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의 여백
BGM : 비포 선라이즈 (Duet With 정인) by 이적
가을이 끝나갈 무렵,
그는 부모님이 소개해준 맞선 자리에 앉아 있었다.
상대 여자는 단정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
그런데 대화가 길어질수록, 그는 자꾸만 소이의 표정을 떠올렸다. 고개를 숙이고 젓가락으로 음식을 건드렸다.
“괜찮으세요?” 여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는 멋쩍게 웃었다.
“죄송해요. 요즘 일이 많아서요.”
말끝에 남은 침묵이 유난히 길었다.
그의 마음속엔 여전히 그날 소이가 남기고 간 향기와 식어버린 이불의 온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
쓸쓸한 어깨로 차에 올랐다.
문득 휴대폰을 켰다.
그리고 아무 메시지도 보내지 못한 채, ‘소이’라는 이름 앞에서 한참을 멈춰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