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람, 좋은 인생은 채수아처럼..

채수아 작가 <사람을 사랑하는 일> 책 리뷰

by 돈다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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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람을 사랑하는 일'과 '싱크로율'의 문제에 대하여.

채수아 작가의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결혼 이후 삶을 중심으로 생활 전반에 일어난 일을 서술한 생활 밀착형 에세이입니다.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들과 더불어 살았는지를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 에피소드들이 지극히, 지극~~히 사적입니다. 그런데 이 개인적이고 사적인 일상 에피소드들이 큰 진폭의 감정 폭풍으로 다가옵니다. "인간의 감정을 뒤흔들고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는 일"은 의외로 가까운 사람과의 사소한 관계에서 일어난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내 주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내가 어떤 태도를 취하고 어떤 말과 행동을 하는지가 인생을 결정한다." 책의 주제를 일반화해 표현하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 주제를 '채수아'라는 개별적인 존재자의 케이스로 설명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없이 다양한 인생 케이스 중에 "채수아 케이스"는 어떤지 함께 살펴보자는 것이지요. 그녀가 책을 통해 설명하는 핵심 가치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입니다. 이 케이스에 얼마나 공감하고 동조하느냐가 이 에세이의 공감 여부를 결정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질문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여러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그저 본인의 삶을 담담히 풀어낼 뿐입니다. 그런데 독자는 마치 저자가 질문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러면 나는 어떤 인간이지?', '내 주변은 어떤 사람들이 있고 나는 어떻게 그들을 대하고 있더라?'라는 생각을 반복하게 됩니다. 에피소드에 녹아있는 다양한 감정들이 워낙 우리 인생에 공통적으로 맞닥뜨리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글에 과장이나 왜곡이 없이 솔직 담백해 보이는 것도 큰 이유입니다.



특히 저자와 시어머니의 관계가 반복적으로 소개됩니다. 한국인에게 시부모 갈등은 뿌리 깊은 주제입니다. 저자에게도 시어머니와의 관계는 일생일대의 도전입니다. 이 부분은 제가 경험할 수 없는 부분이다 보니 저는 공감이 어려웠지만 만약 독자가 같은 여성이고 부부나 친부모, 시부모, 주변 친지와 지인들 등의 관계에서 저자와 싱크로율이 높다면 감정적으로 크게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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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관절 어떤 삶을 살아온 것인가? 저자의 환경 구조에 대하여...

책 내용을 구성하는 에피소드가 지극히 개인적이기 때문에 이 책에 담긴 메시지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자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렇기에 책을 통해 드러나는 저자의 특징이나 인생 여정, 주변 인간관계 구조를 알면 좀 더 공감할 여지가 커집니다. 아무래도 저자의 연배가 높아 비교적 전통적인 환경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사실 최근에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서 결혼생활을 하는 분들도 아주 많습니다. 고부 갈등을 심하게 겪지 않는 비율도 점점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저자를 중심으로 생활 환경을 극단적으로 구조화하면 이렇습니다. 성품 좋은 부모님과의 무난하고 편안한 가정생활과 만만치 않고 강한 시댁에서의 척박한 결혼 생활, 이 속에서 역할을 해내려는 저자의 눈물 나는 노력과 극복의 자세가 이 책의 뼈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좋은 시기도 있고, 고난의 시기도 있어서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좌절하기도 하고 성장하기도 합니다. 저자에게 고난의 시기는 결혼 이후에 찾아옵니다. 그 핵심은 성격 강한 시어머니와의 관계입니다.



늘 결혼 생활이 어려운 이유는 인간이 살아온 환경과 다른 환경에서는 누구든 적응이 어렵고 힘들기 때문입니다. 특히 무난하고 편안한 가정 분위기에서 빡빡한 배우자의 가정과 결합했을 때 그 스트레스는 극에 달하게 됩니다. 처음 겪는 스트레스는 더 크고 강하게 다가오기 마련입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이 어둡고 아픈 현실은 받아들이고 정화해나가려고 노력하는 처절한 과정이 담겨있는 책입니다.



제가 만약 저자의 환경이었다면 애초에 그 환경에 들어서는 것을 거부하거나 상처받는 것을 피하려 공격적인 행동이나 언사를 했을 듯합니다. 관계를 깨끗하게 포기하거나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구나 가장 중요한 건 스스로를 지키는 일이니까요. 그런데 저자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나를 희생해서라도 내가 속한 관계 모두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이게 가능한 유일한 이유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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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수녀보다 더하다. 미치게 착한 인간을 추구한다는 것에 대하여...

저자는 바르고 성품 좋은 부모님 곁에서 천사처럼 순하고 귀하게 자란 것 같습니다. 교양 있고 사려 깊은 부모님과 지내면서 자연스레 타인을 배려하고 선하게 사는 삶의 태도를 배우신 것으로 보입니다. 아버지는 교장선생님까지 하시고 어머니는 사모로 사람들을 잘 챙기는 역할을 훌륭히 해오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와중에 저자도 교사가 되셔서 천직처럼 잘 해냈습니다.



문제는 결혼 후에 찾아옵니다. 남편과의 관계는 좋았지만 친정과 달리 시댁은 분위기가 순탄치 않습니다. 특히 홀로 세 아이를 키워오신 억척같은 시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받은 상처와 충격은 저자의 건강마저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저자의 이런 삶을 제3자 입장에서 보고 있노라면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화를 내시라고요!!'라는 독백을 하며 제가 화가 납니다. 그러나 저자는 답답하리만치 이해하고 배려하려고 노력합니다. 책을 삼분의 일 정도 읽었을 무렵에는 진지하게 그만 읽을까 고민했습니다. 저같이 인성이 부족한 닝겐이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관계가 어찌 되었는지는 독자들을 위해 스포일러를 피하도록 하겠습니다. 저자의 인생 여정을 정리해서 돌아보면 거의 영웅 서사입니다. 영웅 서사에는 주인공이 현 세계에서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려 모험을 떠나고 이 세계에서 심한 고난을 겪으면서 성장해 나갑니다. 남다른 경험과 모험을 이겨낸 주인공이 현 세계로 당당히 돌아와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이 주인공은 고난의 이 세계 경험을 통해 영웅으로 성장합니다.



저자는 인간관계와 인성, 인격의 완성도 측면에서 보면 거의 영웅을 넘어 신급입니다. 이 정도면 보살이라는 표현으로 부족할 지경입니다. 저자는 스스로 수녀가 본인에게 맞았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제가 보기에 이 분은 그 정도가 아닙니다. 추기경이나 성인의 경지에 올려 드려야 할 정도입니다. 그만큼 인생에서 착함을 극한으로 추구한다는 말입니다. 종종 주변 사람 중에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빠지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이 경우 생겨먹은 성정에 비해 착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스스로를 망치게 되고 결국 폭발합니다. 결과적으로 돌아이가 되거나 부적응자가 되거나 공격적인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저자 역시 자라면서 친부모님의 영향으로 너무 착하게 행동하고 타인을 배려해야 한다는 가치관이 깊이 장착되어 있다 보니 배드캅 역할을 하는 시어머니와 시부모 측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깊은 내상을 입게 됩니다. 내상이 깊으면 몸도 같이 망가집니다. 그러나 저자는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빠진 것이 아니라 그냥 착한 사람이었던 것이라 이를 결국 극뽁해냅니다. 중요한 것은 왜 저자는 이다지도 극단적으로 착하고 선하고 배려하는 삶을 살려고 몸을 망쳐가면서까지 노력했던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아마도 그것은 저자가 인생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사람을 사랑하는 일>에 두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가까운 관계 때문에 크게 데여서 인간관계의 무상함을 깊이 묵상한 일이 있었는데, 저자는 같은 상황에서도 전혀 다른 선택을 할 사람 같습니다. 좋던 나쁘던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것이 좋은 관계를 맺어 가는 것인지 고민이신 분이나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면 이 책 <사람을 사랑하는 일>을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고구마 100개 먹은 답답함을 느끼실지, 막혔던 마음이 펑 뚫리는 경험을 하게 될지는 당신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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