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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ia Sep 23. 2024

엄청 힘들었지만 기억에 많이 남은 미국 유학생활

내 인생에 제일 열정적이고 거침없었던 시간들


학기 개강을 하면서 미국 대학교 수업이 시작되었다. 내가 있었던 지역은 흑인도 없고 백인만 있는 지역이었다, 그야말로 미국 하이틴 영화에서 나오는 금발머리의 여자애들과 대학 수업을 같이 들었다. 나보다 다 어리게 보여서 정말 바비 인형같이 생긴 여자애들과 같이 수업듣는 기분은 이상했다. 백인들이 많이 있는 지역이어서 그런지 인종차별주의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애들도 몇몇 있었다. 같이 수업 듣는 일본, 중국, 태국 등에서 온 학생들은 서로 저절로 친해졌다. 왜냐면 서로 외국에서 공부하는 고충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시험 기간이 될 때마다 도서관에서 밥먹듯이 밤을 샐 수 밖에 없었다. 영어로 말하는 것도 잘 안되는데 영어로 시험을 보려면 밤을 새는 것도 부족했다. 미국 학교 매점에서 파는 에너지 음료의 힘으로 밤을 새서 시험공부를 했다. 내가 다닌 미국 대학 매점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매점에서 직접 구운 바나나파운드 빵을 팔았는데 그걸 아침 대용으로 많이 먹었다. 그리고 학교 식당에서 내가 원하는 재료를 넣어 만들어 파는 샌드위치도 내 주요 아침 식사였다. 한국에 오고 난 뒤 아직도 그 바나나빵이랑 샌드위치와 비슷한 맛을 찾지 못했다.


시험이 다 끝나면 같이 수업듣는 학생들과 모여서 놀았는데 주로 집에 모여서 놀았다. 우리 나라와 좀 다른 점이 미국은 주로 파티를 할 때도 집에 모여서 한다는 점이다. 내 인생에서 파티를 한 것도, 술을 제일 많이 마셨던 것도 다 미국 유학 생활 때였다. 클럽 같은 곳도 유학 생활 때 처음 가봤는데 나는 오히려 클럽에서 나오는 음악을 듣는것이 더 좋았다. 미국 대학교 생활은 뭔가 공부할 때는 몰두해서 열심히 하고, 놀 때는 열정적으로 노는, 그런 생활이었다.

한번은 시험 기간이 끝나서 학생들끼리 모여서 음악 틀고 술 마시고 시끄럽게 놀다가 순찰하는 경찰이 들이닥쳤던 적도 있었다. 나는 그 때 갑자기 경찰이 와서 다 잡혀가는 건 아닌지 걱정됐지만 학교 선배가 학생들이 밤에 음악을 크게 틀고 파티하는 걸 단속하러 경찰관들이 종종 온다고 알려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무모하고 용감했던 “그 때”였기 때문에 미국에서 생활했던 그 모든 일들이 가능했던 것 같다. 정말 패기있고 열정적이고 뭣도 모르는 무모한 20대의 나이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만약 지금 외국으로 공부하러 떠난다면, 무언가를 행동하기도 전에 생각이 너무 많아서 그 때처럼 잘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영어로 말하는 것도 잘 못하면서 시험 점수 관련 상담하러 학교 미국인 교수님을 무작정 찾아갔던, 미국 학생들 앞에서 긴장하지 않은 척하며 영어로 과제 발표를 해냈던 그 때의 내 모습이, 지금은 너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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