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 작은 자취방에서
BGM: Chet Baker – I Fall in Love Too Easily
리안이 오래된 상자 속에서 반짝이는 먼지를 머금은 LP판 하나를 꺼냈다.
Chet Baker – I Fall in Love Too Easily.
바늘에 묻어 있는 미세한 흠집들이 마치 오래전의 마음결을 그대로 새겨 둔 것 같았다.
“아… 이거.”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그 웃음 끝에 한 장면이 스르르 열렸다.
…
봄 내음이 스며드는 창문을 열어둔 작은 자취방.
스탠드 조명빛이 책등과 LP판 위로 부드럽게 번졌다.
낡은 턴테이블에서 Chet Baker – I Fall in Love Too Easily가 흘러나오고 색소폰 소리가 방 안을 천천히 감싸 안았다.
리안은 소이의 발을 자기 발 위에 포개 올리더니 조심스레 끌어안았다.
이마와 이마가 맞닿은 순간
리안의 낮고 맑은 목소리가 스며들었다.
“저번에 말했듯이… 나,
아기를 가지지 못할 수도 있대.
어릴 때 치료를 받아서.”
소이는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며 슬픈 미소를 지었다.
“우리 아이가 없어도 둘이 행복하게 살 수 있어.
같이 좋아하는 음악도 듣고 여행도 다니고…
너랑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를 거야.”
리안은 소이를 안은 채로 턴테이블 쪽으로 몸을 기울여 바늘이 튀지 않도록 살짝 조정한 뒤 웃으며
말했다.
“맞아. 우리는 함께할 수 있는 게 많아.
이렇게 재즈도 듣고 네가 만든 파스타도 먹고 책 얘기도 하고…”
창문 틈으로 들어온 바람이 커튼을 흔들었다.
LP의 지직거림이 봄밤의 심장처럼 느리게 뛰고 있었다.
- 마지막 이야기는 8월 22일에 오후4시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