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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여행 Dec 24. 2018

[GoGo 맛집_남포동] 돌솥밥집

지글지글 보글보글 소리마저 맛있는 가게

한 걸음 들어섰을 뿐인데,
바로 올드 분위기?


남포동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옛 도심의 정취가 많이 남아 있는 것이지요.

옛날 정취가 남아 있는 맛집까지 들르게 되면 매력이 두배가 되기도 하고요.


안타깝게도 남포동에서 나름 오래된 가게들 중에서 여전히 예스러운 가게는 손에 꼽을 정도인 것 같아요.

00년 전통이라고 찾았는데 리모델링을 해서 웬만한 신상 가게보다 더 번듯번듯해서 아쉽기도 하더라고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간 듯 남포동의 오래된 느낌과 맛을 만끽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Go르고 Go른 맛집, 고고 맛집 '돌솥밥집'입니다.


★ 어떻게 알게 되었나?


어릴 적에 남포동에 나가면 꼬깃꼬깃 모아둔 용돈으로 겨우 오뎅이나 호떡 정도 사 먹었지요. 

가끔 특미로 먹자골목 비빔당면이나 길거리 리어카에서 파는 부추전과 오징어 야채 무침을 사 먹는 정도였어요.


그러다가 고등학교생이 되어서야 번듯한 지붕이 있는 가게를 찾았는데요, 그 또한 저렴한 우동이나 수제비, 칼국수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어요.


어느 날 친구가 정말 맛있는 돌솥밥집이라며 데려간 곳이 있었는데요, 바로 '돌솥밥집'이에요. 어른들이 먹는 비싼 음식이라는 생각에 귀하게 먹었던 기억이 나요.


그러다 세월이 흘렀지요. 어느 날 남포동으로 놀러 온 친구들이 옛날에 먹던 남포동 밥집들이 그립다고 하더라고요.


- 밥집? 돌솥밥집에 갈까?

- 아~ 그 집? 아직도 그 집이 있나?

- 당연히 있지. 아니면, 000 집에 갈까?

- 000? 아직도 그 맛이 그대로일까?  

- 얼마 전에 갔었는데, 맛은 옛날 그대로더라.

- 진짜? 그럼, 거기 가자!  

- 근데, 문제는 내 입이 넘 고급스러워졌다는 거. 옛날 기억하던 맛 그대로인데 이제 안 맛있더라.  

- 그럼 돌솥밥집은 아직도 맛있나?

- 응. 뭐라 그럴까? 맛은 기억하고 있는 옛날 맛이랑 같은데, 그동안 내 입이 얼마나 고급스러워지고 바뀌었겠냐? 그런데, 아직도 맛있더라고. 엄마가 해준 밥처럼.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돌솥밥집'으로 갔답니다.


★ 어디에 있나?


  

옛날에는 남포동 금방 골목이라고 하면 금방 찾았는데요, 요즘은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요.


남포동 메인 거리는 당연히 아시죠? 12월에 크리스마스 불빛 축제가 있는 그 길이에요.


도로변에 있는 화려한 가게들을 구경하며 길을 따라가다 보면 1층에 비엔씨 빵집이 있는 와이즈파크 큰 건물이 나오는데요, 배스킨 라빈스도 보여요.


배스킨 라빈스 맞은편에 LG 유플러스 핸드폰 가게가 있어요. 그 옆 길로 들어가시면 되는데요, 이 골목길에 들어서면 한 걸음 차이로 완전 다른 분위기예요.

많이 쇠퇴하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남아 있는 금방 골목이 펼쳐집니다.



마치 해리포터의 9와 3/4 승강장으로 저절로 들어간 느낌이라고까지 표현하고 싶은데요,

목적지 '돌솥밥집'에 도착하면 흡사 영화 세트장 같아요. 정문 위에 있는 간판이 워낙 오래되어서 자칫 문을 닫은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밤에는 간판 불이 밝아서 잘 보이지만 낮에는 잘 찾으셔야 해요. 일요일은 휴점이고요, 마지막 주문은 밤 8시까지입니다.


★ 어떤 음식이 있나?


메뉴판을 보시다시피 이 곳 메뉴는 단 두 가지! 매우 간단해요.


순두부찌개냐, 된장찌개냐! 둘 중에 하나를 시키면 돌솥밥이랑 비빔 나물이 같이 나와요.

돌솥밥을 맛있게 먹는 법까지 친절하게 안내되어 있답니다.



★ 분위기와 음식의 실체적 진실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면 세 가지 느낌이 드는데요, 첫 느낌은 '좁다'입니다.

테이블이 몇 개뿐이고요, 테이블 간 간격은 겨우 걸어 들어갈 정도로 좁아요.


두 번째 느낌은 '오래됐다'입니다. 반들거리는 테이블의 나뭇결에서 40년이 넘는 전통이 고스란히 느껴지지요.  



세 번째 느낌은 '깔끔하다'입니다.  



옛날에는 은빛 스테인리스 컵에 물이 나왔는데요, 언제부터인가 종이컵으로 대체되었더라고요. 이모저모 이유가 있겠지요?


덜어 먹을 수 있는 김치와 고추장이 있어요. 고추장이 맵지 않고 달달하니 맛납니다.        



김치를 먹을 만큼 덜어 놓고 있으면 계란 프라이를 얹은 지글지글 돌솥밥이랑 비빔 나물이 나오고 마지막에 찌개가 나오는데요, 테이블에 놓인 후에서 한참 보글거릴 정도로 매우 뜨겁습니다.


좁은 테이블 위에 지글지글 보글보글 소리가 가득해지면 입안에는 군침이 가득 해지지요. 숟가락이 들썩거려지는데요, 잠시 기다리셔야 해요.


모든 음식이 안전하게 테이블에 놓일 때까지 절대 만지면 안 됩니다. 아차 하다 데어요.   



일반 돌솥밥집과 달리 이곳은 정확하게는 비빔 돌솥밥집이에요.                            


밥을 비빔 그릇에 넣고 비벼야 하는데요, 맛있게 먹는 방법을 정리해 볼게요.   



먼저 나물에 고추장을 넣고 살살 비벼 줍니다.


 

그런 다음 계란과 밥을 넣은 후 고추장을 더 넣고 한 번 더 비벼줍니다.



나물에 1차 고추장 양념, 밥과 함께 2차 고추장 양념을 더해 맛을 제대로 살린 돌솥비빔밥이 완성되지요. 

2단계에 걸쳐 준비한 따뜻한 비빔밥, 정말 맛나요.


비빔밥 한 술 뜬 후에 함께 나온 찌개 한 술 뜨면 그 옛날 그 맛이 고스란히 살아나는데요, 나이가 든 지금까지도 그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매우 좋아져요.  

               


우리나라 찌개 메뉴들이 너무 안타까운 게요, '카메라 빨'이 안 나요.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사진을 찍으면 재료들이 다 잠겨 있어서 꼭 먹다 남은 음식 같아요. 수저로 뜨면 엄청난 내용물들이 있는데 말이죠.

                          

                                  

칼칼한 맛이 나는 얼큰 시원 된장찌개인데요, 파, 호박, 고추, 두부, 꽃게, 미더덕까지 넣은 해물 된장찌개입니다.    


다음은 두 번째이자 마지막 메뉴인 순두부찌개입니다.



역시나 수저로 떠 보아야 국물보다 순두부가 더 많은 진정한 순두부찌개이구나 알게 되지요.



순두부만 먹어도 속이 든든해질 것 같은 느낌이 전해지는지요?


돌솥밥을 맛있게 먹는 마지막 단계가 남았어요. 바로 누룽지를 만들어 먹는 것!


주전자에 담긴 게 숭늉인데요, 나물 그릇으로 밥을 옮긴 뒤 돌솥밥 그릇에 숭늉을 부어 놓으면 누룽지가 완성됩니다.



비빔밥과 찌개로 염도가 다소 높아진 입맛을 누룽지로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거지요.



지금까지 옛날 분위기와 옛날 맛에 빠져보는 '돌솥밥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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