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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건너온 선물

삶을 짓는 문장 68.

by 모카레몬


주는 마음이
받는 마음보다 더 깊고 기쁘다

Giving runs deeper than receiving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 아버지!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던 피조 세계가 이제는 보시기에 심히 괴로운 세상이 되었습니다.

물이 물길 따라 흘러감도 하늘의 섭리요, 산이 제자리를 지킴도 하늘의 섭리이며 다수의 꿈이 함께 모여

흐르는 민심의 흐름도 모두 하나님의 섭리인데 우리 인간은 물길을 멋대로 바꾸고, 산을 허물어버리고,

민심의 흐름을 역류합니다. 자연에 순응할 줄 모르고 자연을 극복하려는 저희들의 교만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민심을 외면하는 위정자들에게 하늘의 섭리를 깨닫는 지혜를 주시옵소서.


누군가 널(날) 위해 기도하네. 장혜숙 기도집. 2018.






오렌지 빛 노을이 바래가는 아파트 화단에서

우리 집 주소의 라벨이 붙은 택배상자를 발견하곤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아저씨, 이거 우리 집 건데 제가 가져갈게요!"

택배기사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가슴에 안은 상자가 묵직합니다.


빈틈없이 테이프로 잘 붙여진 상자를 상기된 마음으로 엽니다.

얼굴과 본명도 모르는 귀한 분에게서 받은 것이지요.



<나무에 대한 기억> 책 표지에 분홍색 포스트잇 메모가 붙어 있습니다.

'제목이 지워졌는데... 앞 뒤로 제가 오린 나무 그림이 있어요.'


우리나라의 사계절이 작가의 고운 손끝에서 태어나 북아트 한 권이 되어 병풍처럼 펼쳐집니다.

직접 스케치하고 색을 칠한 후, 종이를 풀로 붙이고 제본을 한 정성 어린 책 한 권입니다.


작가의 어린 여섯 살 이전의 날들이 곳곳에 살아있는 계룡산 숲 속.

나무를 껴안고 맴돌았던 기억.

하루 종일 친구가 되어 놀아주던 나무들.

그녀는 산으로 들어오는 긴 길을 따라 벚나무들이 주욱 늘어섰고, 절간엔 감나무가 많았던 그곳을

병풍 아트북으로 심어 두었습니다.



<나무에 대한 기억 1,2 병풍 아트북 표지>



<나무에 대한 기억> 봄
<나무에 대한 기억> 여름, 가을


<나무에 대한 기억> 겨울



몽환적인 행복- 그것은 참 신비로운 꿈이다.
시간여행이 자유로운 꿈이다. 옛날과 지금의 분별이 없는 시간여행. 그 여행 중에는 미래도 살짝 끼어든다. 길고 짧음을 제대로 느낄 수 없는 시간여행. 눈 깜짝할 찰나에 수 십 년이 흐르고, 수 십 년이 흘렀는데 겨우 한 순간이 지났을 뿐인 그런 시간 여행의 꿈이다.
꿈을 꾸는 동안 친구는 싱싱한 수액을 내게 수혈해 주고 나는 새로운 사람으로 깨어난다.
덕지덕지 낀 세상의 때가 벗어진 몸. 무겁게 달고 다니던 욕심. 보따리를 내려놓은 가벼움,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희망, 그렇게 나는 다시 태어난다.
내 친구 나무의 도움으로. 2007년 9월 ending에서. <나무에 대한 기억 중 발췌>


작가의 인생 한 때를 함께 해 준 숲으로 들어가면, 나무들이 그녀를 먼저 알아봅니다.

켜켜이 덮인 나이테 속에서 옛이야기들을 꺼내어 들려준다는 나무들이 책 한 권에 시간의 여백을 두고

잔잔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듯합니다.




<나무에 대한 기억 1> 봄, 여름, 가을, 겨울
<나무에 대한 기억 2> 봄, 여름, 가을, 겨울




<스티치 샘플북, 도시 실루엣 커팅 작품 박스>


<스티치 샘플북 표지>


<스티치 아트북>을 펼쳐보는 동안, 영월댁 친할머니가 무척 그립습니다.

하얀 광목천에 색실로 한 땀, 한 땀 수놓으시던 주름진 손이 작가의 작품 위로 겹쳐 떠오릅니다.

눈시울이 뜨거워져 천천히 숨을 쉽니다.



< 도시 실루엣 커팅 병풍 아트북 1. 뮌헨 >
< 도시 실루엣 커팅 병풍 아트북 2. 쾰른 >



< Blue Period >



< Blue Period > '직접 그린 것이 들어 있어요. 글은 역시 출간 책에 있고요.'

포스트잇 메모를 볼 때마다 선물로 받을 사람을 얼마나 생각했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작가의 글과 그림을 읽고 보는 동안, 상상한 이미지가 아련하게 떠오르는 아트북입니다.

계절의 감각을 묘사한 글과 더불어 직접 그린 그림들은 음악을 불러들이는 역할을 하는 듯 합니다.






< 고난의 길 아트북 >


< 고난의 길 아트북 >



<고난의 길 아트북>

'사순절에 보면서 기도해요.'라고 적힌 포스트잇을 떼어봅니다.

이 아트북은 예수가 십자가를 지기까지의 과정을 모두 14컷의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십자가 형상으로 제작되었으며, 자유롭게 접히고 펼쳐지는 재미가 있습니다.

작가의 신앙심을 엿볼 수 있지요.

직접 창작한 과정 뿐 아니라 작품을 통해 그녀의 기도생활도 헤아려봅니다.




< 장혜숙 기도집 >


< 장혜숙 기도집 >




위 작품의 주인공은 브런치 morgen 작가님입니다.

그녀의 <아트북> 브런치북의 연재글을 한 편씩 읽은 것으로 인해 귀한 선물을 받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작품을 아낌없이 나누고 싶어 하신 만큼, 받는 저도 무척 감사했지요.

학교에 아이들과 함께 있었다면 어떻게든 좋은 자료로 활용했을텐데, 그 점이 매우 아쉽습니다.

그녀의 순하고 맑았던 창조의 시간이 과거를 넘어 현재의 저에게로 건너 온 소중한 선물입니다.

이 작품은 저보다 더 필요한 작가님과 다시 감사한 나눔을 하려고 합니다.


작가님의 귀한 마음이 담긴 기도와 정성이 저의 마음을 숙연하게 합니다.

이 선물 덕분에 영월댁 친할머니를 기념하게 되었고, 한 사람의 창조의 시간과 정성이

저에게 건너온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신이 하신 기도를 이어서 하라는 거룩한 부담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morgen 작가님, 소중한 작품 나눔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의미 있게 잘 활용하고 나누겠습니다.



각각 그 마음에 정한 대로 할 것이요 인색함으로나 억지로 하지 말지니 하나님은 즐겨 내는 자를 사랑하시느니라 (고린도후서 9:7)


글벗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대문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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