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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한 방울 떨어지는 순간

당황스럽다는 감정은 바로 이런 순간을 표현하는 말일 거야

by JJia

병 진단 후부터 이상한 증상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멀쩡하다가도 갑자기 눈물이 터지는 것이다.

이유는 모르겠다. 정말 갑자기 그냥.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눈물 한 방울이 툭 떨어지는 거라서 오히려 내 자신이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이런 인생을 예상치 못해서 앞으로 마음을 강하게 먹어야 할텐데 (우리 엄마처럼).

병 진단받고 제일 아이러니한 것은 나는 왜 울 엄마의 성격을 닮지 않았을까. 닮았었더라면 혼자 살 생각을 해도 한결 고민이 없었을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눈물이 나는 건 이유가 뭘까. 정말 나약하네. 정말 내가 생각해도 답이 없다. 사실 생각해보면 그 때도 답이 없었고 지금도 답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결국 답이 없네. 어디선가 들은 말이 생각나는데 그럴 때는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부터 하라고.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에서 나왔던 말이다.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 그게 뭔지 아직 못 찾은 것 같다. 사실 처음에는 너무 절망적이라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이제야 정신이 좀 차려지니까 이렇게 글도 쓰고 하는 거지.

아프고 나서 종교를 믿거나 착하게 살아야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말을 사람들은 쉽게 하고들 한다. 그러나 그건 정말 병을 진단받은 본인이 아니라서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현실적으로는 진단 전보다 스트레스 받는 일이 조금이라도 생겨도 훨씬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조금이라도 신경에 거슬리는 일이 생겨도 예전보다 훨씬 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심지어 나는 저절로 욕이 튀어나오는 경지에 이르렀다. 예전에는 절대 그런 일이 없었는데 이제는 조금이라도 누가 나를 스트레스 받게 하는 일이 생기면 저절로 욕이 튀어나오고 자꾸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반응하게 된다.

나는 병 진단 전에도 내 자신이 부정적인 인간인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병을 진단받은 이후로 이제는 더 감당할 수 없이 부정적인 인간으로 급속도로 변해 가는 것만 같다. 이건 내 성격 영향도 크겠지. 내가 좋아하는 가수는 까칠하기로 소문이 난 가수이지만 그게 그 사람의 매력이다. 그 사람은 성격이 오히려 매력으로 승화됐지만 나는 그냥 부정적인 성격의 사람일 뿐이다. 그리고 요즘 또 깨달은 것은 사람은 진짜 좀처럼 바뀌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내 성격은 좀처럼 바꾸기가 엄청 힘들다는 것을 요즘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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