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안시점
나는 지금 미국 동부의 회색 도시 안에 있다.
창밖엔 눈이 내리고 연구실은 늘 조용하다.
사람들은 이름 대신 직함으로 불리고
날씨는 하루에도 네 번쯤 바뀐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하루에 한 번은 그 이름을 떠올린다.
소이.
그날 아침, 나는 무모한 말을 꺼냈다.
“같이 미국으로 가자. 여자친구는… 정리할 거야.”
머릿속 계획도 뚜렷한 미래도 없었다.
그저 지금 잡지 않으면 다시는 닿을 수 없을 것 같아,
내 마음이 먼저 앞질러 달려갔다.
소이는 조용히 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야. 난 내 일이 있고… 그렇게는 못 가.”
그 목소리는 차갑지 않았지만
그 단호함이 내 안의 불을 순식간에 꺼버렸다.
미국으로 떠나던 날
휴대폰 사진첩을 열었다.
비둘기 떼를 피해 웃으며 달리던 공원,
재즈를 틀고 춤을 추던 좁은 자취방,
그리고 햇살 좋은 날
내가 날 모른 척 스쳐 지나가던 교정.
그날의 소이는 여전히 선명했다.
소이는 잘 지낼까.
좋은 사람을 만나 나름의 행복 속에 살고 있을까.
그렇다면 다행이다.
나는 여전히 그 계절에 머물러 있지만,
그녀는 지금의 계절을 잘 걷고 있기를 바란다.
사랑은 끝났고
우리의 시간도 멈췄지만
기억은 아직 따뜻하다.
유리창을 스치는 눈발 소리가 오래전 빗방울이 떨어지던 그날 밤을 닮아 있었다.
그리고 문득
그날과 똑같은 바람이 불었다.
아마…
난 평생 그 밤을 품고 살 거야.
우리가 사랑했던
그 마지막 밤을…
- 다음 이야기는 8월 17일에 이어집니다
우리의 이야기는 3회 남았습니다. (17, 18, 22)
끝을 향하는 길 위에서 당신과 나란히 걸어가고 싶습니다. 마지막 장까지 함께 해주세요. :)