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나에게 쉬어가는 점(옷차림)

[오늘의 단어] 옷차림(오늘의 태도를 먼저 입는 일)

제1장 나에게 쉬어가는 점(옷차림)

[오늘의 단어] 옷차림(오늘의 태도를 먼저 입는 일)



옷차림은 생각보다 많은 말을 한다.

내가 어떤 하루를 보내고 싶은지, 어떤 사람으로 서 있고 싶은지.


그래서 옷차림은 ‘꾸미는 것’이라기보다 오늘의 태도를 먼저 입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밤에 미리 옷을 꺼내 두고 자는 편이다.

아침은 늘 빠르고, 생각은 늘 늦게 따라오니까.


그래도 결국 아침에 다시 한 번 매무새를 다잡는다.

옷깃을 손으로 쓸어 보고, 주름이 잡힌 부분을 펴고, 단추를 채우는 속도를 조금 늦춘다.


그 몇 초 사이에 오늘의 나도 같이 정리되는 느낌이 든다.


어떤 날은 편안함을 먼저 고른다.

몸이 너무 무겁거나, 오늘 하루를 ‘무난하게’ 버텨야 하는 날에는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지 않는 옷차림이 필요하다.


반대로 중요한 미팅이나 약속이 있는 날은 조금 더 빨리 일어나 준비를 한다.

화장을 하고, 옷을 입고, 가방 안을 한 번 더 확인한다.

그날의 말투와 표정까지 옷차림과 함께 준비되는 기분이 든다.


색을 고르는 일도 그렇다.


나의 존재가 과하면 안 되는 날에는 무채색을 찾는다.

튀지 않는 대신, 흐트러지지 않는 색.


반대로 내가 맘껏 존재감을 알려야 하는 날에는 조금 더 화려한 계열의 컬러를 찾는다.

의도적으로.


“오늘은 내가 말해야 하는 날이니까.”

“오늘은 내가 중심을 잡아야 하는 날이니까.”


옷장 앞에서 색을 고르는 일이 생각보다 많은 결심을 포함하고 있다는 걸 나는 종종 뒤늦게 깨닫는다.


옷차림을 고를 때는 그날 누가 있는지, 어떤 약속이 있는지,

내 컨디션이 어떤지까지 꽤 많은 걸 고려한다.


어떤 사람 앞에서는 조금 더 단정하게,

어떤 자리에서는 조금 더 단단하게,

어떤 날에는 조금 더 부드럽게 보이고 싶어서.


사람은 말로만 말하지 않으니까.

옷차림과 용모는 내가 선택한 하루의 ‘첫 문장’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잘 갖춰 입고 온 사람을 보면 나는 그 사람의 노력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오늘을 대충 지나가지 않으려는 마음,

자기 자신을 함부로 두지 않으려는 마음,

그리고 누군가를 만나는 자리에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려는 마음.


물론 옷차림이 그 사람을 전부 말해 주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오늘을 준비했다”는 신호는 된다.


문제는, 잘 갖춰 입었다고 해서 하루가 늘 잘 풀리는 건 아니다.


단정한 옷차림으로도 일이 꼬일 때가 있고,

깔끔하게 준비했는데도 말이 엉킬 때가 있고,

내가 준비한 만큼 인정받지 못하는 날도 있다.


그럴 때는 내가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이 있다.


다시 매무새를 정돈하는 일.

소매를 한 번 쓸어 내리고, 어깨선을 바로 잡고, 머리를 귀 뒤로 넘긴다.


뭐 어쩌겠어.

일이 다 내 뜻대로 되는 건 아닌데.


내가 반드시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서 초라하게 있을 필요는 없다.


자신감을 갖고 다시 하면 된다.

성공은 한 번에 되는 게 아니고, 실패의 연속을 통해 만들어지는 거니까.


그래서 나는,

실패해도 초라해 보이지 않도록 다시 매무새를 잡고 일터를 향해 간다.

오늘이 완벽하지 않아도 나는 내 태도만큼은 지킬 수 있다고 믿으면서.


그리고 출근 직전, 거울 앞에 서는 순간이 온다.

화장이 마음에 들든 아니든, 옷차림이 완벽하든 아니든,

나는 거울 속 나에게 아주 짧게 말을 건넨다.


“오늘도 넌 멋지다, 너가 최고야."

누가 들으면 웃길지도 모르는 작은 자기최면.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말 한 번이면 하루를 여는 손이 조금 덜 떨린다.

오늘이 어떤 하루가 되든, 내가 나를 먼저 무너지게 두지 않겠다는 약속처럼.


옷차림.

오늘의 태도를 먼저 입는 일.

그리고 거울 앞에서, 그 태도를 내 편으로 한 번 더 고정해 주는 말.


“오늘도 넌 멋지다. 너가 최고야.”


이 한 줄이 있다면

오늘이 조금 꼬여도, 다시 매무새를 잡고 또 한 번 걸어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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