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뉴욕 냄새

미국여행에서 제일 힘들었던 점 1위

by 김삐끗

"여보! 마마!"


우리 부부는 가끔 길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을 발견하면 그 사람 앞을 지나가기 전 '마마'라고 슬쩍 알려준다.

'마마'는 대마초 냄새를 일컫는 우리만의 은밀한 신호로 이 말을 듣는 순간 숨을 입으로만 쉬기 시작한다.

물론 우리나라는 대마초를 길에서 피우는 사람은 없지만 뉴욕 여행을 마친 뒤 한국에서는 담배주의경보를 '마마'라는 말로 대신한다.


뉴욕에 도착한 첫날, 타임스퀘어 가는 길에 대마초 냄새를 처음 맡았다.

여행 준비하는 1년 내내 뉴욕 여행 후기를 잔뜩 찾아보면서 익히 대마초 냄새의 악명에 대해 알고 있었다.

역시 불쾌함을 자아냈지만 참을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냄새가 정말 자주 나는 것이다. 뉴욕을 여행하는 내내 너무나 자주 냄새를 맡았고 나중에는 머리가 아프면서 주변에 그걸 하는 사람이 없는데도 코끝에서 계속 냄새가 맴돌았다.

평소에도 냄새에 민감한 나는 미국 여행 중 힘들었던 것을 뽑았을 때 3위 안에 이 냄새가 들어갔다.


여행 셋째 날이 되니 슬슬 화가 났다. 아니, 왜 길에서 그걸 피지? 도대체 왜 자기만 생각할까? 남편과 진지하게 논의해 보기도 하고, 코는 가장 피로를 빨리 느끼는 기관이니까 곧 냄새에 익숙해지겠지 다독여봐도 여행이 끝날 때까지 적응이 안 됐다. 길에서 종종 노숙인 분들이 약에 취해 좀비처럼 걸어 다니는 것도 보니 그 냄새가 더 싫어지며 우리나라 좋은 나라를 외치게 됐다.


여행 후반에 간 LA와 샌프란시스코는 그 냄새가 더 심했고, 약에 취한 사람들도 더 많았다.

마약이 합법화되면 이런 모습이 되는구나 싶어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마약 합법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식은땀이 날 정도로 경악했다. 떡볶이에도 중독되는 나약한 인간이 어떻게 마약을 이길 수 있을까.


화려한 도시 뉴욕에는 명(明)과 암(暗)이 분명했다.

타임스퀘어의 전광판이 밝게 빛날수록 그 빛을 등지고 걸어가는 어느 노숙인의 그림자가 점점 더 커졌다.

죄 없는 잎사귀 냄새를 풍기며 그 그림자는 도시의 골목 어딘가로 기어 들어가 몸을 움츠린다.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이었지만 사랑을 잃고 끝이 어디인지 모르는 어둠 속으로 천천히 사라진다. 냄새를 남기고.

뉴욕에서 그 냄새가 짙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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