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HR'은 무엇을 다르게 보는가

사람과 시스템을 동시에 보는 눈

스무 번째 이야기

<‘일 잘하는 HR’은 무엇을 다르게 보는가>

– 사람과 시스템을 동시에 보는 눈


회사에서 HR은 종종 이렇게 불린다. “규정 담당 부서.” “교육·평가 담당 부서.”

하지만 내가 현장에서 만나본 ‘일 잘하는 HR’은 단 한 번도 자기 일을 그렇게 소개하지 않았다.


그들은 늘 이렇게 묻고 있었다.

“이 제도가 사람에게는 어떻게 느껴질까?”

“이 변화가 비즈니스 숫자에는 어떤 파장을 줄까?”


1) HR이 ‘서류팀’이 되는 순간, 놓치는 것들

회의석상에서 누군가 말한다.

“인사 쪽에서 규정 하나 만들어 주세요.” “평가 양식이랑 보상 기준 HR에서 정리해 주세요.”

이때 HR이 단순히 양식, 규정, 공지 메일만 정리하면 조직 안에서 HR은 쉽게 ‘관리 부서’로만 남는다.


서류는 깔끔해질지 몰라도 사람의 마음과는 점점 멀어진다.

반대로 일 잘하는 HR은 양식을 만들기 전에 먼저 이렇게 묻는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어떤 직원이 가장 먼저 힘들어질까?”


질문이 다르면 결과물의 깊이가 달라진다.


2) 일 잘하는 HR은 ‘사람 편이면서, 회사 편’이다

HR은 늘 애매한 자리다. 직원 입장만 볼 수도, 경영진 입장만 볼 수도 없다.


그래서 어떤 HR은 “나는 직원 편이야”라는 말로 스스로를 정의하고,

또 어떤 HR은 “나는 철저히 회사 편이야”라고 선을 그으며 안전해지려 한다.


하지만 조직문화 연구에서 말하는 ‘전략적 HR 비즈니스 파트너’는 둘 중 하나를 고르지 않는다.

사람 편이면서도 회사 편인 것, 둘을 연결해 가는 사람이 되는 것.


이게 진짜 ‘일 잘하는 HR’의 위치다.


제도가 직원에게 얼마나 공정하게 느껴지는지 보면서도

그 제도가 성과와 비용 구조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동시에 본다.

리더의 불만을 듣고만 있지 않고 그 뒤에 있는 팀의 정서와 신뢰 상태를 같이 본다.


3) 사람과 시스템을 동시에 보는 세 가지 렌즈

내가 현장에서 보며 정리하게 된 ‘일 잘하는 HR’의 세 가지 렌즈는 이렇다.


① 비즈니스 렌즈 – “그래서 이게 회사에 어떤 가치를 주나요?”

성과급, 승진, 직무개편, 채용 기준… 제도 하나를 만들더라도 “업의 본질”과 연결 짓는다.

매출·이익 같은 숫자를 단순 지표로 보지 않고 “어느 팀, 어떤 역할에 더 많은 역량이 필요해지는가?”를 같이 고민한다.


② 사람 렌즈 – “이 제도가 현장에서 어떻게 체감될까요?”

제도를 만드는 순간보다 ‘공지 이후’와 ‘첫 적용 이후’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누가 가장 불안해할지

누가 가장 저항할지

누가 가장 먼저 지칠지

를 미리 상상해 본다.


③ 관계·신뢰 렌즈 – “이 변화가 신뢰를 깎을까, 쌓을까?”

단기 성과만 빠르게 올리는 제도는 언제든 만들 수 있다.

하지만 HR은 “이 방침이 앞으로 리더와 구성원 사이 신뢰를 무너뜨릴지, 단단하게 만들지”를 함께 본다.

최근 HR 비즈니스 파트너 역할 연구에서도 신뢰와 파트너십을 핵심 역량으로 꼽는다.


4) 내가 본, ‘일 잘하는 HR’의 장면들

나는 여러 조직에서 조용히 일 잘하는 HRer들을 봤다.


평가 시즌이면, 리더에게 점수 조정만 재촉하는 대신

“이 팀의 내년 과제는 무엇이고, 그 과제를 위해 이번 평가에서 어떤 메시지가 필요하냐”라고 묻던 HRer


복리후생 제도를 설계할 때 단가 비교만 하지 않고,

“이 제도는 우리 회사의 ‘일·생활 균형’ 가치와 어떤 스토리로 맞닿아야 하냐”를 논의하던 HRer


노무 이슈가 생겼을 때 법 조항만 읊지 않고,

“이 사건이 앞으로 남은 구성원에게 어떤 학습과 인상을 남길지”까지 고려하던 HRer


이 사람들은 눈에 잘 띄는 화려한 언변을 가진 것도 아니고, 모든 회의에서 앞에 나서는 타입도 아니었다.

다만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늘 사람을 보면서, 동시에 시스템을 보고 있었다는 것.


5) ‘일 잘하는 HR’은 결국 질문이 다르다

같은 상황에서도 질문이 다르면 결론이 달라진다.

“규정은 어떻게 만들까요?” 가 아니라 “이 규정이 사람과 비즈니스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이번 평가를 공정하게 끝내려면?” 이 아니라 “이번 평가를 통해 우리 조직이 배우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일 잘하는 HR’은 정답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이 던져야 할 더 나은 질문을 대신 던지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질문을 통해 사람과 시스템이 만나는 지점을 조금씩 바꿔 나간다.

“일 잘하는 HR”은 결국, 사람의 언어와 경영의 언어를 서로에게 통역해 주는 사람이다.


“사람에게 정직하고, 숫자에도 성실한 HR이 오래 남는다.”



일 잘하는 HR은 사람을 숫자로 줄이지 않고, 숫자 속에서 사람을 다시 꺼내 보는 사람이다.



#HR #조직문화 #회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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