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이 끊긴 건, 어제 새벽이었다.
불안은 아니었다.
단지, 너무 빨랐다.
기본적인 본능이 작동한 것이라면, 적어도 하루 이틀은 주변을 살피며 머물렀을 것이다.
그런데, 전원을 끈 채로 사라졌고,
신호는 200킬로미터 밖, 강릉에서 처음 다시 잡혔다.
카드 사용은 없었다.
현금 혹은 사전 확보한 수단.
무언가를 알고 있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완전히 모르는 사람의 움직임도 아니었다.
그리고 어제, 다시 서울.
생각보다 빠른 복귀였다.
이동보다 더 눈에 띈 건,
그걸 먼저 알아차린 쪽이 따로 있었다는 점이다.
표면은 평온했지만,
그날 오후, 움직임 속에 묘한 어긋남이 감지됐다.
통제된 흐름 속에서 단 한 명,
표정이 늦게 따라온 얼굴이 있었다.
주호준.
혹은 저우호준.
NK은행 협력사 등록된 외부인.
명목은 납품업자, 실제는 판단 보류.
컴퓨터를 들고 다니는 납품업자는 드물고,
은행 출입 시간과 그의 기기 접속 로그는 언제나 묘하게 엇갈렸다.
혼자 다닌 적 없고, 외부 접촉은 절제되어 있었으며,
2년 가까이 흐트러진 적 없는 표정.
지워진 듯한 표정은 정보세계에선 ‘없다’는 뜻이다.
그가 어제, 잠깐 멈췄다.
정확히는, 표정이 멈췄다.
짧은 정적 뒤, 화면을 바라보던 눈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건 훈련으로 덮을 수 없는 영역이었다.
기계처럼 움직이던 사람이,
한순간 흐름을 놓친 것이다.
왜였을까.
무엇이 그의 표정을 바꾼 걸까.
정보는 완전해야 작동하고,
완전했던 설계가 무너질 때 처음으로 ‘인간’이 드러난다.
백준기.
지금 이 구조 안에 그 이름은 존재하지 않아야 했다.
그의 등장 이전엔 매끄러웠고,
그 이후론 균열이 생겼다.
그건 우리에겐 질문이고,
그들에게는 흔들림이다.
긴 시간, 조율된 흐름을 따라 움직이던 작전.
그 흐름 속에 예정에 없던 단어가 끼어들었고,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남았다.
나는 그 표정 하나로 충분했다.
모든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순간이 있다.
말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감정,
그게 발화점이 되는 일은 종종 있다.
그리고 그런 순간은,
기회라고 부른다.
15. 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