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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Jan 04. 2021

에이머스 데커 시리즈의 매력이 더욱 빛나는 스릴러 소설

데이비드 발다치 소설 [진실에 갇힌 남자] 책 리뷰


1. 여전히 매력적인 과잉기억 증후군, 그리고 숨겨진 거대한 음모

   [진실에 갇힌 남자]는 국내 출간된 데이비드 발다치 소설 에이머스 데커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입니다. 이 정도면 제법 지겨울 만도 한데 또 찾아 읽게 되었습니다. 시리즈를 반복해서 읽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데이비드 발다치의 경우 전작의 우수함을 유지하면서 더 발전시킨다는 점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장점을 유지하면서 약간의 색다름을 추가하는데 탁월한 것 같습니다. 반복되는 이야기를 질리거나 식상하지 않고 더 재미있게 쓰는 것은 쉽사리 해내기 어려운 일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이 시리즈는 주인공이 경찰이나 형사가 아니다 보니 정식 사건을 맡아서 수사하는 것보다는 우연히 사건에 휘말리는 설정이 많습니다. 주인공 특성상 이 우연을 그냥 넘기지 못하고 파헤치면서 고생을 사서 하는 형국으로 흘러갑니다. 그래서인지 '하이구야 또 저러는구먼'하는 마음으로 읽게 되는데 이게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시리즈에 더 애착하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에이머스 데커는 여전히 출중한 능력이자 장애이기도 한 과잉기억 증후군을 활용해 숨겨진 사건의 실체에 한걸음 한걸음 꾸역꾸역 다가갑니다. 늘 놀라운 사건이 펼쳐지지만 이번 시리즈의 사건은 더 놀랍습니다. 주인공의 고향에서 데커가 처음 경찰 일을 시작할 무렵부터 시작되었던 사건을 뒤늦게 파헤치는 이야기입니다. 상식적으로는 자료도 없고 증거도 부족해 재수사가 불가능할 상황인데, 주인공의 특별한 능력 때문에 모든 증거와 정황을 다시 촘촘하게 조사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어설펐던 과거의 실수를 바로잡고 거대한 음모를 파헤쳐 가는 이야기입니다. 시작은 소소했는데 갈수록 스케일이 커져만 가는 전형적인 스토리입니다. 


   사실 이번만큼은 중후반에 대충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게 되는데 그게 오히려 이야기를 끝까지 집중력 있게 읽게 되는 장점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의 과거와 스토리를 어느 정도 갈무리하고 지나가는 느낌이라 좋았습니다. 



2. 시리즈를 이끄는 최고의 힘. 진화하는 캐릭터의 매력

   이 시리즈를 계속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주인공 에이머스 데커입니다. 과잉기억 증후군이라는 신기한 능력을 활용해 무대뽀로 사건을 파헤치는 그의 매력이 전작들에서 폭발했고, 이런 주인공을 응원하는 독자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저 또한 남 같지 않은 마음으로 이 안쓰러운 주인공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작가의 능력이 탁월하다고 느낀 부분은 주인공의 능력이 그냥 계속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특히 전작 "폴른"에서 머리를 다치면서 과잉기억 증후군 능력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이번 소설에서는 그 변화의 조짐을 본격적으로 보이면서 위태위태한 상태로 주인공 캐릭터의 변신에 성공합니다. 


   기존 시리즈에서의 에이머스 데커는 수사에 있어서는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지만 주변 인물들과 감정 소통이 힘든 사회 부적응자 같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번 시리즈를 통해서는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위해 노력하고 실제로 큰 변화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소설 같은 인간승리의 스토리를 그리고 있습니다. 


   독자들은 이런 상황을 놓고 양가감정에 빠지게 됩니다. 데커가 사회성을 되찾는 것을 응원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송곳 같은 수사 능력을 잃을까 걱정도 됩니다. 소설 속 인물이 삶에 균형이 잡히는 모습은 좋기도 하지만 소설을 즐기는 입장에서는 좀 비인간적이더라도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진행해 주면 좋기 때문에 복잡한 심경에 빠지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긴장감이 무척 좋았습니다. 


   기존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여전히 나오고 기존에 몰랐던 새로운 캐릭터들이 섞이면서 다양한 입장과 스토리를 풀어나갈 수 있어 풍성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소설 속에 악의 축으로 등장하는 세력을 묘사하는 방식이나 작가의 시각이 좀 불편하기는 했는데, 장르 소설로 받아들여야지 역사소설처럼 판단하면 안 되기 때문에 너그러이 넘어가기로 합니다. 항상 그렇지만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최고의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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