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가르쳐준 그와…
도서관 창밖으로 하얀 눈이 고요하게 내려앉기 시작한 저녁이었다. 눈송이는 작은 빛을 머금은 채 조용하지만 빠르게 세상을 덮어갔다.
책장을 넘기던 순간 그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
‘첫눈이네.
우리 첫눈 오면 보기로 했는데…
바빠서 못 가 아쉽다.’
나는 한동안 휴대폰을 내려놓지 못했다. 눈은 점점 굵어졌고 창밖은 금세 부드러운 침묵으로 가득해졌다.
잠시 후, 다시 메시지가 왔다.
‘아무래도…
이런 날은 내가 데리러 가야 할 듯…
…
…
사실 지금 도서관 앞이야.’
순간 마음이 선명하게 흔들렸다. 내 심장 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나는 허겁지겁 책과 가방을 챙겨 눈발이 흩날리는 도서관 입구로 달려 나갔다.
문을 열자,
찬 공기 사이로 그가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가로등 아래 쌓이는 눈에 그의 어깨와 머리 위가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작은 종이컵을 내밀었다.
“컵 눈사람. 컵 빙수는 봤어도…
이런 건 처음이지?”
컵 안에는 눈썹이 까맣게 그려진 작고 귀여운 눈사람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기다리면서 만들었어. 꽤 눈사람 같지?”
그의 말투는 가벼웠지만 그 순간만큼은 마음 한 곳이 따뜻하게 젖어들었다. 이런 순간은 자주 오지 않는다는 걸 겪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차가 아닌 바이크가 있었다.
그는 헬멧을 내밀며 웃었다.
하얀 입김이 그의 말 사이로 흩어졌다.
“타볼래?”
눈 오는 날 바이크라니…
“괜찮겠어요? 길도 미끄러울 텐데…”
그는 자신 있게 웃으며 헬멧을 가볍게 건넸다.
“다른 사람은 안 돼.
근데 나는 괜찮아.”
입김이 흘러나왔다.
“겨울, 첫눈… 이런 날 바이크를 몰 수 있는 건
운동신경 좋은 젊은 사람 특권이거든.”
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눈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너를 태우고 있을 땐
평소보다 더 조심하게 돼요.
누구보다 안전하게 데려가야 하니까.”
장난스러움과 진심이 묘하게 섞인 표정. 눈 쌓인 길 위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그 모습은 이상하게 믿음직스러웠다.
나는 조심스럽게 헬멧을 썼고 그가 준비해 온 가죽 재킷을 입었다. 그가 먼저 올라탄 뒤 나를 뒤에 태웠다.
바이크가 출발하자
하얀 눈이 헬멧을 스치며
작은 은빛 별가루처럼 흩어졌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그의 등은 따뜻했다. 그 온기가 손끝을 타고 번져 겨울의 냉기를 천천히 밀어냈다.
도시는 눈에 잠식된 듯 고요했다. 가로등 불빛이 눈송이에 반사되어 흩어진 금빛 조각처럼 반짝였다.
나는 그에게 조금 더 몸을 기댔다.
이 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릴까 두려워 눈을 감고 그의 숨결에 귀를 기울였다. 이 기억을 영혼 깊은 곳에 조용히 새겼다.
그날,
첫눈과 첫사랑은 같은 속도로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