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생생한 유학 생활의 기억
아직도 나는 가끔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했던 일이 꿈에 나올 때가 있다. 꿈까지 꾸는 걸 보면 그 시간들이 무의식적으로 그리운가 보다. 그만큼 많이 힘들기도 했지만 내 생에 있어서 많이 자유로웠던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
아침마다 먹었던 학교 식당 샌드위치, 아무 커피나 주문해도 맛있었던 학교 카페, 맨날 학교 수업 끝나고 빈자리 찾아다녔던 학교 도서관, 시험 기간이면 에너지 음료의 힘으로 맨날 밤을 새웠던 기억 등등, 그 모든 기억들이 마치 요즘 생기를 잃어버리고 사는 듯한 나한테 한 장면씩 꺼내서 보여주는 듯하다.
학교 방학 동안 미국 내 다른 도시로 친구들과 여행도 가고, 특히 뉴욕 여행이 제일 기억에 남는데, 나 혼자 뉴욕 지하철 노선표만 들고 혼자 뉴욕을 돌아다녔었다. 지금은 병원 가는 게 일상이 되고 항암 치료를 오래 할수록 동네에 잠깐 나갔다 오는 것도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그때는 공부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몇 번이나 한국으로 다시 가야 되는지 고민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그때 어떻게 그 모든 영어 수업들과 과제, 시험들을 해낼 수 있었는지 나 자신조차 놀라울 때가 있다.
지금은 그때에 비해 너무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아졌고, 너무 신중해졌고, 너무 겁이 많아진 것 같다. 미국 대학을 졸업한 지가 10년도 더 넘었는데, 나는 아직도 미국 유학 동안 찍었던 사진들을 다 정리를 못했다. 그 사진들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암 진단을 받았고, 그 후로 나의 일상은 멈췄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학생 신분의 울타리 안에서 공부에만 집중하면 됐던 그 시간들이 제일 좋았던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순간에는 제일 힘들었던 시간들이 지나고 보니 제일 좋았던 시간들이었다. 인생은 정말 내 마음같이 안 되는 것이라는 생각들만 드는 요즘, 미국 유학 생활 시절의 용기 있고 열정이 있었던 내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