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Claude Debussy - Arabesque
두 사람은 산책로를 천천히 걸었다.
오늘의 커피는 그녀가 직접 준비한 것이었다.
스타벅스 하우스 블렌드 원두를 굵게 갈아 94°C의 물을 붓고, 피어오르는 블룸을 잠시 지켜본 뒤 프렌치프레스로 4분간 눌러 담아 온 커피였다.
보온병의 뚜껑이 열리자 캐러멜과 구운 견과 향이 퍼졌고, 은근한 코코아 향은 밤의 숨결처럼 번져 나갔다.
바람이 차갑게 스치자 그녀의 어깨가 가볍게 떨렸다. 그는 준비해 둔 담요를 조심스레 걸쳐 주었다. 종이컵 두 개에 나누어 담긴 커피는 손끝의 온기를 먼저 건네며 말을 대신했다. 한 모금 입술을 스치는 순간, 오늘의 시간이 고요히 몸속에 스며들었다.
그는 잠시 자리를 떠 들꽃이 핀 곳으로 향했다. 그녀는 호수 위에 일렁이는 불꽃을 바라보다가 미소 지었다. 불꽃은 물결 위에서 천천히 부서지며 현실과 꿈의 경계를 흔드는 듯했다.
곧 돌아온 그는 그녀를 앉히고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녀의 손을 들어 작은 들꽃 반지를 끼워 주며 속삭였다. 눈빛은 선명했지만, 그 속에 비친 말은 꿈결의 메아리 같았다.
“청혼하고 싶어. 곧 정식으로 다시 준비할게.”
그녀의 시선이 손 위의 들꽃 반지에 머물렀다.
그 순간, 꽃송이가 두 눈 속에서 은은히 번지며 빛결처럼 스며들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불어온 듯한 따뜻한 바람이 스며들자, 그녀의 마음속에서 꽃은 조용히 환하게 피어났다.
눈가에 맺힌 물방울은 작은 별빛처럼 흔들렸다.
“지금 이 반지로도 충분해요.”
그녀는 들꽃 반지를 빼지 않았다. 불꽃은 두 사람의 마음을 비추듯, 더욱 붉고 깊게 타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