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와 나는 도대체 무슨 사이지?
같이 술을 한번 마신 그날 이후로 나와 그 준식이라는 남자는 더 많이 친해진 느낌이었다. 아니, 이 느낌은 순전히 나만의 느낌일 수도 있다. 그 남자는 나를 대하는 태도가 예전과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그 남자와 더 친해지고 싶어서 나름대로 노력한 끝에 예전보다는 둘이 사적으로 만나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었다.
나도 그 남자도 퇴근하는 시간이 비슷하면 그 남자가 가끔 자신의 차로 내가 사는 곳 근처까지 태워 주기도 했다. 회사에서는 사내 연애를 들키면 안 됐기 때문에 그 남자와의 비밀스러운 만남은 점점 많아졌다. 하지만 그럴수록 내가 점점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 남자와 나는 어떤 사이일까? 사실 둘만 있을 때 그 남자가 나를 대하는 태도는 때때로 남자 친구처럼 행동하기도 한 적이 있어서 좀 애매했다. 그 남자와 나는 소위 말하는 썸을 타는 사이였지만, 그 남자는 한 번도 “우리 한번 만나볼래?”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 이런 애매한 사이가 계속되면서 나는 슬슬 이 남자가 나를 만만하게 보는 건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 남자를 생각했을 때 슬프지만 내가 그 남자를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나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비밀은 없다고 퇴근 후에 나랑 그 남자가 같이 있는 것을 봤다는 목격담이 회사에 점점 퍼지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그때 그 남자와 서로 만나는 것을 그만뒀어야 했다. 하지만 난 나의 사랑은 해피 엔딩일 거라는 착각을 계속하고 있었던 것이 문제였다. 내가 준식이라는 그 남자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회사에 다 퍼졌다는 사실을 나는 그때만 해도 확실히 모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