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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Feb 02. 2019

파워드 수트를 적용한 SF 액션 스릴러 경찰 소설

책리뷰 : 기룡경찰 쓰키무라 료에




1. 원초적인 느낌을 자극하는 파워드 슈트 개념을 활용한 SF 느낌의 경찰 소설


   쓰키무라 료에의 "기룡경찰"을 읽은 분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의문을 가질 것 같습니다. '이거슨 SF 인가? 경찰 소설인가?'라는 의문 말입니다. 확실히 로버트 A. 하인라인 옹의 밀덕 SF에서 기원한 파워드 슈트의 개념은 활용하기 좋은 소재입니다. 통상은 밀리터리 소설에서 주로 활용됩니다만, 저자는 경찰 조직에 접목했습니다. 이 책의 후반부에도 관련 내용이 등장합니다만 더 이상 전쟁과 테러를 완전히 분리하기 어려운 세상이 되기는 했습니다. 대테러 장비로 파워드 슈트를 활용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상상입니다. 


   'SF 인가? 경찰 소설인가?'라는 관점에서 이 소설을 바라본다면 무게 중심을 경찰 소설에 찍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경찰은 경찰인데 파워드 슈트를 입은 경찰이라는 것이지요. 저자가 SF적 요소인 파워드 슈트의 구조라던가, 기동 방식, 정밀한 조정을 위한 방법, 기술적인 부분과 관련된 전문 용어 등을 사용함으로써 SF 소설로 인정을 받기는 했습니다만, 이 파워드 수트라는 설정을 들어내고 그냥 신기술을 활용한 강력한 무기를 든 경찰 정도로 수정하더라도 전체적인 이야기의 구조는 무리 없이 끌고 갈 수 있을 정도로 반드시 필요한 요소는 아닙니다. 


   그뿐 아니라 "요코야마 히데요"나 "혼다 테츠야"가 생각날 정도로 경찰 조직의 생리, 부서 간의 알력 다툼, 경찰 자체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 등에 의해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과 심리를 훌륭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일본 내뿐 아니라 국제적인 용병과 범죄조직 출신 인물들에 대한 설정도 효과적으로 하고 있어 소설의 재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경찰 소설의 중요한 요소들을 모두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아주 수준 높게 구현해내고 있어 전형적인 경찰 소설이라고 해도 좋은 소설입니다. 






2.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의 활용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초반의 적응기 이후 불현듯 찾아오는 강력한 흡입력입니다. 생소한 기갑 병장 컨셉과 쏟아지는 캐릭터에 적응하느라 초반이 완전히 이야기에 집중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시기만 잘 넘기면 마법처럼 이야기에 빠져들게 됩니다. 이런 방식은 소설이 더 재미있다고 느낄 수 있는 요소가 됩니다. 


   흡입력의 가장 큰 견인차는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듯이 각자의 성격과 스토리가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입니다. 저자는 어느 한 인물도 허투루 다루지 않고 한 땀 한 땀 장인 정신으로 캐릭터를 구축합니다. 상당히 정교하게 짜인 캐릭터들은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각자의 이야기보따리를 살짝살짝 풀어냅니다. 그 이야기들이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아서 비중이 크지 않은 악역조차 미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르면 거참 잘 썼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저자는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살리는 주요 수단으로 "독백"을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대화를 통한 성격 묘사도 좋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각 캐릭터가 읊조리는 "독백"이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이런 형국이다 보니 정작 파워드 슈트를 장착한 기갑 병장들끼리의 교전 장면은 비중이 오히려 낮습니다. 초반에 잠시 등장하지만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끝나버린 후에 결말 부분에 가서야 제대로 된 액션이 펼쳐집니다. 물론 중간중간 등장하기는 하지만 전부 회상 장면이라 애매합니다. 그럼에도 이 액션이 상당히 쫄깃하고 실감이 나서 이야기 내내 싸우는 것보다 더 극적인 효과는 좋습니다. 이 백병전에 가까운 교전 장면에서조차 캐릭터들의 감정선이 잘 살아있어서 역시나 캐릭터 묘사가 이 소설의 백미가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3. SF적 요소의 활용이 독이 될 수도...


   아무리 생각해도 이 소설은 SF로 분류하기에는 너무 경찰 소설입니다. 분명 SF 적인 요소와 활용이 훌륭하지만 많은 분들이 지적하다시피 기존에 너무나 많이 활용되었던 설정이고 여타 유명한 파워드 슈트를 활용한 소설이나 영화, 애니에 비해 더 진보적인 기술이 등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생체 신호를 활용해 파워드 슈트의 활용성을 극대화한다는 설정 정도가 나름 새로운 면일 텐데 "업그레이드" 같은 영화에서 이미 A.I 칩이 인간의 신체를 완전히 장악해 컨트롤하는 장면을 연출하면서 기술적인 진보의 무서움에 대해 직관적으로 보여준 바 있습니다. 이미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 철학적, 윤리적 질문을 던지는 스토리가 다양하게 나와있는 상황인 것이지요.


    이런 기존 이야기들에 비해 이 소설은 파워드 슈트 기술을 이야기를 이어가는 설정의 하나 정도로 활용하는데 그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이리 보고 저리 봐도 SF 소설이라고 말하기가 애매해지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무늬만 SF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쯤 되면 '굳이 SF 소설처럼 파워드 슈트 기술에 대해서 이 정도로 비중 있게 다뤘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게 됩니다. 소설 속에는 파워드 슈트 기술과 관련된 전문적인 내용과 용어가 등장하기 때문에 SF를 좋아하는 저에게는 어렵거나 생소하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SF에 경기를 일으키는 많은 독자들은 오히려 어렵고 불편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굳이 독자들에게 SF 소설이라 하여 기피하도록 만들 필요가 없었다는 생각이 조금은 듭니다. 사실 SF라고 단정하고 소설을 살펴보면 SF 적인 요소가 오히려 약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기야 SF나 경찰 소설이나 메이저 장르는 아니기는 매한가지라 이런 구분이 무에 소용이 있을까 싶은 자조적인 생각도 들기는 합니다. 그렇기에 이렇게 재미있는 SF와 경찰 소설을 융합한 소설이 많이 읽히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뜩이나 장르소설을 지탱하는 주요 독자층이 한정적인데 잘 안 팔리는 SF와 경찰 소설까지 크로스 해서 타깃 독자층을 잃은 것만 같습니다. 옛날 약장수들이 맨날 "애들은 가라, 애들은 가~~" 하는 소리를 했었는데, 이 소설은 "여성들은 가라, 여성들은 가~"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여성들이 SF와 경찰 소설을 전혀 안 읽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즐겨 찾는 장르는 아니니까 말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 소설은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SF도 좋아하고 경찰 소설도 사랑하는 저에게는 아주 기막히게 좋은 조합이었습니다. SF 적인 부분이 좀 더 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리즈 다음 책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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