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을 세기는 손끝
<연못 속 존재>
겨울의 얼음 아래로 숨이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본능처럼 연못 가까이 다가섰다. 조금 전 마주쳤던 가녀린 존재와 닮은 여인이 깊은 어둠 속에서 몸을 웅크린 채 떠 있었다.
피부는 물속에서 지워지는 그림처럼 희미했고 머리카락은 검은 안개처럼 수면 위로 흩어지고 있었다.
빛은 너무 약했다. 마치 꺼져가는 작은 별 하나가
얼음 아래에 갇혀 있는 듯 보였다.
그 여인은 얼어붙은 생명체처럼 아주 미세한 떨림만을 남기고 있었다.
‘이대로 두면… 사라진다.’
그녀는 이유를 모르면서도 확신했다.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법칙이 다시 무의식 속에서 떠오르는 것처럼.
그녀는 손을 조심스럽게 뻗었다. 손끝이 물 위를 스치기도 전에…
스르르…
얼음이 스스로 풀리기 시작했다. 아무런 열기도 어떤 바람도 없었지만 마치 누군가 오래 기다렸다는 듯 얇은 얼음막이 천천히 갈라지고 녹았다.
흰 김이 은빛 실처럼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 순간 …
얼음 아래 잠들어 있던 여인이 천천히 눈을 떴다.
눈빛은 겨울의 푸른 물빛과 합쳐져 초현실적인 광채를 만들며 번져갔다.
그리고는…
그녀를 향해 헤엄쳐 왔다.
숨이 멎었다.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이 발끝까지 도달하기도 전에
차갑고 투명한 손끝이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스쳤다.
차가웠지만 이상하리만큼 따뜻했다. 살갗을 베는 냉기가 아니라 심장 깊은 곳으로 스며드는 어떤 온기.
바로 그 순간…
<다시 현실로… 깨어나다>
숨이 가쁘게 치밀어 오르며 그녀는 현실에서 눈을 떴다.
대학생 시절 방학 동안 떠났던 짧은 국토 장정 여행.
경유지에 예상하지 못한 지진이 났고 피해 들어간 겨우 잠을 청할 수 있었던, 폐허 같은 임시 숙소.
그날 처음 꿈을 꾼 후 끝도 없이 반복되던 바로 그 꿈이었다.
방 안의 공기는 이상하리만큼 비현실적으로 차가웠다. 커튼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바람이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 옆…
아무도 앉았을 리 없는 빈자리…
누군가 막 떠난 듯한 온기 없는 파임이 남아 있었다.
마치 꿈에서 만난 그 존재가 아직도 이 방 어딘가에서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