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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ia Sep 26. 2024

첫 회식

점점 신경이 쓰이는 그 남자


나는 그 준식이라는 남자와 서로 얘기하는 횟수가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주로 업무에 관한 말이었지만 매일 잠깐이라도 짧은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물론 이건 내가 그 남자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서 일부러 말을 걸려고 노력한 영향이 컸다. 그러면서 나는 점점 그 남자에 대한 궁금함과 호감이 커져갔지만 그 준식이라는 남자는 내가 우리 부서에서 유일한 동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관심이 없어 보였다. 이 사실이 나의 자존심에 엄청난 상처를 주고 있었지만 그럴수록 더 이상하게 계속 그 남자에게신경이 쓰였다.


우리 부서에 내가 새로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내 환영 겸 첫 회식을 하는 날이었다. 우리 부서에는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라인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여자 과장님들이었다. 이 과장님들은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하셔서 여자 사원들을 통솔하는 것뿐만 아니라, 회사가 돌아가는 일까지 꿰뚫고 있는 분들이었다. 그런데 그분들이 제일 무서웠던 이유는 다 술을 잘 마신다는 것이었다. 나는 내 인생에서 제일 술을 많이 마셨던 때가 첫 입사한 이 회사에 근무했을 때였다.


첫 회식은 다 참석하기로 되어 있는데 나는 일하면서도 오늘 퇴근하고 술을 엄청 마셔야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 때문에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결국 그 시간은 다가오고이미 여자 과장님들과 높은 직급의 분들이 입사를 축하한다고 나에게 계속 술을 주셔서 정신이 없는 상태였다. 주시는 술을 안 마실 수도 없고 계속 받아마신 나는 이제까지 이렇게 술을 많이 마셔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점점 취기가 많이 오른 상태였다. 안 되겠다 싶어서 잠깐 화장실에 가서 흐트러진 모습을 수습하고 있는 찰나 내 폰에 문자가 왔다.

“너 괜찮냐?”

그 남자의 문자였다. 우리 부서 첫인사 때 서로 동갑이라고 폰 번호는 빨리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 남자는 이상했던 게 항상 말투가 저렇게 끝에 “냐”자를 붙여서 종종 쓰는것이었다. 나는 사실 개인적으로 저런 말투는 싫어하는데 내가 동갑이라서 그런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뭔가 그냥 친구처럼 대하는 듯한 항상 묘한 거리감을 두는 듯한 태도가 있었다. 나는 속으로 ’그래도 걱정은 되나 보네 ‘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회식 자리로 돌아왔다.


회식 자리가 점점 끝나갈 무렵 이제 집에 갈 수 있겠다 한시름 놓고 있는 나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여자 과장님들이 2차를 가자고 하는 것이었다. 과장님들은 사원들을 다 끌고 2차를 가기 때문에 그 남자도 가게 되었다. 나는 이미 내 주량을 넘었기 때문에 2차는 어떻게 마셨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내가 정신을 가까스로 차려보니, 회식의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노래방에 와 있었다. 사원들이 한 곡씩 노래 부르는 차례가 되자 그 남자에게 마이크가 돌아갔다.

그런데 그 남자가 선곡한 노래가 의외였다. 속으로 나이에 맞지 않게 옛날 노래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노래는 나도 좋아하는 노래여서 아직도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 준식이라는 남자애가 생각이 난다. 그 노래는 김광석의 “사랑했지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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