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야...

삶을 짓는 문장 69. <엄마의 유산> 출간.

by 모카레몬
호기심.jpg


함박눈이 내릴 때면
넌 내게 아픈 시로 오는구나

When the heavy snow falls,
you return to me as a painful poem






아이야.


이 편지를


쓰고... 지우고...


또 쓰고... 지우고...


그리고 쓰고... 지우고... 썼단다.



지켜주지 못해서

끝까지 안아주지 못해서

너의 울음을 단 한 번도 밖으로 꺼내 주지 못해서

난 오늘도 여전히 미안하구나.


너의 엄마가 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엄마처럼 살아온 엄마야.


엄마는 흰빛이 가득한 겨울을 보내고

또 연둣빛 봄을 맞이할 때마다

학교에서 수많은 아이들 틈에서 너를 찾았단다.


"얘들아"라고 부르며 수백 번, 수천 번

너의 이름을 불렀었지.

너의 얼굴을 찾고 또 찾았지.


이제는

취업도 하고, 예쁜 여자친구 만나서

연애도 할 나이인데...

너는 언제나 내 품으로

늦게 도착하는 사람이었단다.


아이야.

너를 떠나보낸 엄마의 계절은 늘 흰 빛이었다.

함박눈이 내릴 때면

어김없이

넌 내게 아픈 시詩로 오는구나.




엄마의 유산11.jpg < 초판 1쇄 발행. 2025. 12.05. 엄마의 유산 >






늦게 도착하는 사람



외출하지 못한 살림살이 중에는

언제나 닫힌 서랍이 있다


서랍은 방 한구석에 뿌리를 내렸다

작은 빨강 스웨터, 손때 묻은 연필, 귀퉁이가 닳은 책

너의 손바닥만 한 흔적들이

서랍 속에서 점점 더 작아지고 있다


장롱 앞에 몇 번이고 멈춰 선다

손잡이를 당기려다 멈추고

닫힌 문을 한참 보다 돌아선다

칸 사이마다 네가 남긴 것들과

내가 감춘 것들이 잔뿌리처럼 얽혀 있다


서랍을 열 때마다 너의 작은 발이

다시 방 안을 돌아다닐 것 같다

하지만 네모난 공간은 조용하고 너는 거기 없다

남은 것은 먼지가 된 너의 날들뿐


어떤 날은

서랍 속에서 너를 꺼내

거리를 걸으며

멈춘 계절이 아니라

움직이는 꽃을 살고 싶다


닫힌 서랍은 무겁고 너는 늘 늦는다

네가 희미해지는 동안 여전히 서랍 앞에 서 있다


열지 않는 사람처럼

닫지도 못한 사람처럼



나의 유리함을 주께서 계수하셨사오니 나의 눈물을 주의 병에 담으소서

이것이 주의 책에 기록되지 아니하였나이까 (시편 56:1)



O Holy night. Lib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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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벗 되어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을 건너는 동안 행복하시길 바래요.


대문사진. pixabay.

사진. by mocale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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