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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Apr 01. 2019

망원동 미스터리카페를 배경으로 쓴 흥미로운 소설

미스터리 추리소설집 [카페 홈즈에 가면?]



1. 자주 가본 듯 익숙한 곳 카페 홈즈 


   망리단길이라 불리며 핫한 망원동 쪽에 자리한 카페 홈즈 소식은 가깝고도 먼 사이인 조영주 작가님을 통해 꾸준히 보고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흥미로운 공간인 것은 맞으나 제가 서식하고 활동하는 공간과는 너무 거리가 있는 데다가 직장생활과 가사, 아이들 뒷바라지로 정신이 없는 저로서는 쉽게 여력을 내기 힘들어 가보지 못했습니다. 


   심리적으로 친근한 공간을 배경으로 한 소설집이 출간된다는 것은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추리소설, 미스터리 전문 카페를 표방하는 곳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왠지 더욱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마침 조영주 작가님이 감사하게도 작가님들의 친필 사인이 있는 책을 친히 보내주시어 금세 읽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이렇게 책을 집중해서 단숨에 읽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즐겁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네 분 작가님들의 역량을 알아서 그런지 더 기대감을 가지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단편집이라 호흡이 길지 않아 좋았고, 각자의 개성이 물씬 묻어나는 단단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각 작품 속에 등장하는 카페 홈즈는 제각각 다른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하나의 공간이 네 개의 소설을 관통하는 접점 역할을 해 주었기에 하나의 책으로도 통일감을 줘서 좋았습니다. 


   막상 카페 홈즈에 가면 뭔가 민망하고 머쓱할 가능성이 높지만 나름 워너비 방문해야 할 공간이 된 것은 분명합니다.                                                

                         출처 : street-h.com               





2. 네 가지 맛의 단편 소설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즐거움


  신원섭 작가님의 대표작 [짐승]은 아직 읽어보지 못해 어떤 느낌의 글을 쓰시는지 잘 모릅니다만, 정해연 작가님이나 조영주, 정명섭 작가님의 작품은 그래도 제법 읽어봐서 나름의 스타일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읽기 전부터 각자 쓰시는 스타일을 살리면서 하나의 배경에 녹여낸 작품들을 어떻게 펼쳐낼지 상당히 궁금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개성 넘치는 각각의 맛이 잘 섞인 아이스크림을 먹은 것처럼 조화가 좋았습니다.


   신원섭 작가님의 "찻잔 속에 부는 바람"은 일단 스토리가 독특하고 스타일리시했습니다. 기본적인 플롯도 좋았지만 이야기 속에 녹아나는 작가와 작가 지망생, 독자와 출판사, 그리고 출판계의 현실 등을 바라보고 풀어내는 작가의 시선이 아주 좋았습니다.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장르를 바라보는 각자의 입장 차이에서 오는 미묘한 문제들을 매우 훌륭하게 묘사하고 있고, 짧은 분량으로 표현해내는 역량이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르신, 어차피  이 사장에 독자는 없어요. 팬덤만이 존재할 뿐이죠. 트위터 팔로워 오천 명만 있으면 똥을 싸도 중쇄를 찍는 세상이에요. 정말로 진정성이라는 게 존재한다고 믿으세요?"
 - 찻잔 속에 부는 바람 p61


   네이버 블로그도 예외는 아니지만 여타 SNS를 보다 보면 스스로를 "작가"라고 소개하고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리고 자신의 작품을 홍보하는데 여념이 없는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저 같은 경우는 그런 분들을 쉽게 생각하거나 등단하지 않은 작가를 인정하지 않는다거나 하는 식의 "전통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요. 세상은 늘 변화하고 그 변화하는 환경을 기회로 잘 잡는 현명한 분들은 늘 있기 마련이니까요. 그냥 하나의 큰 흐름이자 트렌드라고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SNS로 인기를 얻은 작가님들의 책을 선택해서 읽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제가 딱히 트렌디한 사람은 아니니까요. 


   이런 현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대단히 시니컬해 보이지만 지나치게 무겁게 다루고 있지는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현실을 너무 무겁게 그리면 좀... 없어 보이니까요. 그것보다는 가장 기본이 되는 작가가 무엇이고, 진정성 있는 소설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으로 작품을 끝내고 있어 상당히 의미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해연 작가님의 [너여야만 해]는 늘 다크하고 고어 한 작가님의 스타일에 맞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평소 느끼던 소설적 특징보다는 조금 가벼운 작품인 것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이 분이 늘 한결같이, 주야장천 추구하는 인간 군상들의 겉과 속이 다른 저열함, 부조리한 세계에 대한 고발과 같은 특징이 잘 살아있어요. 역시 정해연 작가님 작품은 작품 속에 살아있는 불편한 시선이 매력적입니다. 이 양반은 참, 한결같아요. 깐데 또 까고 깐데 또 까고 자꾸 인간의 악함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본인이 기대하고 원했던 상황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원치 않는 행위를 강요당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됩니다. 나의 이익 또는 입장을 위해 타인을 몰아붙여야 하는 상황도 심심치 않게 겪게 되죠. 그런 상황을 상상하면 대체로 성인군자처럼 아름다운 행동을 할 것 같지만, 막상 현실에 닥치면 의외로 극단적인 이기심이 발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상황에 스스로 당황하고 놀라기만 해도 인간적이라고 해야 할 지경입니다. 정해연 작가님은 이런 상황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움직이는 캐릭터들의 다양한(어쩌면 일관되고 획일화되기까지 한) 태도와 반응을 그리는데 특장점이 있습니다. 심지어 이야기가 재미있기까지 하니 딱히 왜 좀 가볍게 그리지 않냐고 따지기도 머쓱합니다. 브로큰 패밀리에서 성소수자 문제까지 자연스럽게 버무린 솜씨가 빛나는 작품입니다. 

   조영주 작가님의 [죽은 이의 자화상]은 저로서는 상당히 신선하게 읽은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작가님의 의도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미스터리보다는 로맨스 소설이자, 자기고백적 소설로 읽혔습니다. 조영주 작가님은 심플하지만은 않은 플롯에 캐릭터의 복잡한 심리묘사를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한데, 이 작품도 작가의 특징이 여지없이 드러납니다. 특히 주인공 해환의 이성에 대한 태도와 감정에 대한 묘사는 무척 자기고백적인 느낌을 풍깁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소설 속 여주인공의 이름이 작가의 필명인 해환이라는 점입니다. 특별한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소설 속 해환의 이야기는 작가의 경험에서 온 이야기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적당한 경험과 픽션이 가미된 인물, 그렇기에 본명은 아닌 필명 캐릭터가 등장한 것이 아닐까 마음대로 상상하면서 읽으니 더욱 재미있었습니다. 작가님은 '아닌데?'라고 하고 말 수도 있지만요. 내가 재미있었으면 됐지 뭐. 어쨌거나 피 철철 목댕강 스타일보다 의외로 로맨스가 가미된 소설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게 된 작품이었습니다.


   정명섭 작가님의 [얼굴 없는 살인마]는 상대적으로 본격 추리소설에 가까운 작품이라 장르적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안면실인증으로 얼굴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는 주인공이 대신 신체적 특징, 소리, 냄새 등을 정확히 잡아낸다는 설정이 흥미로웠습니다. 짧은 소설 속에서 짜임새 있는 플롯으로 흥미로운 미스터리를 만들어 냈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본격 추리소설을 평소에 충분히 즐기는 독자에게는 좀 약하다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접한 미스터리에 무척 반갑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짧은 분량이지만 다채로운 형식의 추리소설이 신선한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살아보겠다고 정신없이 버둥거리는 와중에 책을 보내주신 조영주 작가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오랜만에 휴식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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