이 모든 걸 매의 눈으로 지켜봤다.

자전거 면허증과, 경찰이 자전거에 붙여준 스티커

시험이 끝나고 돌아오는 첫째는 비로소 웃을 수 있었다. 실기시험 합격 스티커를 경찰이 자신의 자전거에 붙여주었다며 어깨가 으쓱였다. 이틀 후 자전거 면허증도 받아왔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하는 독일이 아니었다. 사실 난 정석대로 해야 하는 고지식한 독일인들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정석대로 가야 하니 시간은 배나 걸렸다. '빨리빨리'를 외치는 한국인 나는 그 부분이 참 힘들었다. 첫째의 자전거 시험을 통해 그 정석대로를 부정하지 않기로 했다. 아이의 안전을 위함이라 여겨지니 되려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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