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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Apr 03. 2019

의미 있는 삶을 위한 객관적인 기준은 존재하는가?

[LIFE, 삶이란 무엇인가] 책 리뷰




1. 가치 있는 삶의 조건을 찾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세상에는 참 돈 안되는 일을 연구하는 신기한 분들이 많습니다. 미국의 뉴저지에 위치한 프린스턴 대학교에는 인간가치센터라는 곳이 있는 모양입니다. 이곳에서 [삶의 의미]라는 이름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LIFE, 삶이란 무엇인가]는 그 결과물로 탄생한 책입니다. 


   이 책의 구성은 여느 인문학 서적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저자가 있지만, 저자의 일방적인 연구결과와 주장을 주야장천 실은 책이 아니라 저자가 강의한 내용을 두 챕터에 나눠 먼저 소개하고, 저자의 글 두 편에 대한 4명의 논평을 실었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저자가 각 논평에 대한 답변을 마지막으로 실어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여느 인문학 서적보다는 상당히 생동감 있는 구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가지 논점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접할 수 있고, 독자 역시 여러 사람의 입장을 대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매우 유익한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당연히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교수님이십니다. 수전 울프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의 철학 교수님은 이 책을 쓰실 당시에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채플힐 캠퍼스 철학 교수로 재직하고 계셨고, 하버드대, 존스홉킨스대, 메릴랜드대 등에서 강의를 했으며 전미철학협회 회원이기도 합니다. 도덕 철학과 심리 철학을 넘나드는 광범위한 분야를 연구과제로 삼고 있다고 합니다. 


   "삶의 의미"가 무엇이냐를 가지고 강의를 하고 자신의 주장을 개진하는 강심장이라면 울프라는 성함을 쓸 자격이 있겠습니다. 사실 누구나 말할 수 있는 광범위하고 폭넓은 주제입니다. 그러나 누구도 쉽사리 언급하기 힘든 문제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그동안 대놓고 삶의 의미를 논하기가 어려웠던 것일 텐데, [죽음이란 무엇인가?]로 전 세계적으로 꽤나 재미를 봤기 때문에 '그렇다면 삶에 대해서도?'라고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2. 그래서 "삶의 의미"란 무엇이라고 주장하는 것인가?


   사실 "삶의 의미"가 무엇이냐?라고 물으면 쉽게 대답하기는 힘들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누구나 그럴듯한 대답을 할 수는 있습니다. 이런 질문이란 게 "삶이란 00이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깔면서 말하면 아니라고 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삶이란 고통이야." 라거나 "삶이란 환희야", 또는 "삶이란 롤러코스터야" 등의 주장을 하더라도 "닥쳐!'라고 딱 잘라 말하긴 어렵죠. 워낙에 삶의 양태란 것이 다양하다 보니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데다가 사람마다 각자 인식하고 느끼는 삶의 의미라는 것이 워낙 주관적이면서도 느슨한 공통점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어떤 식으로 "삶의 의미"를 설명한다고 해도 반론의 여지가 매우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책을 읽을 때는 세상없는 보살의 마음으로 바다와 같은 평온과 끝을 알 수 없는 초긍정의 마인드로 무장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것입니다. 저야 다들 아시다시피 극도의 퓨어함과 험블함을 타고난 사람이다 보니 울프 슨상님의 주장에 딱히 반감은 없었습니다. 다만 졸리고 피곤했을 뿐...


   아, 그래서 울프 슨상님은 "삶의 의미"를 어떻게 말씀하시냐 하면은... 그건 직접 읽어보시는 것이 오해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 이기는 합니다. 굳이 제 마음대로 간단히 요약을 하면 이렇습니다. 

                                                                                                                                      

삶의 의미는 주관적인 통념과 객관적인 통념을 합친 '수정된 성취 관점'으로 설명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주관적인 이끌림'이 '객관적인 매력'을 만났을 때 비로소 삶의 의미는 모습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다시 다시 말하면 "사람들은 성취를 갈망하며, 가치 있는 대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몰두하는 삶을 선망한다는 것"이다. 유노 아임 새잉?                                                  


   이렇게 요약을 해도 대체로 반응은 "왓 더 퍽?"이라는 욕설 섞인 반문을 할 가능성이 높겠지요. 아, 그래서 내가 직접 읽어보시라고... 여튼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주관적인 이끌림'이라는 것은 쉽게 개념이 다가오는데 당췌 "객관적인 매력"이라는 것이 무엇이고 "객관적"이라는 기준이 존재하기는 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도대체 그게 가능한 개념이기는 하냐'라는 반론이 자연히 생깁니다. 이렇듯 책의 전반에 걸쳐 삶의 의미를 논하는 데 있어 "객관적인 평가나 기준"을 도대체 누가 정할 수 있으며 적용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논쟁이 핵심 쟁점이 됩니다. 


   울프 슨상님의 이런 주장에 대해 네 사람의 논평이 차례로 소개되는데 이 역시 직접 읽어보셔야 되지만 그래도 굳이, 부득불 요약을 해보자면 일단 존 쾬테 교수와 로버트 애덤스 교수 두 양반은 울프님에 대해 상당히 호의적인 평을 내놓습니다. 전반적으로 동의하기도 하고 이런 강의를 공개적으로 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 높이 평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의미에 대한 주관적, 객관적 요소에 대해 나름의 관점과 의문을 제기하기는 합니다. 


   아르팔리 교수와 하이트 교수는 역시나 강의 자체에 대한 의의는 인정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비판적인 논지를 취합니다. 아르팔리 교수의 경우 사람들을 실제로 움직이게 만드는 동인은 삶의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 사랑하고 열정을 바칠 수 있는 대상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삶의 의미에 기여한다는 것은 인생의 수많은 동인들 중에 하나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하이트 교수의 경우는 삶에서 '몰입'을 주요 특징으로 하는 '중대한 관여'가 가치 있고 생산적인 삶의 특징이라고 설명하면서 이것이 반드시 객관적 가치를 수반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합니다. 더 나아가 객관적 가치에 대한 철학적 논의는 굳이 필요 없을뿐더러 위험스럽기까지 하다는 지적을 합니다. 


   울프 슨상님이 이런 논평에 대해서 그냥 넘어갈 리는 없겠지요. 마지막 "답변" 챕터에서 네 사람의 논평에 대해 부드럽게 감사를 표합니다. 그러나 사실 잘 읽어보면 나름 빡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뉘앙스로 마지막까지 "객관적 기준"이 있어야만 어떤 활동이 중대한 관여와 몰입의 기회를 제공하는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일에 열정을 쏟아부어도 좋은지 따져볼 수 있을 것이라 재차 강조합니다. 그러니까 본인이 주창한 "삶의 의미에 있어서 객관적인 기준"의 중요성은 건들지 말라는 것이지요.                                                 






3. 삶의 의미는 소중하다. 하지만 누가 어떤 방식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                                                  

   '삶의 의미가 소중하다'기보다는 '의미 있는 삶은 소중한 것'이지요. 그렇다면 삶의 의미는 누가 정의하고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일까요? [LIFE, 삶이란 무엇인가?]에서 논의하고 있는 내용은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나눠보아야 할 인생의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퓨어하고 마음 좋은 저라 할지라도 울프 선생님이 주장하시는 "객관적인 삶의 의미에 대한 기준의 필요성"은 동의한다 하더라도 누가 어떻게 평가하고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극한의 엘리트주의가 아닌 이상에야 누구라도 쉽사리 기준을 제시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울프 슨상도 필요성을 설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딱 잘라 기준이 어떠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채 끝을 맺고 있습니다. 사실상 설명하기가 난해하고 불가능에 가깝겠지요. 아마 더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하더라도 이렇다 할 기준이 등장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과연 기준을 제시하기 어려운 기준이라는 것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행위가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니 의미는 있고 신선한 시각을 제시하기 때문에 흥미롭기도 합니다만 생소함에는 늘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고 저항을 깨부술만한 명쾌한 해답이 제시되지 않는 한 기존의 벽을 뚫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기존에 사람들이 막연하게 가지고 있는 개념이 딱히 잘못된 도그마도 아니기 때문에 더욱 강하게 주장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LIFE,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출간된 이 책이 완독하고 난 독자에게 뭔가 화장실에 갔다가 비데로 세정은 했는데 물기를 제대로 제거하지 못하고 옷을 입은 것만 같은 찜찜함을 남기게 되는 것입니다. 그뿐이면 좋겠습니다만, 팬티가 젖어서 축축한 느낌이 화장실을 벗어나서도 계속 남는 그 못마땅함이 가시지 않는 것입니다. 


   참 애매합니다. 딱히 안 좋은 책이라고 욕을 할 수는 없고, 인생과 삶의 의미에 대해 통찰을 얻었다고 구라를 치기도 어려운 그런 책인 것입니다. 인생의 참된 의미를 깨달아 해탈에 이른, 아트만의 경지에 이르러 물아일체를 경험하신 분이 계시다면 한번 읽어보시고 가르침을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느끼기에 이 책 [LIFE, 삶이란 무엇인가]의 부제는 '나는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는가?'가 아니라 '난들 알겠는가?'라고 달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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