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가타이샤*

시 쓰는 여행가

by 지유

가스가타이샤*


새벽녘까지 머물던 안개를

햇살이 걷어내던 이른 아침

벚꽃에 발길이 끌려 다다른 절 하나


그곳 사람들이 섬긴다는 사슴이

낯익은 눈빛으로 기슭마다 거닐어

잊었던 어떤 날을 데려오던 중


주황색 치마에 하얀 저고리

머리를 한 갈래로 묶은 신녀가

싸리비로 회랑을 쓸고 있었지


붉은색 회랑 너머로 지는 벚꽃은

떠나 온 속세의 미련 같아서

댓돌 아래 가만하게

밀어두고는


어지러운 마음결에 스미는

시간의 이끼처럼

비질하는 소리 잦아드는데


고개 들어 가끔 하늘을 보던

그녀의 속눈썹을 쓰다듬었지

늘어진 가지 끝에 매달린 햇살


평안을 기도했던가

지나온 날에 불을 켜던

삼천 개의 석등마다


기억 속 누구였던가

석등 사이로 거닐던

사슴의 서늘한 눈빛


회랑으로 또 한 생이 가만히 내려앉던

나라현의 붉은 절은 잊히지도 않지

봄날이 다 가도록 잊히지도 않지


*가스가타이샤(Kasugataisha) : 일본 나라현 사슴 공원 옆의 신사. 나라시대를 열었던 후지와라 가문의 씨족신을 모신 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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