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 기고
군대에 간 남동생이 7개월 만에 휴가를 나왔다. 하필 코로나19 상황에 입대하게 돼 면회도 외출도 휴가도 어려웠다. 훈련소 수료식도 생략돼 가족 얼굴 한번 보기 힘들었다. 잘 때조차도 마스크를 끼고 잤다는 얘기를 듣고 안쓰러웠다.
남동생이 군대에 가기 전부터 ‘고생한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군대에 가는 것부터 어려웠다. 내가 원하는 시기에 딱 맞게 갈 수 없으니, 복무기간 앞뒤로 원치 않는 휴학이 추가됐다. 입대를 준비하며 스트레스를 받아, 온종일 컴퓨터 게임만 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이게 마지막이다’는 심정처럼 보였다.
생각보다 원만하게 잘 적응하여 생활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과 24시간 붙어 있어야 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일까. 위계적이고 수직적인 곳이라던데, 막내 남동생이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폭언 폭행을 당하진 않을까, 여전히 걱정된다.
가끔 동생 소식을 전해 들으면, 나라도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18개월간의 복무기간과 입대를 준비하고 사회에 다시 복귀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을 생각하면 2년에서 2년반 정도의 시간을 국가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 첫 직장이 이후의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20대에게 2년은 매우 큰 시간이다.
그 시간이 ‘덜’ 억울하기 위해, 전역 후에도 군대에서 배운 것을 써먹을 수 있는 운전병에 지원했고 영어책도 챙겨 갔지만,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을 준비하는 것으로 희생이 상쇄될 수 없다. 남들보다 뒤처질 거라는 두려움과 그로 인한 억울함이 ‘20대 남성은 혜택도 누리지 못했는데도 오히려 역으로 차별받는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되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그러나 20대 남성의 억울함을 명분으로 젠더갈등을 조장하고, 이익을 보려 하는 남성 정치인들을 보면 ‘문제 해결에 관심이 있긴 한 건가’ 의문이 들고 우려스럽다. 문제 해결보다는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분노를 자극해서 반사이익을 챙기려는 시도로 보인다. ‘20대 남성이 억울해하니 여성도 억울하게 만들겠다’가 아니라, 좁은 취업문이나 부동산 등 본인들의 정책 실패를 직시하는 것이 먼저 아닐까. 여야 모두 말이다.
이미 헌법재판소가 20년도 전에 위헌결정을 내렸던 군 가산점제를 다시 가져오는 것이 상황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진실로 생각하는 걸까. 군 미필자와 군 면제자 차별일뿐더러, 공무원 시험을 보지 않는 군필자에게 보상이 가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좋은 보상책이 아니다. 보상은 차별 없이 공평하게 이뤄져야 한다.
대안으로 모병제, 여성의무복무 이야기도 나온다. 무엇이 좋은 대안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평등과 평화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 의무는 나눠서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해야 하는 일들은 젠더갈등을 조장하는 자극적인 말뿐인 마음 달래기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상황을 개선하는 일이다. 민주국가에서 시민들이 병역 의무를 수행해야 할 때, 그곳이 최소한 억압적이거나 부조리로 채워져 있는 곳은 아니게 말이다.
군인이 최저임금의 50% 수준을 넘어 최소한 최저임금이라도 지급받도록 해야 하며, 군 복무기간 단축도 계속 진행돼야 한다. 휴대전화 사용을 비롯해 자유와 권리를 확대해야 하고, 부조리를 없애고, 군대에서 지낸 시간이 그저 낭비가 되지 않도록 군인에게 도움이 되는 일과 위주로 편성해야 한다. 모병제든 징병제든 여성의무복무든 아니든 평등한 사회를 지향하는 선택을, 젠더갈등 대신 차별과 희생을 줄이는 선택을 우리는 해야 한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5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