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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Jan 27. 2019

골 때리는 작가 dcdc의 미래형 하이브리드 SF소설

국내 SF소설집 "구미베어 살인사건", dcdc.  아작출판사



1. 진작에 알아봤어야 했는데...



  정말 오랜만에 유쾌한 SF 소설을 만났습니다. dcdc 작가의 근간 "구미베어 살인사건"입니다. SF 전문 출판사 아작에서 재미난 국내 소설을 출간해주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dcdc 작가의 작품은 사실 "이웃집 슈퍼 히어로"에서 "월간영웅홍양전"으로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는 워낙 쟁쟁하고 좋은 작가들이 즐비했고, dcdc 작가에 대해서만 집중할 상황은 아니었지만 "월간영웅홍양전"은 그 속에서도 "희한한" 작품이었습니다. '이게 뭐지? 이 와중에도 눈에 띄게 병맛스러운걸?'정도만 생각하고 넘어갔었습니다. 


   이 작가의 리얼 퓨어 한 병맛스러움을 진작 알아봤어야 하는데, 늦어서 미안합니다. 지금이라도 당신의 병맛스러움을 인정합니다. 당신은 한국 SF 소설계의 이단아이자, 퓨어 또라이입니다. 인정 인정. 또 인정! 


   dcdc 작가는 가뜩이나 기반이 약한 국내 SF에서도 눈에 띄는 캐릭터입니다. 이제는 어디서 dcdc 작가의 작품을 일부만 읽어도 "어, 이거 dcdc 아냐?"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SF 소설가 dcdc를 설명하는 자료에 한결같이 빠지지 않는 "영화배우 김꽃비의 팬", "독특한 소설을 쓰는 작가" 등이 있겠습니다만 정작 가장 중요한 특징은 매우 또라이스럽다는 점일 것입니다. 너무 특이한, 기존 문법에 귀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의 자유로운 작품이다 보니 아주 좋아하거나 완전 극혐하거나 둘 중 하나일 텐데 그 두 가지 반응을 보이는 독자 모두 동의하는 것은 '거 참, 또라이스럽군.'이라는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점일 것입니다. 

 

   아, 이렇게 또라이스러운 작품을 능청스럽게 쓰는 작가가 잘생기기까지 하여 표지에 구미베어가 아니라 작가의 얼굴을 떡하니 올렸으니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앞으로 이 양반의 왕 팬이 될 것 같습니다. 더더욱 또라이스러움을 개발하고 갈고닦아 더욱 병맛스럽고 실험적인 문제작들을 많이 쏟아내 주기를 바랍니다. 






2. 골 때리는 작가의 골 때리는 작품들...


   이 작품집에 실린 작품들은 하나같이 정말 "희한한" 작품들입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뭐야? 쓰레기구만'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출판사 편집자도 이 책을 출간하면서 마음 한편에는 '아, 이거 욕먹는 거 아냐?'라며 후들후들한 마음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정통 SF와는 제법 멀어져 있는 신기한 작품 세계입니다. 


   dcdc 작가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웨스 앤더슨" 감독처럼 자신만의 스타일이 확고합니다. 작가주의 소설가라고 해도 될 만큼 읽으면 '엇, dcdc?'할 수준입니다. 뭐가 그리 특이하냐고 물으신다면 에브리띵이라고 대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좋은 소설가라면 무조건 가지고 있어야 할 그만의 기발한 발상이 대단합니다. 기발한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는데 이 양반은 그 기발함의 수준이 매우 높습니다. 퓨어 병맛 기발함이 있습니다. 작품 하나도 '음.. 그나마 이건 정석적이군.'이라고 생각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 


   통상 아이디어는 기발하나 필력이 딸려 '에이 기발한데 소설 수준은 쉣이군...'이라는 평을 받는 작가가 많은데 천만 만만 다행으로 이 양반은 필력이 좋습니다. 문장력도,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도 좋아요. 여기에 실험적인 작품들을 끊임없이 쓰기 때문에 신선하기까지 합니다. 사실 기발하고 신선한 작품을 쓸 때는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 익숙함과 신선함의 비율을 어떻게 가지고 가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 황금비율을 잘 찾는 작가가 매우 사랑받고 각광받는 작가가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SF라는 틀에 들어온 이상 현시점에서 대다수 독자의 지지와 사랑을 받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또 고민이 생깁니다. 그럼 'SF 순혈 팬들에게라도 인정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문제입니다. 이렇게 어려운 판에서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결국 신선한 듯하지만 평범하고 그저 그런 작품이 되기 십상이지요. 


   dcdc 작가는 다행히도 그런 식의 접근을 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냥 지멋대로 썼어요. 그런데 잘 썼어요. 그러니 뭐 그냥 '이상하다'라고 흠을 잡기에는 뭔가 또 괜찮아. 마음을 열고 읽으면 갈수록 재미있는 것 같아. 이런 식입니다.


   이 양반은 자기 자신의 아이디어와 이야기의 형식 사이에서 다양한 실험을 하는 듯 보입니다. 이 작품집만 해도 동화, 고전, 히어로물, 스릴러, 호러, 덕질 등등 다양한 형식에 기반한 새로운 방식이 펼쳐집니다. 그렇기에 엉뚱하기도 하고 벙찌기도 하는데도 불구하고 욕은 할 수 없는 또라이스러움이 있는 것입니다. 매우 흥미로운 또라이스러움 말입니다.






3. SF란 무엇인가? 장르소설의 본질은 재미.


   이 소설집을 읽으면서 '도대체 SF가 뭐지? 내가 여태껏 어떤 소설을 SF 소설이라 생각하고 좋아한다라고 했던 것이지?'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한 권 읽었는데 무언가 본질적인 질문을 하게 되고 고민을 하게 만든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튼, 이 소설들은 일반적으로 동의하는 SF의 형식과 내용에 완전히 벗어나지도 않지만 또 딱 들어맞지도 않습니다. 그렇기에 고민이 생기게 됩니다. 이 소설집의 소설들을 SF로 받아들이려면 SF 소설에 대한 경계가 좀 더 넓혀져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들을 높이 평가합니다. 단순하게 보면 이상한 병맛 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치부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매우 의미 있는 소설들입니다. 


   마이너 뽕필 병맛을 사랑하는 저로서는 SF 순혈주의에 동의할 수가 없다 보니 당연히 이런 소설들의 출현을 환영합니다. SF가 무엇입니까? 하드 SF도 있고 소프트 SF도 있고, 이런저런 구분을 많이 합니다만, SF 소설이라면 이래야 해!라고 주장해봐야 사실 큰 의미는 없습니다. 어느 장르를 막론하고 장르소설은 "재미"만 보장되면 나머지 부분은 다 부수적인 것입니다. 어차피 재미있자고 읽는 것 아닙니까? 재미없으면 아무리 SF의 정수를 담았다고 해도 헛지랄이 아닙니까? 


   적어도 dcdc 작가의 "구미베어 살인사건"에 수록된 소설들은 하나같이 독특한 재미가 있습니다. 물론 일반적인 재미와는 살짝 차이가 있기는 합니다. 그러니 본인이 좀 '기본, 근본, 틀'을 중시하는 분이거나 독서에 있어 보수적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이 소설은 아무 때나 읽어서는 안됩니다. 일단 본인의 바이오리듬 상 신체적 상황이 매우 좋고, 배도 어느 정도 부르고, 기분도 매우 좋아서 어떤 상황이라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바로 그때 이 소설을 읽으셔야 합니다. 그러면 더욱 재미있고 독특하고 기발한 소설로 기억 속에 오래오래 남을 수 있는 것입니다. 


   dcdc 작가는 한국 SF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자리를 지켜줘야 할 작가입니다. 그의 장르파괴, 기발함, 신선함이 끝까지 유지되기 바랍니다. 설정처럼 가지고 가는 김꽃비 배우에 대한 애정도 변치 마시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dcdc 작가의 많은 글 중에 가장 평범하고 일반적인 문장으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사실상 정신세계는 멀쩡할 거라는 주장을 하고 싶어서...)



먹고 기도하고 SF를 보라.


                                       

   아멘...

처음에 구미 베어가 뭔가 했습니다. 요런 곰돌이 젤리를 말하는 거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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