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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Apr 21. 2022

논어의 이해를 돕는 최고의 도우미

[나는 우울할 때 논어를 읽는다] 책 리뷰




1. 익숙하지만 왠지 어려운 논어를 풀어내다.

   논어는 너무도 익숙한 동양 고전이지만 누군가가 "논어의 내용이 뭐죠?"라고 물으신다면 그저 "음.. 좋은 내용이죠"라고 밖에 대답할 수 없는 그런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고하신 공자께서 평소 하셨던 꼬장꼬장한 이야기들을 모은 책이라는 것 말고 디테일하게 아는 게 없는 그런 책이 아닐까 합니다. 매번 논어라는 단어가 포함된 책이 보일 될 때마다 '한 번은 읽어봐야 할까?'라고만 생각하고 말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 와중에 <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로 논어를 접한 것은 정말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수많은 논어 해설서가 있지만 이 책은 이해가 쉽다는 점에서 탁월합니다. 이 책은 "논어에서 공자가 말하는 바는 이런 것이다!"라고 선언하는 책이 아닙니다. 하나의 문장에 대한 다양한 해석 중 작금의 현실을 고려했을 때 이런 해석이 더 유효하지 않을까라고 제안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표현하자면 겸손한 접근이 눈에 띄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저자가 해석을 대충 하거나 적당히 다루는 방식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양한 대가들의 해석을 참고해 꼼꼼하게 분석하고, 일부는 실제로 소개하기도 하면서 가정 합리적인 해석을 찾고자 노력하는 태도가 흥미롭습니다. 내용을 풀어내는 방식에서도 읽기 쉬운 구어체의 문장을 사용해 가독성을 높이고 흥미를 유지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그럼에도 '논알못'인 저에게는 좀 힘든 부분도 있었습니다. 읽기는 쉬운데 읽어도 확 와닿지 않는 부분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어쩔 수없이 기본적인 장벽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에 더욱 읽기 쉽고 이해하기 좋도록 현대적인 해석을 가미한 부분은 상당한 장점인 듯합니다. 학자적 입장에서 해석하는 방식으로 풀어냈다면 아마 끝까지 못 읽고 포기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2. 논어를 삶의 지침으로 삼을 수 있을까?

   논어가 중국의 고전인 만큼 중국인 저자 <판덩>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름 자체도 예사롭지 않은 어감의 저자는 대룍의 스케일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자가 운영하는 독서회 [판덩독서]는 회원이 4천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거의 우리나라 인구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니 그 속에서 얼마나 많은 말들과 의견이 오갈지 생각만 해도 무섭습니다. 아마도 조심스러운 저자의 태도 자체가 이런 상황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제 대학토론회에서 우승했던 이력도 독특합니다. 토론을 잘 한다는 것은 논리적인 사고가 가능하고 스스로 잘 정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의미입니다. 저자는 여기에 특유의 겸손함까지 더해서 많은 분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너무 많은 회원이 있다 보니 저자에 대한 비판을 가하는 분들도 많았던 모양인데 이를 의식해서인지 책 전반에서 조심스러워하는 뉘앙스가 눈에 띕니다. 다행히 이런 조심스러움이 겸손함으로 나타나고 있어 더 다양한 독자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삶의 양상이 바뀌고 환경과 기술력이 변화하기는 합니다만, 사람이라는 기본 요소는 여전히 과거나 지금이

나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 이룬 사회는 근본적으로 예나 지금이나 거의 동일합니다. 그렇기에 공자 시대의 이야기를 모은 논어는 고리타분한 옛날 꼰대 이야기 같은 느낌임에도 지금 시대에 가져와도 큰 무리 없이 적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저자는 공자의 한 마디 한 마디를 현제 사회에 적용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이 책이 특별히 좋았던 점은 저자의 점증적인 전개 방식이었습니다. 매 챕터마다 논어 속 문장을 그대로 보여주고 단순 번역문을 보여준 다음, 공자 당시의 에피소드를 스토리텔링으로 들려줍니다. 여기에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시대의 에피소드로 자연스럽게 연결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의견과 주장을 추가적으로 소개하거나 유명한 속 내용을 함께 소개하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저자는 저자의 주장이나 해석에 대해 조심스럽게 소개하는 단계적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결국 독자는 큰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공자의 의도와 철학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평소 논어에 대해 관심을 있으나 어렵게 느꼈던 독자들이 계시다면 이 책 <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부터 시작해 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어렵지도 가볍지도 않은 균형을 매우 잘 지킨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많은 중국인들이 선택한 이 책이 우리에게도 변함없이 잘 적용 가능한지 한번 확인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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