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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존더스 May 20. 2022

독일 수영장에는 수영모가 아닌 털모자를 가져간다

독일 초등학교는 2학년 2학기가 되면 교과과정에 체육처럼 수영이 들어간다. 대부분 독일 엄마들은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전에 수영 레슨을 보낸다. 그 이유는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가르쳐 주지 않아서란다. 나도 그런 줄 알고 첫째를 수영 레슨에 보냈다. 아이가 학교에 다니며 보니 학교에서도 잘 가르쳐 준다는 걸 알았다. 다만 미리 배워두면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었다.


수영에는 등급이 있다. 제일 먼저 받는 건 Seepferdchen(지페어트헨) 해마다. 물에 동동 떠있는 해마이기에 겨우 물에 적응한 아이들에게 준다. Bronze (브론즈) 청동 , Silber (실버)은 , Gold (골드) 금 이렇게 순서대로 올라간다. 대부분 아이들은 초등학교 입학 전에 Seepferdchen(지페어트헨) 해마, Bronze (브론즈) 청동을 딴다.

수영여권 브론즈,청동, 은, 골드를 딸때마다 도장을 받는다

엄마들은  가르친다고 소문난 선생님을 찾아다닌다. 나는 이미 아이를 키워낸 지인에게  가르치는 생님을 소개받았다. 유명한 선생님이라 레슨 자리가  때를 기다렸다. 첫째가 초등학교 입학하고    연락을 받았다.  당시 둘째는  돌이  지났고, 셋째는 생후 3개월이었다.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일단 시작은 해보자며 마음을 먹었다. 첫째는 고집이 세고 새로운 환경에 거부감이 컸다.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수영장 입구에서부터 주저앉아 들어가기를 거부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런 첫째의 반응은 새로운  배울 때마다 나타났다.


그때마다 아이와 힘겨루기를 했다. 지친 난 개인 레슨을 모두 포기했다. 하지만 수영에서 만큼은 물러 설 수 없었다. 이젠 초등학생이다. 포기가 반복된다면 도망가는 아이가 될 것이다. 이번만큼은 첫째에게 단호했다. 그럴수록 첫째는 더 악을 쓰며 울었다. 이미 등록해서 환불은 불가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선생님은 "오늘은 그냥 가고 다음에 다시 와요. 아이가 거부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그 말에 기운이 쪽 빠졌다.


운전해서 집으로 가는 차 안. 둘째는 졸려 칭얼거리고, 생후 3개월 셋째는 배고프다고 울어댔다. 내가 누굴 위해 이 고생을 하나 싶어 눈물이 차올랐다. 첫째가 미웠다. 수영 레슨은 일주일에 한 번있었다. 다음 수영 레슨을 위해 난 일주일 내내 첫째의 귀에 몫이 박히도록 설명했다. “미리 수영을 배우면 너에게 도움이 될 거고, 학교에서 수영 배울 때 쉽게 따라갈 수 있을 거야. 혼자 가는 것도 아니고 단짝 친구도 함께 하니 용기 내서 해보는 거야?”라는 내 말에 첫째는 고개만 끄덕였다. 일주일이 지났다. 아기 띠에 셋째를 안고 한 손에는 천방지축 둘째 손을 부여잡았다. 나머지 한 손에는 첫째의 수영가방을 들었다. 차에 아이 한 명씩을 태웠다.


Seeferdchen (해마)


수영장에 도착했고 첫째는 여지없이 고집을 부리며 소리를 질렀고 결국 선생님은 레슨비를 환불해 주었다. 시간은 흘러 첫째는 2학년이 되었다. 친구들은 Seepferdchen(지페어트헨) 해마 Bronze (브론즈) 청동까지 땄다. 첫째만 없었다. 자기만 없다는 사실에 위기감을 느꼈다. 수영 레슨을 받고 싶어 했다.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은 전에처럼 그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된다며 단호했다. 첫째는 스스로 다짐해서 인지 어떠한 반항도 하지 않았다. 순종적으로 수영 레슨을 잘 받았다. Seepferdchen(지페어트헨) 해마, Bronze (브론즈) 청동 까지 따냈다.


Bronze (청동)


학교에는 수영장이 없다. 수영 수업이 있는 날에는

Städtische Schwimmbad(스테트리세 수뷘바트) 시립 수영장으로 이동한다. 학교버스가 와서 아이들을 데려간다. 세 명의 선생님이 그룹을 나눠 가르친다.

아무것도 없는 그룹, Seepferdchen(지폐 허트 헨) 해마 그룹, 그 이상의 그룹으로 나뉜다. 학교 수업을 통해 아무것도 따지 못한 아이들은 Seepferdchen(지페어헨) 해마를 딸 수 있다. 그렇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첫째는 미리 따뒀던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


첫째의 털 모자


한국에서는 수영모가 필수라면 독일에서는 털모자가 필수다. 독일 수영장에서는 수영모를 쓰지 않는다. 아이들이 스스로 씻고 나와야 하니 머리를 제대로 말릴 수도 없다. 여름에는 상관없지만 겨울에는 학교 규칙상 꼭 털모자를 쓰게 한다. 수영 수업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오는 아이들 머리에는 털모자가 씌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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