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는 여행가
우물이 있었으면 바랬던 적이 있네
옆모습이 아름다운 얼굴 하나
혼자만 들여다보고 싶었다네
밤의 수목원이 지녔던 푸른빛을
기억하네
거기 손을 잡고 거닐던 두 사람
더 이상 헤어질 일이 없는 사람이고
싶었으나
수목원의 숲은 시들어
혼자만 떠올리는 그 많은 밤들
매일 갓 생겨난 슬픔이
묵은 슬픔을 밀어낼 때마다
푸른곰팡이 같은 웅덩이가 생겨났네
물웅덩이는 홀로 깊어져
푸른빛의 우물로 자라기 시작했네
남은 생은 상처가 아무는 데 쓰일 것이나
더는 옆모습은 아닌 얼굴
만질 수 없는 얼굴을 들여다보는
소원처럼 우물 하나를 지니게 되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