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덩 [어른이 되기 전에 꼭 한 번은 논어를 읽어라1] 책 리뷰
1. 공자 전문가의 제대로 된 청소년 솔루션
"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로 이미 한 번 만난 적이 있는 저자 판덩은 중국에서 공자 관련 문야에서 이름을 날리는 자타 공인 전문가입니다. 논어 해설 부분에 대한 검증이 끝난 저자라 읽기 전부터 무조건 신뢰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판덩이 이번에는 청소년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을 갈무리해 신작을 내놓았습니다. 논어의 내용이 청소년들과 어떤 식으로 연결이 될까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는데 저자는 프롤로그에서부터 이 책이 목적과 내용을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오로지 청소년들이 가장 관심 있는 ‘공부’에 관련된 주제만 다루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논어』는 공부에 관한 책입니다. 『논어』의 핵심 취지가 바로 ‘배움’이기에 그렇습니다. 공부는 단순히 학습적인 부분만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인간관계, 일상생활, 교우관계 모든 것이 ‘배움’에서 시작됩니다.
"어른이 되기 전에 꼭 한 번은 논어를 읽어라"는 공자와 제자의 이야기를 다룬 논어의 여러 에피소드 중 공부와 관련된 부분을 중점적으로 발췌해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여러 고사나 최근 책에서 주장하는 부분까지 엮어 '공부'에 대해 조언하는 책입니다. 청소년들에게 '공부'는 단지 진학을 위한 수단을 넘어 인생 전체를 보는 시각과 가치관을 형성하는 중요한 행위입니다. 배움을 소중히 여기고 강조했던 공자의 가르침은 '공부'를 어떻게 보고, 해나가야 하는지 좋은 본보기가 됩니다.
저자는 독자들이 책 내용 중 감명받을 글귀를 좌우명으로 삼거나 책상 앞에 붙여두고 삶에 자양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공자 시대의 고리타분할 수 있는 내용을 빌어 미래를 만들어 나갈 청소년들의 공부 솔루션을 만들어주고 있는 셈인데, 그 내용이 자못 좋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역시 솔루션은 제대로 된 전문가에게 받아야 탈이 없고 만족도가 높은 법입니다.
2. 공자가 말하는 청소년들의 고민과 해결책
청소년 시기는 누구나 두근거리는 기대와 막연한 불안이 교차하며 방황을 겪는 시기입니다. 어림과 젊음의 어딘가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라 하겠고, 그때가 아니면 누리기 힘든 특권이기도 합니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이후 삶의 향배가 좌우되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무엇을 통해 정보를 얻고 누구를 멘토로 삼느냐는 정말 중요합니다.
논어 곳곳에서 드러나는 공자의 말이나 행동을 보면 시대적 한계를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지만, 사회 상황을 고려하면 의외로 파격적이고 자유로운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렇다고 기본에서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지킬 것은 지키나 자유와 변화를 포기하지 않는 균형을 잘 맞추는 사람이었다는 것이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판덩이 엑기스를 뽑아내 정제해낸 공자의 조언들을 살펴보면 매우 그럴 듯합니다. 우선 공부하는 행위를 즐거운 것으로 인식하고 바꾸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제대로 배움을 시작하려면 공부에 대한 시각과 태도의 변화가 우선이라고 보는 것이죠. 상당히 중요한 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대로 공부할 자세를 갖추었다면 기왕 공부하는 거 '격이 다른' 공부를 하라고 조언합니다. 옛것을 배우고 익히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알을 깨고, 한계를 뛰어넘기를 주문합니다. 머릿속을 잘 정돈해가며 실수를 다스리고 공부를 즐기는 수준까지 올라갈 것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나열하면 너무 빡빡한 것이 아닌가 여겨지는데 막상 책의 본문에서는 예시와 함께 차근차근 설명해 주고 있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3장으로 넘어가면 자기 스스로를 위해 공부하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다양한 실질적인 팁에 이어 4장에서는 정말 즐겁게 공부하는 수준으로 오를 것을 조언합니다. 섬세하게 상황을 살피고, 기존의 이론을 뒤집을 새로운 발상을 해내며, 최선을 다해 포기하지 않고 몰입할 것을 제안합니다.
3. 공자님은 말씀하셨지 공부를 즐겨라.
이 책의 전체에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메시지는 결국 '배움을 즐기라'라는 것입니다. 공자는 이를 3단계로 나눠 설명합니다. 지식을 아는 사람인 '지지자'가 있고, 지식을 좋아하는 '호지자'가 '지지자' 보다 낫다고 단정합니다. '호지자' 보다 더 높은 경지인 끝판왕은 즐길 줄 아는 사람인 '락지자'라고 보고 있습니다. 결국 "지지자 < 호지자 < 락지자"가 되겠습니다.
생각해 보면 한창 호기심 많고 두뇌 회전도 좋은 청소년기가 공부하기 정말 좋은 시기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공부보다 더 관심을 끄는 일들이 많이 생깁니다. 세상에 재미있는 일은 많고, 재미있을 것만 같은 일들은 더 많으니까요. 저 역시도 청소년기에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나 배움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야가 생겨야 한다는 거룩한 생각 따위는 1도 없었습니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쾌락을 좇아 하이에나처럼... 아니 그건 아니고, 저는 쫄보라 그냥 아무것도 안 하는 쪽으로 늘 선택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살다 보니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런저런 것들에 궁금증도 생기고 배우고 알고 싶은 욕망도 커지더군요. 무언가를 제대로 배웠을 때의 기쁨도 뒤늦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자꾸 책을 읽게 됩니다. 물론 지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지식인들처럼 한 층 더 깊이 들어가는 수준까지는 저의 기대와 상관없이 이르기가 어렵습니다. 생활인으로서 가정과 직장, 속한 단체 등에 써야 할 시간과 에너지가 있으니까요.
결국 사람은 평생 배움을 지속해야 하는 존재입니다. 배움을 통해 인생의 깊이가 더해지고 즐거움이 커져 갑니다. 그런 배움을 어린 시절부터, 청소년기에 잘 해내고 습관이 될 수 있다면 참 아름다운 인생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책 [어른이 되기 전에 꼭 한 번 논어를 읽어라1]은 그 첫걸음이 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목 끝에 "1"이 붙어 있는 것은 당연히 이 책이 2권으로 되어 있다는 의미겠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책 내용이 갑자기 뚝 끊겨서 에필로그 없이 끝납니다. 2편도 읽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