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Go 맛집_남포동] 광복동 경양식
함박 스테이크의 추억을 소환하는 가게
그때 그 시절, 생애 첫 함박 스테이크의 기억들
은은한 불빛, 투명한 유리잔, 하얀 접시, 그리고 나이프와 포크.
이들과 함께 처음 먹어본 함박 스테이크의 맛, 서양의 맛, 부유함의 맛을 잊을 수 없는데요, 어릴 적 '부티'의 상징이었어요.
그때 그 함박 스테이크의 추억을 가지고 계신 분들, 그때 그 추억의 함박 스테이크가 어떠한 지 알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Go르고 Go른 맛집, 고고 맛집 '광복동 경양식'입니다.
★ 어떻게 알게 되었나?
남포 인근에 새로운 음식점이 생기면 고고 맛집 주인장의 매의 눈을 피할 수 없어요.
광복 경양식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 '광복로에 드디어 음식 복고풍이 부는구나!' 생각하며 미소 지었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친구들과 옛 생각을 떠 올리며 바로 직진했었답니다.
자연스럽게 그때 그 시절 함박 스테이크를 처음 먹었을 때를 추억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지요.
- 나는 우리 이모가 남포동에서 사줬는데,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을 수도 있구나 생각했다.
- 맞나? 나는 처음 먹었을 때 소스가 이상해서 계란 프라이만 먹었다.
- 말 마라, 나는 분위기에 눌려서 긴장해서 먹어서 그랬는가 언치서 엄청 고생했었다.
부모님도 모시고 가고, 회사 동료와도 가고, 동호회 친구와도 가고... 매번 갈 때마다 새로운 추억 이야기들이 나와서 좋았어요.
★ 어디에 있나?
대청동 부산 근대 역사관을 출발점으로 할게요. 아직도 택시를 타면 옛날 미문화원이라고 하기도 해요.
'부산 근대 역사관' 이름이 아직도 낯선 택시 기사님들도 계시기도 하고요, 미문화원이라 부르면 아주 잠깐 옛 생각이 나는 그 느낌이 좋아요.
역사관에서 광복로 쪽으로 내려오면 유명한 피자집 이재모 피자가 보여요. 바로 그 옆집이에요.
★ 어떤 음식이 있나?
맛집 메뉴의 기본은? 간단함과 큼직함이라고 봅니다.
메뉴는 딱 4가지 있고요, 메뉴판에서부터 전문가의 느낌이 납니다. '20년 경력의 호텔 셰프...'
★ 음식의 실체적 진실은?
지금이야 함박 스테이크가 분식집에도 있는 보편적인 음식인데요, 그 시절에는 나름 레스토랑에서나 먹을 수 있는 코스 요리였습니다.
1단계 수프→ 2단계 샐러드→ 3단계 함박 스테이크.
그럼, 1단계 시작해볼까요?
딱 요런 상아빛 수프가 나왔어요. 느끼하다면서 꼭 후추를 톡톡 뿌려 먹었죠.
묵직한 사기그릇에 담긴, 빛 부드러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적당한 농도의 광복 경양식 수프는 호텔 코스 요리 스타터와 비교할 만합니다.
수프를 다 먹은 듯하면 서빙해주시는 분이 조심스럽게 그릇을 들고 가시고 샐러드를 가져다주십니다.
2단계, 샐러드를 먹을 차례입니다.
얇게 썬 양배추 위에 뿌려진 추억의 분홍색 소스! 집에서 케첩, 마요네즈, 설탕, 식초를 섞어 흉내 내어 먹었었지요.
이제는 분홍색 소스가 아니라 사운전드 아일랜드 드레싱이라고 해야 하지요?
드디어, 함박 스테이크 차례입니다.
갓 구운 고기에 갈색 소스를 가득 뿌린 함박 스테이크가 나온 순간,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와~ 계란 프라이다!'하고 소소하게 외쳤답니다. 가게가 좁아서 큰 소리를 내면 시선 집중되거든요, 소근소근은 기본입니다.
첫눈에 계란 프라이에만 격하게 반응해서 그 아래에 있는 함박 스테이크 고기가 서운해했을 법하지만요,
칼질로 함박 스테이크를 자르는 순간! 묵직한 느낌이 손 끝으로 전해져 오더니 눈이 저절로 휘둥그레졌지요.
함박 스테이크의 두께가 어마어마했다는 말씀입니다.
보이시나요? 고기 두께가 거의 포크 너비 수준이에요.
구운 감자와 송이버섯구이도 군침 돌게 하는 비주얼이 만만찮지요?
생김새도 좋지만, 맛은 더 좋습니다.
함박 스테이크에 포인트를 맞추느라 돈가스 얘기를 못했네요. 돈가스도 일품요리 수준이에요. 20년 경력의 호텔 셰프님의 기운이 가득 느껴집니다.
친구와 둘이 가서 함박 하나 돈가스 하나 시켜서 나눠 먹으며 딱 좋습니다.
지금까지 무늬는 20세기, 맛은 21세기! 광복 경양식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