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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Dec 12. 2018

호두까기 인형 - 발레와도 영화와도 다른 원작 소설

잘 아는 것 같지만 의외로 읽어본 적 없는 대표적 소설



1. 왠지 읽은 듯이 안 읽은 소설 "호두까기 인형"


   가만 생각해 보면 전혀 읽은 적이 없지만 왠지 꼭 읽은 것만 같은 소설이 꼭 있습니다. 주로 고전에 속하면서 어렸을 때 축약본으로 접했던 소설들이 그렇습니다. 이런 소설들의 특징은 줄거리와 주인공을 알고 있는 것 같지만, 막상 찾아서 완역본으로 읽어보면 나의 퓨어하고 순수했던 기억 속에 있던 이야기와 너무 달라서 깜놀한다는 점입니다. 

   다행히 소설 "호두까기 인형"은 깜놀할 정도의 이상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연말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발레 '호두까기 인형'과 꽤나 차이가 있는 이야기입니다. 예전에는 "호두까기 인형"에 대해서 소설이나 발레나 관심이 1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호두라면 아이스크림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먹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발레를 하면서 매년 연말이면 빠짐없이 호두까기 인형 공연에 참여하게 되면서 좋으나 싫으나 내용에 너무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이 와중에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이라는 영화까지 개봉하니 원작 소설을 찾아 읽으시는 분들이 보였습니다. 그리하여 불현듯 깨닫게 된 것입니다. '아, 나는 왜 호두까기 인형의 원작 소설을 읽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가?'하고 말입니다. 그렇게 이 책을 찾아 읽게 되었습니다. 








2. 소설 "호두까기 인형"과 E.T.A 호프만


   소설 호두까기 인형은 E.T.A 호프만이 나이 마흔 즈음에 완성한 아동 소설입니다. 이름도 길고 긴(어니스트 시어도어 아마데우스 호프만) 이 양반은 다재다능한 능력자였던 모양입니다. 법학자이면서 그림도 그리고, 음악에도 조예가 깊어서 작곡도 하고, 소설도 썼습니다. 하나님이 실수로 재능을 이 양반에게 한꺼번에 쏟아버린 것 같습니다. 

   주업은 법관이었지만 부업이 작가였고, 그 외에도 특히 음악에 대한 사랑이 깊었던 것 같습니다. 긴 이름의 세 번째 자리 세례명이 원래 "빌헬름"이었는데 모차르트의 음악을 너무 좋아해서 "아마데우스"로 개명까지 한 것을 보면 그냥 좋아하는 수준은 넘었던 것 같습니다. 저 같으면 [김 "세이초" 돈돌] 뭐 이런 식이 될까요?(그러고 보니 세이초 책을 읽은 지 너무 오래되었군요...)

   여튼 소설 "호두까기 인형"은 친구이자 출판업자인 히치히의 아이들을 위해 쓴 책입니다. 제가 보기에 어린아이들이 읽기에는 좀 자극적인 면도 있고, 현실세계에 대한 비판의식과 풍자도 내포하고 있어 단순히 아동용 소설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작품입니다. 그렇기에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명작의 반열에 올라 있는 것이겠지요. 

   이 소설의 특징적인 부분은 이야기 속의 현실과 가상세계가 매우 정교하게 짜여서 교차하기 때문에 어린 독자라면 상당히 헷갈릴 수 있을 정도로 모호하다는 점입니다. 이런 특징이 이 소설을 단순하지 않고 몽환적이면서도 다채롭게 읽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제가 봐왔던 발레 작품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우스꽝스럽게 등장했던 "생쥐왕"이 원작에서는 사실상 매우 강력한 '빌런'으로 등장합니다. 심지어 머리가 7개나 달린 괴수입니다. 인도 전승 신화 라마야나에 등장하는 악귀 라바나가 생각나는 강력한 적입니다. 적이 강력해야 이야기의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는데 소설 "호두까기 인형"은 그 점을 매우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3. 소설 "호두까기 인형"과 발레 "호두까기 인형"


   내용도 그렇고 제작 과정을 따져봐도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발레 "호두까기 인형"의 원작 소설이 E.T.A 호프만의 "호두까기 인형"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발레 '호두까기 인형"의 음악 대본으로 쓰인 작품은 알렉산더 뒤마라는 사람이 2막 3장으로 쓴 "호두까기 인형 이야기"였다고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그 유명한 차이콥스키 형님께서 작곡하셨지요. 인생 후반부에 쓴 작품이라 원숙하고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그다지 탐탁해 하지 않았다는 일화로 유명하지요.

   발레 2막에 등장하는 "눈의 왈츠" 같은 내용이나 "사탕 요정의 춤" 같은 장면은 원작 소설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물론 장난감 나라에서 마주치는 인물들이 춤을 춘 것으로 대충 퉁치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입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차이콥스키 형님과 취향이 비슷한지 저도 왈츠를 무척 좋아합니다. (음. 알. 못이 차이콥스키에게 엉겨 붙으려고 하는 게 좀 민망합니다만..) 그리하여 "꽃의 왈츠"는 대머리 아저씨 히사이시 조 형님의 "인생의 회전목마"와 함께 제가 가장 좋아하는 왈츠곡이 된 것입니다.(책 리뷰에서 이 얘기가 왜 나오냐고 묻지 마시길... 의식의 흐름 기법 리뷰란 원래 그런 것이니까 말입니다.) 

   소설은 아주 간단한 플롯의 이야기입니다. 다만, 이야기 속 이야기로 등장하는 '단단한 호두에 대한 동화'는 참으로 흥미로우면서도 이 소설이 현실과 환상 세계를 오가는 가교 역할을 합니다. 이 이단 구조를 대사가 없는 발레로 표현하기에는 다소 난해할 수 있어 발레 속에서는 상당히 다르게 각색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서사보다는 보여주는 것이 더욱 중요한 발레 공연이기 때문에 당연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발레 "호두까기 인형"에 즌혀 관심이 없는 분에게는 별 의미 없는 이야기가 될 테지만, 원작 소설과 발레, 그리고 영화까지 비교해서 감상해 본다면 상당히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스토리임은 분명합니다. 분량도 그리 길지 않으니 한 번쯤은 읽어 보암직한 소설입니다. 







https://youtu.be/_Velau47mqY

차이콥스키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 중 '꽃의 왈츠' Tchaikovsky - Nutcracker Suite 'Waltz of Flowers'


https://youtu.be/DV-V-ftDNqQ

인생의 회전목마 - 히사이시 조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


https://youtu.be/Huz1BW1aAb4

유니버설발레단호두까기인형 하이라이트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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