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5월 하면 가정의 달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5월 5일을 시작으로 가정의 달 행사가 시작된다. 한국의 어린이날은 5월 5일 온전히 어린이를 위한 날이지만 독일의 어린이날은 조금 의미가 다르다. 심지어 공휴일도 아니다. 6월 1일 국제 어린이날은 1925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있었던 아동 복지를 위한 세계 회의에서 제정됐다. 전 세계 약 50여 개국에서 기념하는 어린이날은 6월 1일 국제 어린이날이라고 한다.
6월 1일에 어린이날을 기념하는 곳은 보통 공산주의 국가였다고 한다. 독일이 통독되기 전 동독이었던 드레스덴에서는 첫 어린이날을 기념하기 위해서 1950년 6월에 어린이 철도가 개통되었다고 한다. 독일의 어린이날은 9월 20일이다. 옛 동독지역에서는 여전히 6월 1일을 기념한다. 주마다 지역마다 어린이날 행사가 다르다. 9월 20일 브레멘 지역은 매년 개학 한 주 전 일요일에 어린이날 행사를 해온다고 한다.
독일에서는 5월 8일은 Muttertag(무터타그) 어머니 날이다. 어머니 날은 영국과 미국 등 기독교 국가에서 전해졌다. 기독교 국가에서는 어머니 주일을 지키는 종교적 관습이 있었는데 국가적으로 기념하기 시작한 것은 제28대 대통령 토머스 우드로 윌슨에 의해서라고 한다. 독일도 같은 날로 지정되어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어머니 날에는 예쁜 꽃다발을 받는다. 그리고 멋진 레스토랑에 예약해서 온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한다. 첫째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이맘때가 되면 엄마를 위한 선물을 만들어 왔다. 1학년 때 처음 받았던 선물은 아직도 기억난다. 다 먹은 잼 유리병에 색색의 알록달록 색종이를 붙여 그 안에 작은 초를 넣어주었다. 삐뚤빼뚤 하게 쓴 독일어 편지도 함께였다. 1학년 때 고사리같이 작은 손으로 썼던 편지를 받고 울컥했었다.
아버지의 날 Vatertag(바터탁)은 Christi Himmelfahrt(크리스트 힘 멜파 알트)는 예수님 승천일과 같다.
예수님 승천일은 해마다 다르다. 올해의 아버지의 날은 5월 26일이다. 내년에는 5월 18일이고, 내 후년에는 5월 9일이다. 엄마보다 아빠에게는 감사하는 마음이 조금 옅은 것 같다. 어머니 날처럼 크게 뭘 하지 않는다. 대신 집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다.
스승의 날은 10월 5일이다. 1994년 유네스코는 10월 5일을 세계 교사의 날로 정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내 기억 속의 스승의 날에는 선생님을 위한 선물이 교탁 위에 한 가득했다. 그날에는 유독 엄마가 신경을 많이 썼던 게 기억난다.
그 당시에는 선생님의 차별도 있었기에 내 자식을 잘 봐달라는 의미로 선물은 크고 대단했다. 김영란법이 생기며 달라졌다고 들었다. 독일도 마찬가지로 김영란법과 같이 비슷한 법이 있다. 선물을 줄 수 없다. 다만 소량의 돈을 모아서 선물을 살 수 있다. 학급에서 한 아이당 1유로 (1400원)의 돈을 모은다. 학급당 24명이니 모으면 24유로(32000원)가 된다. 반장 엄마는 모아진 돈으로 선생님을 위한 작은 선물과 카드를 준비한다. 카드에는 선생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반 아이들 이름이 깨알같이 적혀있다.
선물에서도 소박하고 검소한 독일인들의 성품이 묻어난다. 작은 정성이 모아진 선물을 선생님은 기뻐 받는다. 독일의 선물 문화는 수수하다. 초대받아 가게 되는 집에 직접 구운 쿠키를 가져간다. 아니면 6000원 안팎의 작은 꽃 화분, 꽃다발을 가져가기도 한다. 생일 선물로는 주인공에게 필요한 걸 물어봐서 선물한다. 서로 부담되지 않는 선물 문화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