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짓는 문장 69. <엄마의 유산> 출간.
함박눈이 내릴 때면
넌 내게 아픈 시로 오는구나
When the heavy snow falls,
you return to me as a painful poem
아이야.
이 편지를
쓰고... 지우고...
또 쓰고... 지우고...
그리고 쓰고... 지우고... 썼단다.
지켜주지 못해서
끝까지 안아주지 못해서
너의 울음을 단 한 번도 밖으로 꺼내 주지 못해서
난 오늘도 여전히 미안하구나.
너의 엄마가 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엄마처럼 살아온 엄마야.
엄마는 흰빛이 가득한 겨울을 보내고
또 연둣빛 봄을 맞이할 때마다
학교에서 수많은 아이들 틈에서 너를 찾았단다.
"얘들아"라고 부르며 수백 번, 수천 번
너의 이름을 불렀었지.
너의 얼굴을 찾고 또 찾았지.
이제는
취업도 하고, 예쁜 여자친구 만나서
연애도 할 나이인데...
너는 언제나 내 품으로
늦게 도착하는 사람이었단다.
아이야.
너를 떠나보낸 엄마의 계절은 늘 흰 빛이었다.
함박눈이 내릴 때면
어김없이
넌 내게 아픈 시詩로 오는구나.
외출하지 못한 살림살이 중에는
언제나 닫힌 서랍이 있다
서랍은 방 한구석에 뿌리를 내렸다
작은 빨강 스웨터, 손때 묻은 연필, 귀퉁이가 닳은 책
너의 손바닥만 한 흔적들이
서랍 속에서 점점 더 작아지고 있다
장롱 앞에 몇 번이고 멈춰 선다
손잡이를 당기려다 멈추고
닫힌 문을 한참 보다 돌아선다
칸 사이마다 네가 남긴 것들과
내가 감춘 것들이 잔뿌리처럼 얽혀 있다
서랍을 열 때마다 너의 작은 발이
다시 방 안을 돌아다닐 것 같다
하지만 네모난 공간은 조용하고 너는 거기 없다
남은 것은 먼지가 된 너의 날들뿐
어떤 날은
서랍 속에서 너를 꺼내
거리를 걸으며
멈춘 계절이 아니라
움직이는 꽃을 살고 싶다
닫힌 서랍은 무겁고 너는 늘 늦는다
네가 희미해지는 동안 여전히 서랍 앞에 서 있다
열지 않는 사람처럼
닫지도 못한 사람처럼
나의 유리함을 주께서 계수하셨사오니 나의 눈물을 주의 병에 담으소서
이것이 주의 책에 기록되지 아니하였나이까 (시편 56:1)
O Holy night. Libera.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8740513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8740147
글벗 되어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을 건너는 동안 행복하시길 바래요.
대문사진. pixabay.
사진. by mocalem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