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를 물들인 R&B

BGM: Superstar-Ruben Studdard

by 소이

문이 열리며 그가 들어왔다.

일하다가 서둘러 달려온 얼굴, 아직 숨이 고르지 않았다. 나는 멍하니 앉아 있다가 내 손 위에 포개지는 그의 손을 느꼈다.


“미안, 늦었어. 괜찮지? 우리… 바람 좀 쐬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차에 올라 그의 친구와 합류했고 서울에서 멀지 않은 작은 근교의 재즈 카페로 향했다.

더 재즈 인 카페 (양평 문호리)

카페에 도착했을 때 해는 기울고 있었다. LP에서 흘러나오는 찰리 파커의 색소폰이 늦은 오후의 공기를 은근히 물들였다. 카운터 옆에선 포카치아 냄새가 조용히 번졌다.


우리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를 주문해 창가에 나란히 앉았다. 그의 친구가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요즘 좀 섭섭하다. 여친 생기더니

나랑은 연락도 안 하고, 둘만 데이트하잖아.”


그 순간, Ruben Studdard의 목소리가 카페를 채웠다.

“Long ago~”


나와 그의 친구가 동시에 소리쳤다.

“Ruben Studdard!”

순간, 웃음이 터졌다. 서로를 의식하며 가볍게 부딪히던 두 사람, 그러나 음악 취향이 닮아 있다는 사실을 숨길 수는 없었다.


나는 커피 잔을 감싸 쥔 채, 그들의 이야기와 웃음이 선율에 녹아드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날 오후의 공기, 시간조차 천천히 흐르던 풍경은 오래도록 따뜻한 기억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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