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많은데 결정은 없는 조직의 특징
열아홉 번째 이야기
회사에서 가장 많이 하는 일 중 하나가 ‘회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회의를 많이 하고 난 날은 일을 많이 한 날보다 더 지친다.
“오늘 아무것도 못 한 것 같은데… 몸은 이상하게 더 피곤하네.”
이 말이 익숙하다면 당신의 회사 회의에는 분명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1) 회의가 끝나도 일이 시작되지 않을 때
좋지 않은 회의에는 공통점이 있다.
많은 사람이 참여하지만 누가 결정권자인지 모른다.
한참 이야기했는데 마지막에 “그럼 이건 다음에 다시 얘기하죠”로 끝난다.
서로의 의견은 잔뜩 오갔는데 “그래서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가 정리되지 않는다.
이런 회의가 이어지면 사람들은 점점 회의에 “참석”만 할 뿐, 회의에서 “일”을 하지 않게 된다.
회의는 끝났는데, 실제 일은 시작되지 않는 상태.
이때 피로감은 몸이 아니라 마음에서 먼저 올라온다.
2) 왜 회의는 유난히 더 피로할까
회의가 피곤한 이유는 단순히 시간이 길어서가 아니다. 회의에서는 동시에 여러 가지를 해야 한다.
말할 타이밍을 재고
상사의 표정을 읽고
동료의 반응을 살피고
말이 길어지지 않게 정리하고
괜히 엇박자가 나지 않도록 분위기를 맞춘다
이 모든 걸 하면서 ‘업무 내용’도 함께 처리해야 한다.
어떤 연구에서는 비효율적인 회의를 여러 번 경험한 사람들에게 회의 후 집중력이 떨어지고, 다시 일에 몰입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현상을 ‘회의 회복 증후군(meeting recovery syndrome)’이라고 부른다.
즉, 회의는 진행할 때도 힘들지만, 끝난 뒤에도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3) 말은 많은데 결정은 없는 조직의 특징
인사업무를 하며 여러 조직을 보니, ‘지치게 만드는 회의’에는 몇 가지 패턴이 있었다.
①목적 없는 정기 회의
“매주 월요일 10시니까 일단 모일까요?” 왜 모이는지, 오늘 꼭 회의를 해야 하는지 아무도 묻지 않는다.
②안건은 많은데 우선순위가 없다
모든 이슈를 한 회의에 다 태운다. 중요도와 시급성이 섞여 있어 무엇 하나 제대로 결론이 나지 않는다.
③역할이 불분명하다
누가 진행자인지, 누가 결정자인지 모른다거나, 혹은 일방적이다. 그래서 회의록은 있지만, 책임자는 없다.
④결론 없이 ‘좋은 말’만 오간다
“이 부분은 더 고민해 봅시다.” “여러 의견이 있어서 좀 더 논의가 필요하겠네요.”
말은 맞지만, 행동은 시작되지 않는다.
이런 회의가 쌓이면 사람들은 점점 이렇게 생각한다.
“회의에서 말해봐야 소용없어.”
“결정은 어차피 다른 데서 나겠지.”
그 순간, 회의는 조직의 에너지를 빼앗는 장치가 된다.
4) 사람을 지치게 하지 않는 회의는 무엇이 다른가
반대로, 사람을 덜 지치게 하는 회의도 있다. 그 회의는 몇 가지가 분명하다.
①회의를 ‘기본값’이 아니라 ‘선택’으로 본다
메일·메신저·문서 협업으로 해결 가능한 건 회의로 끌고 오지 않는다.
②회의의 목적이 한 줄로 설명된다
“오늘 회의의 목적은 ○○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이 한 문장이 있으면 회의가 다른 방향으로 새지 않는다.
③진행자·결정자·기록자가 정해져 있다
말만 오가는 자리가 아니라 “누가 방향을 잡고, 누가 최종 결정하고, 누가 기록을 남기는지”가 분명하다.
④끝날 때 ‘다음 행동’이 정리된다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할지가 문장으로 정리되어 회의가 끝난다.
사람들은 말이 많은 회의보다 의미가 분명한 회의에서 덜 지친다.
피로를 줄여주는 건 커피가 아니라 명확함이다.
5) 회의를 바꾸면, 하루의 에너지가 달라진다
회의를 바꾸는 일은 조직문화의 거대한 개혁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주 작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이 회의, 정말 필요한가?
메일이나 문서로 먼저 정리할 수는 없을까?
오늘 반드시 결정해야 할 한 가지는 무엇인가?
이 자리에 꼭 있을 필요가 없는 사람은 누구인가?
한 번이라도 이 질문을 던져보는 리더가 있는 조직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회의가 줄어들면 사람들은 일할 시간을 되찾고, 결정이 분명해지면 사람들은 헛된 감정 소모에서 벗어난다.
결국 회의는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존중의 문제다.
“당신의 시간을 가치 있게 다루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조직만이 사람을 덜 지치게 할 수 있다.
회의가 사람을 지치게 할 때,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설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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