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봄에 다시 꺼내 본 점심

일하는 문장 사이에서, 내 문장을 만들어 보는 연습

봄에 다시 꺼내 본 점심

일하는 문장 사이에서, 내 문장을 만들어 보는 연습




봄이 오려는 시기다.

공기가 가벼워지고, 옷차림이 달라지고, 해가 조금 더 오래 남아 있는 계절.


이때쯤이면, 작년 크리스마스에 아이가 했던 말이 자꾸 떠오른다.

“점심에는 일 하지 말고 쉬어.”


2024년 크리스마스

나는 아이와 함께 출근해 앉아 있었고 아이의 눈에는 엄마가 너무 오래 일만 하는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 말이 귀엽기도 했고, 조금 뜨끔하기도 했고, 정확하기도 했다.


점심은 원래 밥을 먹는 시간이지만 나에게는 그 뒤부터 멈춰서 마음을 정돈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가서 내 마음이 어디에 있었는지 놓치기 쉬운 날들이 많았다.


보고를 위한 문서를 작성하고, 누군가를 설득하는 문장을 쓰며 살았다.

간결해야 하고, 정확해야 하고, 결론이 분명해야 하는 문장들.

그 문장들은 나를 지켜 주었지만 가끔은 내가 어떤 표정으로 하루를 지나왔는지 알기 어려워지기도 했다.


그래서 <點心>을 시작했다. 연습을 멈추지 않기 위해서.

점심 무렵 잠깐 멈춰 그날 스쳐 지나간 말과 장면을 내 언어로 다시 적어 보는 연습.


정답을 만드는 글이 아니라,
“아, 오늘은 이런 느낌이었구나”

하고 내 마음을 확인하는 글.


그 과정이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바쁜 하루 사이에서 잠시라도 숨을 고를 수 있게.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계속 쓰게 되기를 바랐다.

봄이 오려는 지금, 나는 이 연습을 여기서 한 번 정리해 본다.

앞으로도 나는 일하는 문장 말고, 내 문장으로 하루를 남기고 싶다.


점심에는, 가능하면 쉬자.
밥을 먹는 동안만큼은 내 마음도 같이 앉아 있게 하자.


그게 내일을 조금 덜 무겁게 만드는 방법일 때가 많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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