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주 기대되는 소설 신간
1. 정성다함 생기부수정단 - 설재인
제가 이런 책을 막 읽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아이들이 고등학생, 초등학생이다 보니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아이들이 영상 위주로 시간을 쓰긴 하지만 그래도 집에 책도 많고 그래서인지 그나마 이런 청소년 대상 소설은 자주 사고 읽습니다.
설재인 작가의 신간 <정성다함 생기부수정단>은 청소년 소설 중에도 성인도 읽으면 괜찮을 듯한 소재와 내용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MBTI 가 지겨워질 즈음해서 일어났다는 '생활기록부 다시보기' 움직임에서 착안해 의뢰를 받는 쌍둥이의 이야기를 썼다고 하는데 뭔가 발랄한 이야기가 진행될 것 같아서 기대가 됩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많이 변하기도 하고 달라지고 성숙하게 되는데 생기부에 나쁜 평가가 쓰여있고 그걸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 들쳐본다면 정말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 상상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어서 이 소설이 공감을 받기가 좋을 것 같네요.
2. 기술자들 - 김려령
김려령 작가님의 소설집이 출간되었네요. <완득이>는 물론 <우아한 거짓말>, <가시고백>, <너를 봤어>, <샹들리에> 등 대단한 성공작을 보유한 스타플레이어의 귀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흠.. 그럼에도 이 소설을 보자마자 든 생각은 잘 모르긴 해도 지금 단행본 소설을 구매하고 소비하는 주 소비층이 20~30대 여성층이라고 한다면 과연 이런 단편 모음집이 여전히 팔릴까?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김려령 작가의 네임 밸류는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끄덕일 테지만 말입니다.
김려령 작가님이 사랑받은 작품들은 대체로 장편인데 작가님 팬이라면 오히려 단편에 대해 더 궁금하고 기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동시에 드네요. 그러거나 말거나 단행본 단편 소설집이 이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지 이 소설집의 추이를 보면 또 생각할 것이 생길 것도 같습니다.
여튼 출간이 반가운 소설집입니다.
3. 도쿄도 동정탑 - 구단 리에
일본 소설은 한국에 정말 많이 소개됩니다. 여러 가지 면이 있지만 일단 고정 팬들이 많고 소설상 비슷한 정서도 있고 오랫동안 일본 소설의 스타일이 국내 독자들에게 스며들어 있는 부분이 큰 것 같습니다.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라면 또 한 번쯤 읽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들게 됩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부분이 있지요. 일본 순문학계의 최고 권위가 있는 상인 데다가 신인상이다 보니 일본 순문학의 어떤 변화의 실마리를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번 소설 <도쿄도 동정탑>은 소설의 극히 일부분이지만 생성형 AI의 문장을 활용했다는 부분 때문에 화제가 되기도 한 것 같습니다. 내용은 근미래 범죄자를 대우해 최첨단 교도소를 지어주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하는 모양입니다. 기대가 되는 작품이네요.
4. 2인조 - 정해연
요즘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시는 정해연 작가님의 신간이 엘릭시르에서 나왔습니다.
제목 그대로 교도소에서 감방 동기로 친해진 두 범죄자가 출소 후 의기투합해서 뭔가 대업을 이루려는 과정을 그린 소설인 모양입니다.
정해연 작가님의 필력은 이미 충분히 검증이 되고도 남았고, 읽다 보면 상당히 잔인하면서도 은근한 감동이 남는 이야기를 잘 쓰시는 것으로 익숙합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제법 유머러스한 가벼운 톤으로 쓰신 모양입니다.
뭔가 무겁지 않은 범죄 스릴러는 또 어떻게 쓰실지 자뭇 기대가 되는 작품이네요.
5. 사라진 서점 - 이비 우즈
책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책 제목에 '서점'이 들어간다는 건 무조건 일단 들쳐보게 만드는 일종의 발작버튼 같은 치트키입니다.
그래서 워낙 많은 작가들이 다양하게 활용하곤 하는데 그럼에도 성적이 대체로 좋은 것을 보면 음악에 머니코드가 있듯 책에서도 머니 워드가 있는 모양입니다.
이비 우즈의 2023년작 "The Lost Bookshop"이 원제 그대로 <사라진 서점>으로 인플루엔셜에서 출간되었네요. 거의 5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으로 두껍습니다.
1920년대 더블린을 배경으로 당대 최고의 작가와 책이 등장해 독자의 관심을 끌었다는데 솔직히 우리나라에서 그 정도 관심을 끌기는 당연히 힘들겠지만 얼마나 관심을 받을지 궁금하기는 하네요.
6. 우리들의 우주열차 - 최해린
안전가옥에서 출간하는 책들은 항상 관심이 갑니다. <프로메테우스의 시간>이라는 지극히 장르적인 제목의 단편으로 한국물리학회 SF 어워드에 당선되신 최해린 작가님의 신간입니다. 어릴 적부터 보고 싶어 했지만, 결코 만들어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직접 쓰고 있다는 설명이 마치 테드 창이 소설을 쓴 이유 같아서 마음에 쏙 드네요.
청소년 우주 SF 소설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은 소설인데, 22세기에 그 옛날 완행열차던 무궁화호를 개조했다는 점에서 일면 말도 안 되지만 귀엽고 재미있는 상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인공은 소녀지만 설정만 보면 저 정도 연배의 사람들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 아닐까 싶네요.
특히 소설에서 주인공의 감정을 어떻게 잘 풀어나가고 독자들에게 공감을 시킬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