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는 여행가
술에 절인 빵을 술안주로 먹는다고요?
빵 위에 뿌려진 슈가파우더처럼
창 밖에는 가랑눈이 내리고
그녀는 얇게 저민 슈톨렌 한 조각을
들고 있었다
슈톨렌은 럼주에 담가 일 년을 기다렸다
꺼내 먹어요
오래 기다린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죠
나는 최대한 얇게, 아주 부서지지는 않게
슈톨렌을 썰며 말했다
생의 흔적을 붙잡듯이 야금야금 입안에서
지난 계절을 꺼내 먹는 중이에요
이것은 절대 되새김이 아니랍니다
기억에 절여진 열 두달의 몸피는 점점
얇아져 마지막 한 입을 남겨두고 있었다
보세요
눈발이 굵어지기 시작했어요
우리 이야기는 촛불처럼 꺼져가고요
만찬이 끝나면
우리 생은 서서히 녹을 테니
순간의 달콤함은 되도록 꼭
붙들고 있어야 해요
시간의 국경을 넘어가며 우리는
저 눈밭 속으로 아무도 모르게
사라질지도 몰 -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