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는 다른 에너지가 있다!

롱티보 대회 우승자 김세현의 연주를 듣고

나는 클래식에 조예가 깊은 사람은 아니지만, 음악이 주는 감동을 온전히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리고 내 삶의 순간순간에 우연처럼, 혹은 운명처럼 찾아온 세 명의 피아니스트들이 있다. 그들의 음악은 나의 일상에 스며들어, 매일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조성진, 쇼팽의 마음을 연주하다

처음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를 들었을 때, 나는 쇼팽의 음악이 이토록 아름답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손끝에서 흐르는 선율은 마치 쇼팽의 마음 그 자체인 것처럼 느껴졌다. 다른 어떤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쇼팽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조성진의 연주만 한번 더 듣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의 연주는 나에게 쇼팽의 음악을 제대로 알려준 첫 번째 경험이었다.

임윤찬, 라흐마니노프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다

조성진의 연주만 고집하던 어느 날, 나는 뉴스에서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소식을 접했다. 18세의 어린 나이에 우승을 차지했다는 소식에 호기심이 생겼다. 대체 어떤 연주이기에?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연주를 찾아보았다. 조성진의 연주로 익숙했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임윤찬은 또 다른 방식으로 풀어냈다. 놀랍게도 그의 연주는 조성진의 연주만큼이나 훌륭했다. 나는 연주가 끝날 때까지 넋을 잃고 들었다. 그렇게 나는 조성진에 이어 임윤찬이라는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게 되었다.

김세현, 연주회장에서 만난 또 다른 천재

조성진과 임윤찬의 연주를 번갈아 들으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중, 또 한 명의 천재를 만났다. 바로 롱티보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김세현이다. 그 역시 임윤찬이 우승했던 나이와 같은 18세였고,

하버드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우승했다는 그의 연주가 궁금해졌다.

유튜브로 그의 연주를 찾아 들었다.

짧은 연주 영상이었지만, 남다른 실력의 소유자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후 국내 연주회 소식을 듣고 망설임 없이 티켓을 예매했다.

그의 음악을 직접 듣는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연주회 당일, 그는 검은색 복장으로 무대에 올라왔다.

진지한 표정으로 의자와 건반을 닦고, 잠시의 집중 후 연주를 시작했다.

첫 소절을 듣는 순간, 나는 직감했다. "그도 역시 천재였구나!"

내가 잘 알지 못했던 곡을 새롭게 알아가고 싶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연주회 내내 나와 관객들은 숨죽이며 그의 음악에 빠져들었고,

마지막 리스트의 곡을 연주할 때는 그의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축복

피아니스트 조성진, 임윤찬, 김세현. 이들의 연주 덕분에 나의 매일은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내가 이들과 같은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훌륭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에 너무나 감사하다.

혹시 아직 피아니스트 김세현의 연주를 들어보지 못했다면,

꼭 시간을 내어 그의 연주에 귀를 기울여 보길 바란다.

당신도 아마 나와 같은 느낌으로 "역시 천재군!"이라는 말을 내뱉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