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의식을 육체와 분리할 수만 있다면

댄 브라운 신간 [비밀 속의 비밀] 책 리뷰

by 돈다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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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댄 브라운은 누구신가?

미스터리 모험 소설의 거두 댄 브라운 옹이 <오리진> 이후로 약 8년 만에 신작 <비밀 속의 비밀>을 발표했습니다. 저는 우연히 서점에서 발견했습니다. 처음에는 "댄 브라운"이 설마 그 "댄 브라운"일까 했습니다. 솔직히 이미 돌아가셨... 아니 더 이상 소설이 안 나올 거라 생각하고 있었던 터라, 놀랍고 반가운 마음에 바로 구매했습니다. 댄 브라운의 작품을 모르는 사람은 모를까 한 권이라도 읽어보신 분이라면 읽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지 않을 수 없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재미가 없을 수 없는 것이 기본 옵션이기 때문에 수많은 독서 예정 목록을 제치고 우선순위를 획득해 바로 읽었습니다.



요즘 워낙 뜸했고 거의 잊히다시피 한 작가다 보니 이 책을 보고 궁금해하는 분에게 "<다빈치 코드> 알아요? 그 작가 신간입니다."라고 설명해 주니 다들 "아~~~" 하십니다. 그만큼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는 유명합니다. 댄 브라운 소설의 주요 골자는 기호학자라는 독특한 직업을 가진 주인공 로버트 랭던에게 벌어지는 남다른 사건입니다. 주로 음모론적 관점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 느낌으로 풀어냅니다. 매 작품마다 새로운 장소, 특정 주제, 숨은 뒷 배경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이 과정에서 비범한 기억력과 지능을 가진 주인공의 원맨쇼가 독자를 짜릿하게 만듭니다.



댄 브라운 옹의 최근작 <오리진>의 경우는 작가의 패턴이 그대로 나타나면서도 좀 더 철학적이고 과학적인 고민이 짙게 배인 작품이었습니다. 이 양반의 소설을 읽다 보면 '이렇게까지 한다고?' 싶을 만큼 한 주제를 파헤치는 집요함과 스케일이 큰 이야기에 녹여내는 능력에 경탄하게 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속 사정을 정확히 모르는 유명한 음모론이란 것이 계속 나올 수가 없다 보니 작가 입장에서는 소재 고갈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런 연유인지 아닌지 정확지는 않지만 저의 추측으로는 초반에는 알려진 이야기의 이면을 파헤치며 결국 '음모론이 사실이었다'류의 결론으로 놀라움을 주면서 재미를 많이 봤습니다. <다빈치 코드>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점차 미래 과학과 인류의 문제로 관심을 옮겨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오리진>부터는 확실히 방향 전환을 완료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신작 <비밀 속의 비밀> 역시도 미래 과학과 음모 정도의 속성을 가졌다고 볼 수 있는 소설입니다. <비밀 속의 비밀>의 성격을 한 줄 소개하려고 4개 단락에 걸쳐 써야 할 정도로 댄 브라운 스앵님은 역사가 깊고 리스펙트 할 만한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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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밀 속의 비밀은 어떤 책인가?

일단 <비밀 속의 비밀>은 매우 재미집니다. 총 2권에 거의 10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 압도적입니다. 근래 읽어본 소설 중 가독성이 최고 짱입니다. 시작부터 '아 또 뭔 일인고?'싶은 일이 벌어지고 슬슬 난장판으로 들어가면서 주인공도 난장판 속에 뭔 일인지도 모르고 개고생 요란 속으로 빠집니다. 약간 가벼운 하드보일드 소설 같은 좌충우돌 복잡한 일이 벌어지는데 독자 입장에서도 갈피를 잡기가 어렵습니다. 너무 어려운 이야기가 처음부터 쏟아지면 손을 놔버릴 텐데 초반에는 가볍게 맛만 보여주기 때문에 추격, 음모, 범인 등에 집중하다 보면 시간이 후루룩 가면서 이야기에 빠져듭니다.



전체 분량의 1/3쯤 진행되면 대충 음모나 범인이 예측이 되면서 지루해질 수도 있는 부분이 생기는데 결과적으로 저의 추측은 하나도 맞지 않았습니다. 사건이 벌어진 전말은 물론 그 토대가 되는 이론조차도 주인공이 정확히 모르는 상황이 계속되기 때문에 독자 입장에서 그 궁금증이 증폭될 수밖에 없습니다. 중반 이후까지 미친 듯이 흘러가던 이야기가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참고 참았던 브라운 옹의 이론 설명이 쏟아지면서 살짝 위기가 찾아올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저는 이런 SF 적 개념과 이론을 어느 정도 좋아하기 때문에 흠칫하면서도 잘 참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 구조적으로도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인 로버트 랭던이 직접 당사자면 미친 듯이 추론해서 막 풀어재낄 텐데 이번 작품에서는 랭던도 잘 모르는 분야에서 일어나는 사건이기 때문에 상당한 제약 조건이라 활약이 미미하고 그렇기에 미스터리가 오래 지속될 수 있습니다. 이번 작품은 기호학자 랭던뿐 아니라 노에틱 과학자 캐서린이 등장해 이야기를 끌어가는 쌍두마차로 활약합니다. 서로 모르는 건 추론하고 알려주고 도와주고 끌어주고 밀어주고 뭐 이러면서 사랑도 하고 투닥거리기도 하고 뭐 그런 이야기 말입니다.



노에틱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하다 보니 아몰랑으로 흘러갈 수도 있는데 랭던과 캐서린이 오랫동안 서로 호감만 가지고 있다가 마침 사건이 터지기 직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활활 불타는 상태로 사건을 맞이하는 설정이기 때문에 미친 애틋함으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애쓰는 모양새가 자연스럽습니다. 캐서린의 연구 분야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랭던이 배워가는 과정을 독자와 함께 하기 때문에 그나마 생소한 이론을 따라가기가 좋습니다. 좋은 구조이자 설정입니다. 브라운 옹의 친절함과 세심함이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책에 등장하는 이론은 인간의 의식이 몸을 벗어나는 소위 유체이탈 상태에 얽힌 이론입니다. 이런 유체이탈은 원래 인간이 경험할 수 있고, 경험해도 극히 짧은 기간만 유지하고 원본 되면서 바로 기억이 흐려지기 때문에 유의미한 활용이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만약 특수 시설과 기술로 이런 유체이탈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이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이 자유로운 영혼은 시공간의 제약 없이 어디든 갈 수 있기 때문에 여러분이 몰래 화장실에서 응가 하는 것도 훤히 볼 수 있다. 무섭지? 이런 이야기인 것입니다.



노에틱 사이언스라는 과학적 토대만 제외하면 영화 "본 아이덴티티" 시리즈와 비슷하게 전형적인 미스터리, 범죄, 액션, 드라마, 스릴러, 모험 장르의 소설입니다. 사람이 막 죽기도 하고 죽다 살기도 하고 심리학적 문제 캐릭터도 등장하고 나라 간 비밀 조직 간의 경쟁도 등장하는 흥미진진 스토리입니다. 각자의 이해득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정의를 찾아가는 아이디얼 한 마무리도 소설적입니다. 중요한 것은 매우 재미지다는 것입니다. 여유 되실 때 드라마 보듯이 주르륵 읽어보실 만한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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