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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여행 Dec 21. 2018

[GoGo 맛집_남포동] 쉐리(chez lui)

압도적인 치즈의 느낌, 하클렛이 있는 가게 

스위스식 집밥, 하클렛!


한 식당을 찾았는데 마치 집에서 엄마가 준비해주는 것처럼 주인장이 직접 음식을 준비해 주는 느낌을 받으면 정말 고맙지요. 


집밥 스타일을 좋아해서 가정식 밥집을 즐겨찾는데요, 한국식 말고, 스위스식 집밥? 정말 궁금하더라고요. Go르고 Go른 맛집, 고고맛집으로 '쉐리'를 올려봅니다. 


★ 어떻게 알게 되었나? 

어느 날 친구가 구수하게 묻더라고요.  


- 니 들어는 봤나, 하클레? 

- 하클레? 첨 듣는데. 

- 치즈를 바로 주르륵 뿌려주는 엄청난 요리라는데, 스위스식 집밥 요리래. 

- 그런 음식은 서울 이태원이나 홍대, 뭐 그런 데 가야 있는 거 아니가? 

- 그니까, 서울에나 있음직한 가게가 동광동 인쇄 골목에 새로 생깄다 카더라. 

- 동광동, 거기에? 

- 테이블이 딱 두 개라서 예약을 꼭 해야 한다더라. 함 가보자!


'테이블이 딱 두 개'라는 말에 혹해서 바로 인터넷을 검색해서 전화를 했지요. 이런... '삐익~' 팩스 신호가 울리더라고요. 


- 근데, 여기는 팩스로 예약하나? 

- 설마? 21세기가 시작하고도 20년이 다 되가는 마당에 뭔 팩스 예약? 잠만 있어봐봐. 


친구가 수소문하더니 곧 전화번호를 입수하더라고요. 010-5816-1019 


★ 어디에 있나? 

동광동 인쇄 골목 초입에 있어요. 한 때 부산 인쇄 산업의 메카였던 곳이지요. 


지하철 중앙동 역 7번 출구(부산우체국쪽)를 출발점으로 두면 쉽게 찾을 수 있는데요, 부산근대역사박물관으로 가는 방향에 있어요.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이런 동광동 인쇄골목 이정표가 보이실거에요.  사진에는 크고 웅장하게 나왔는데요, 실제는 다소 왜소한 이정표이니 잘 찾으셔야 해요. 



위 사진에서 '40계단 문화관' 이정표 보이시나요? 이정표가 가리키는 골목으로 들어가시면, 아래 사진에서 처럼 어지러이 널려진 전깃줄 아래로 오래된 인쇄사들이 즐비해요. 



상권이 쇠퇴한 모습이 역력한데요, 이 곳의 전성기를 아시는 분들이 많이 안타까워 하세요. 


'쉐리'를 지도에서 찾으면 큰 찻길에서 한 블록 들어가 있는 위치에 있어서 좀 걸어가야 할 것 같지만, 초입에서 보일 정도로 가까이에 있어요. 


위 사진에서 오른 쪽에 작은 에어컨 환풍기를 달고 있는 큰 갈색 건물 1층 첫 코너에요. 

  

간판이 없어서 그냥 지나치기 쉬우니까, '단디' 찾으셔야 해요. 



★ 어떤 음식이 있나? 

잘 보면 아티스틱한 콜라주 작품집 같고 잘못 보면 낙서장 같은 메뉴판입니다.



난해한 메뉴판 독해들어갑니다. 


하클렛 12,500원 (와인이나 탄산수 추가 시 16,000원)

감자그라탕 11,000원

베이컨·포도 샐러드 9,000원

과일 치즈 플레이트 12,000원


와인 한 잔 4,500원 

탄산수 4,500원

레몬티 3,500원

발리커피 3,500원

아크, 비하이 10,000원/블랙스완 10,000원

에딩거, 바이스 비어 9,000원 


★ 실내 분위기와 음식의 실체적 진실은? 

우선, 분위기 전달 들어갑니다. 텐데요, '테이블이 딱 두 개' 팩트 체크부터 할게요. 



창 가에 2인용 테이블 1개와 안 쪽에 4인용 테이블 1개, 딱 두 개 맞습니다. 


이렇게 작으면 답답할 듯도 한데요, 푸근한 쪽으로 자그마한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작은 소품들 하나 하나가 예사롭지 않아요.  



조개 껍데기와 이국적인 엽서와 사진들,  



다양한 소품들과 천장에서 지켜보는 앙증맞은 인형까지... 



주인장님이 해외 여행을 다니시면서 직접 모은 귀한 전리품들이 곧곧에 숨어 있었어요. 


출입문을 열자마자 '어머! 어머!' 감탄사를 연발하며 자리에 앉았는데요, 주인장님이 와인을 주시 듯 직접 정성스럽게 물을 부어 주시더라고요. 



바닷가에서 무심코 밟고 지나치던 부서진 산호 조각도 여기서는 귀한 대접을 받는 것 같다는 느낌이 예사롭지 않더니, 역시나, 물 한 잔에서부터 대접받는 느낌이 콸콸 쏟아지더라고요. 


4명이서 하클렛, 감자그라탕, 베이컨·포도 샐러드 주문했는데요, 샐러드가 먼저 등장합니다. 



싱싱한 야채 맛이 청포도의 달콤함이랑 잘 어울렸어요. 



연말 분위기를 낼 겸 와인도 한 잔씩 기울였거든요, 



와인은 문외한이라서 그저 적당히 달달하면서 좋았다는 평으로 마무리합니다. 

 

드디어, 메인 요리 하클렛이 등장하는데요, 화려한 색감과 꽉찬 비주얼을 보는 순간부터 눈이 휘둥그레 졌지요. 



접시에 담긴 기본 재료만 보고서도 감동받고 있었는데요, 큰 벽돌만한 대형 치즈가 스윽 나타나더니 주인장님이 녹여진 부분을 스르르 긁듯이 부어주시더고요. 마치 치즈 쇼를 보는 듯했습니다.  



녹은 부분만 순식간에 스스르 내려 놓은 치즈는 퇴장하고 드디어 시식의 순간이 왔습니다. 



큼큼한 치즈향이 진동을 하였는데요, 이 향을 전달할 방법이 없는게 안타까울 따름이네요. 

 


그렇지만 충분히 보이시죠? 압도적인 치즈의 느낌! 짭조름하고 쫄깃한 치즈의 맛이 알짜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감자 그라탕이 등장하였지요. 하클렛에 압도되어 현장에서는 반응이 고만고만했는데요, 감자와 베이컨의 깊은 맛이 은근 새록새록 기억이 나더라고요. 



위에 얹은 고추를 조금씩 잘라서 같이 먹으니 느끼함이 꽉 잡히는 게 깔끔하니 좋았어요.  



이렇게 요리 세 종류와 와인까지 마셨는데도 계산해보니 1인당 12,300원 정도 나왔더라고요. 


분위기도, 가격도 감동이었지만, 무엇보다도 대접받은 느낌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귀하게 마련해 주신 음식 잘 먹었습니다.


쉐리(chez lui) 주인장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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