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돈다돌아 Mar 09. 2022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
하면 되는 킥복싱 수련기

황보름 작가 에세이 [난생처음 킥복싱] 책 리뷰



1. 기왕이면 킥복싱?

   황보름 작가의 액션 체험수기 고백 에세이 <난생처음 킥복싱>은 "여성+시름시름+작가"라는 조합의 저자가 뜬금없이 킥복싱을 수련하면서 벌어지는 신기한 일들과 그 속에서 작가가 느꼈던 것들을 진솔하게 담은 글 모음입니다. 저자의 글을 통해 공감하는 즐거움과 직접 체험해 보지 못한 일에 대한 저자의 경험담을 통한 간접 체험의 즐거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에세이입니다.


   이 책은 평소 흔히 접하기 힘든 조합에서 오는 기대감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독특한 책입니다. '왜? 갑자기 킥복싱을?'하는 궁금증이 생기게 만드는 제목이 매력적입니다. 제가 굳이 이 책을 고른 이유기도 합니다. 황보름 작가님은 저를 전혀 모르지만 저는 블로그 이웃님을 통해 작가님에 대해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황보름 작가의 글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나서 가장 호기심이 동했던 책이 바로 이 책이었습니다. 왜 하필 킥복싱을 하게 되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가장 많을 것을 이미 예견했는지, 저자는 초장부터 왜 킥복싱을 배우게 되었는지 설명합니다.


체력을 키워주는 운동이야 많겠지만 킥복싱을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좀 과격한 운동을 하고 싶었다. 몸을 마구마구 굴려주는 운동. 하고 나면 운동했다는 느낌이 빡 드는 그런 운동. 글을 쓰느라 안 그래도 부동자세로 앉아 있기 일쑨데, 운동마저 정적이면 내 인생이 너무 밋밋하게만 흘러갈 것 같았다. 생판 안 해본 새로운 운동을 해보고도 싶었다.


   황보름 작가님의 내면에는 의외로 화끈한 성격이 내재되어 있는 모양입니다. 기왕 하는 거 빡센 운동을 고르다 보니 킥복싱을 배우게 되었다니 놀랍습니다. 그 결정이 결과적으로 아주 현명한 것이었을지언정 배워가는 과정에서 정말 생고생을 경험할 것이 눈에 선했습니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멋진 일은 정말 생소하고 낯선 것을 피하지 않고 선택하고 경험하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황보름 작가는 킥복싱을 어떻게 배우고 여부를 떠나 선택 그 자체만으로도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꾸준함, 익숙해짐의 마법

   호기롭게 빡센 킥복싱을 선택했던 저자는 예상 그대로 정말 죽을 것처럼 헤매는 킥복싱 체험기를 늘어놓습니다. 초보자라면 피할 수 없는 좌충우돌 생고생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평균 이하, 아니 거의 최하위 수준의 체력과 근력을 자랑하며 하루하루 방전의 날들을 이어갔다고 하는 저자에게는 당연한 수순입니다. 디테일하게 킥복싱을 배우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지만 큰 틀에서는 킥복싱이 아니라 어떤 운동, 어떤 일이었다고 해도 비슷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고생을 이어가던 저자는 어느샌가 하다 보니 된다는 것을 실제로 느끼는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하다 보니 적어도 보통 사람들의 체력 수준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렇게 차츰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흐느적거리던 자세는 서서히 좋아지고 베테랑이라는 소리도 듣는 수준까지 발전합니다. 절대 안 될 것 같던 일도 꾸준히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연습하면 서서히 익숙해지고 나아진다는 것을 킥복싱이라는 운동 체험을 통해 보여줍니다.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남들이 따라오기 힘든 수준에 올라 있는 그 느낌, 그 성취감과 만족감은 세상을 자신 있게 살아가는 토대가 됩니다. 저자 역시 계속 시행착오를 겪음에도 조금씩 발전하고 나아집니다. 그리하여 이 책 전체를 통해 저자는 스스로 킥복싱이라는 과격한 운동을 도구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새로운 무언가를 수련할 때, 해보지 않은 일을 처음 시작할 때는 어색하고 불편하고 도망치고 싶은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미리 겁을 먹고 회피하는 경험이 많았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떠올리고 반성이 되었습니다. 저자는 선택 후 도망가지 않고 그렇게 조금씩 익숙해지고 한발 한발 나아갑니다. 그러다 훌쩍 성장한 자신을 발견합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처럼, 신체 능력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이런 과정을 통해 저자의 내면도 성숙하는 것 같아 보기 좋았습니다.




3. 진정한 성취의 힘, 밀도 높은 응원과 관심

   책을 읽다 보면 1년이 넘게 헬스장에서 PT를 받은 친구의 에피소드가 등장합니다. 그 친구가 힘든 PT를 그렇게 오래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일상 중 유일하게 PT를 받는 동안 트레이너가 자기를 위해 웃어주고 함께 즐겁게 웃으며 운동을 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때문이었는지 헬스장에 가는 날 중 하루도 가기 싫은 날이 없었다고 설명합니다.


   저자 역시 그렇게 힘들고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킥복싱을 계속 수련합니다. 저자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놀라운 통찰을 보여줍니다. 체육관이라는 특수한 공간과 사람들이 주는 에너지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체육관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함께해 주려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뭔가를 할 때 내 곁에 서서 이처럼 밀도 높은 응원을 보내준 사람들이 있었던가. 그들은 내가 잘하게 되길 어찌나 바라는지 어르고, 달래고, 채근하고, 놀리고, 칭찬하고, 구박도 하는 등 할 수 있는 걸 다 한다. 그 결과, 나는 점점 잘하게 된다.


   코로나가 기폭재가 되어 사람들의 관계에 "이산화"가 본격화되었습니다. 누구도 외딴섬이 아니라던 인간관계가 어느 정도 누구나 외딴 섬인 것처럼 되어갑니다. 사람 간의 연결은 온라인이 대세가 되었고, 만남의 공간은 메타 버스가 대세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사람은 서로 만나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존재입니다.


   이런 만나고 부대끼고 아끼고 응원하고 사랑하는 일련의 과정이 매우 압축적으로 일어나는 곳이 운동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체육관이 아닐까 싶습니다. 각자 자신의 신체를 사용해 가장 정직한 방식으로 몸을 단련해 나가는 장소, 서로 응원하며 함께하고 도와주지 않을 이유가 없는 곳이 바로 체육관입니다. 저자는 이런 체육관 사람들 간의 관계를 잘 파악하고 멋진 글로 표현했습니다.


   저자의 에세이가 가장 빛나는 문장이 아닐까 합니다. 개인의 노력과 성취는 물론 연대하고 민도 높게 응원할 때 구성원들의 퍼포먼스가 좋아지고 삶의 만족도도 높아지는 비결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난데없는 킥복싱 체험기로 시작해 꾸준히 오랫동안 노력을 통해 성장해가는 저자의 모습을 보는 것이 기분 좋은 책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체육관이라는 바람직한 공간에 대해 소개하고 고찰하는 방식도 훌륭한 책입니다. 꼭 킥복싱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아니라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흥미롭고 차분하고 담백한 책입니다. 꼭 기억하셨다가 한 번쯤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꿈이 있는 사람들이 꿈을 이루는 행동의 비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