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루가 되는 일은 은총입니다

포켓 속 기도시 3.

by 모카레몬




아파트 초입에 한 나무가 있습니다.


가지는 자연스럽게 위로 오르지 못하고

구십 도로 꺾여 자랍니다.


자기 뜻으로 꺾인 것이 아닐 터인데

선 자리에서 방향을 바꾸어

스스로 하늘을 이어 갑니다.


그 앞을 오래도록 지나왔습니다.


보지 못한 것은

나무가 아니라

나의 눈입니다.


수직으로 곧게 뻗은 것만을

자람이라고 믿었던 날들이

부끄러워집니다.


휘어진 자리도

생이 지나가는 길이라는 것을.


내가 나를 만든 적 없으니

나를 살게 하시는 손길에 감사합니다.


내게 주어진 모양과 꼴로

한 그루가 되게 하소서.




글벗 되어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주말 보내시길 바래요♡


사진. by mocalemon.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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