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초정행궁 수라간 음식 체험
청주시에서 초정행궁 수라간 전통음식감상회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동료로부터 듣게 되었다.
5월에는 이미 예약이 종료되었을 것이라고 했지만 너무 가고 싶은 마음에 정보를 검색해 보니
한자리가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마침 어버이날도 다가오고 해서 엄마와 함께 초정행궁에서 수라간 전통음식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주시에서 일부 지원을 해서인지 1인당 2만 원의 비용만 지급하면 주안상, 반상, 다과상을 체험할 수 있었다.
수라간 전통음식감상회 이름부터 너무 마음에 든다. '산, 들, 애 반상- 봄을 담다'
제목처럼 봄에만 맛볼 수 있는 귀한 음식들로 가득 채워진 밥상이었다.
먼저 주안상이 나왔는데 나온 음식들이 담긴 그릇은 백자이고,
음식은 정성으로 꽉 찬 음식이었다. 하나하나의 음식에 여러 사람의 정성이 가득 담겨있음을 눈으로 먼저 확인할 수 있었다.
왼쪽 위쪽부터 구성을 설명하면 연근수삼생채, 돌나물이 들어간 물김치,
아래로 버섯묵, 호박전, 두릅 전, 그리고 어린 쑥으로 빚은 애주가 나왔다.
오른쪽에 보이는 붉은색은 초장이고, 아래는 마늘종 장아찌이다.
주안상이니 역시 술이 빠질 수 없는 구성이다.
평소 술을 잘 마시지 않던 내가 어린 쑥으로 빚은 애주를 맛보고는
기존에 마시던 술과는 차원이 다른 맛임을 한 모금에 느낄 수 있었다.
주안상에서 내가 알고 있던 음식은 호박전과 두릅 전일 것이다.
모양만 본 적이 있는 것이지 내용물은 내가 먹었던 음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호박전은 겉으로 보기에 호박만 구운 것 같지만 실은 안에 씨가 있는 약한 부위를 파내고
명란젓으로 가득 채워 계란물을 입혀 구운 것이다.
두릅 전은 우리가 제사상을 준비할 때 한 번쯤은 보았을 산적인데
산적에 두릅과 늙은 호박을 넣어 조리했다. 늙은 호박의 달큼함이 기분 좋게 다가온 음식이고
두릅의 씁쓸한 맛을 호박의 달큼함으로 감싸주었다.
버섯묵은 여러 가지 종류의 버섯으로 묵을 만들었는데
처음에는 편육이라고 생각해서 먹기를 꺼렸는데(나는 원래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버섯이라는 말을 듣고 시도해 봤는데 버섯 특유의 식감과 묵의 느낌을 잘 살린 음식이었다.
오른쪽에 있는 초장과의 조합이 아주 적절하게 어울렸다.
제일 처음 맛본 것은 물김치였는데 우리가 흔히 먹던 물김치에 돌나물이 들어있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이 물김치는 특이하게 돌나물이 들어있었다. 맛 또한 기존의 물김치와는 확연히 다른 맛이었고,
내가 느끼기에는 좀 더 매운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요리를 설명해 주시는 분이 물김치 한 스푼을 먼저 맛보고 다른 음식을 맛보라고 했었는데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물김치가 하는 것 같았다.
연근수삼생채는 샐러드와 같은 느낌이었는데
샐러드에 수삼과 연근이 들어있는 것은 처음이어서 어떤 맛일지 먹기 전부터 궁금했는데
먹고 나면 건강해지는 맛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주안상 한상에 봄에 나는 제철 음식과 만드는 사람의 정성, 그 음식을 만든 사람의 해설까지 곁들여지니
맛있는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질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이 귀하게 느껴지는 값진 경험을 한 느낌이었다.
한 번에 주안상부터 다과상까지 설명하기 너무 아까워 아껴서 설명하려고 한다.
내일은 반상에 대해 내가 경험한 맛과 멋을 소개해보겠다.
여러분도 오늘 저녁은 맛과 정성이 가득한 음식으로 허기를 달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